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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 “하이닉스와 30년 인연” 구미 “100만㎡ 부지 무상임대”

[한국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9/02/11 07:07

수도권 vs 지방 사활 건 유치전
수도권 인프라·인력 강점 공세
지역선 수도권 규제 강화법 내

표류하는 반도체 클러스터



지난달 30일 경북 구미 시민들이 SK하이닉스 공장 유치를 주장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뉴스1]





경북 구미에 지역구를 둔 백승주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달 말 ‘수도권정비계획법’ 일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백 의원의 개정안에 따르면 서울·경기 등 수도권에 공장을 지으려면 앞으로 국무총리 산하 수도권정비위원회 심의뿐 아니라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심의를 동시에 거쳐야 한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사실상 반도체 클러스터를 이천이나 용인에 두지 못하게 해 구미나 청주 등에 건설하도록 하겠다는 복안이 깔려 있다. 그는 “수도권에서 보면 이중 절차를 통과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겠지만 국토의 균형발전을 위해선 필요한 법안”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반도체 클러스터(협력업무지구) 계획이 갈수록 미궁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반도체 클러스터는 당초 반도체 산업의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추진됐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12월 경기도 기흥과 8㎞ 정도 떨어져 있는 용인 일대에 반도체 생산 공장(팹) 3개뿐 아니라 부품·소재·장비 업체 약 50곳을 함께 입주시키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청와대 보고 과정에서 ‘지역 균형발전론’이 더해지면서 당초 유력 후보지에 올랐던 용인은 그저 여러 후보 중 하나로 전락했고, 경기도 이천과 경북 구미, 충북 청주, 충남 아산·천안 등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11일 천안시의회 의원들이 ‘SK하이닉스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 유치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뉴시스]





5~6곳의 각 지방자치단체는 저마다의 사정을 내세우며 반도체 클러스터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경기도 이천의 경우 SK하이닉스의 모태인 현대전자 시절 때부터 30년 이상 인연을 맺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김종태 이천시 정책기획팀장은 “기존에 하이닉스라는 대기업이 인프라를 갖추고 있던 곳이 이천”이라며 “정부가 전향적으로 규제를 풀면 공장 부지 문제는 간단히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이천은 수도권정비계획법 시행령이 풀리지 않는 이상 도시 전체가 ‘자연보전권역’으로 묶여 있어 공장 증설이 불가능하고, 용인은 자연보전권역과 성장관리권역 등 두 개 권역으로 도시가 나뉘어 있어 신규 공장 설립이 현재도 가능하다.

구미는 SK하이닉스를 유치할 경우 100만㎡ 규모 공장 용지를 무상 임대하거나 SK하이닉스가 공장 용지를 매입할 경우 최대한 저렴한 가격으로 양도한다는 입장이다. 공장 내 전기 시설,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고순도 공업용수, 상하수도 시설뿐 아니라 KTX 역사, 경부고속도로 연결도로도 건설해 주겠다는 방침이다. 박수원 구미시 홍보담당관은 “지방 산업이 붕괴한 현실을 고려해 반도체 클러스터는 비수도권이나 지방 공단에 건설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주 역시 기존 SK하이닉스 공장이 있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박명옥 청주시 투자유치과장은 “현재 낸드플래시 메모리 생산 시설이 전부 들어오지 않은 SK하이닉스의 M15 공장 상황을 고려할 때 청주에 유치되는 것이 시너지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각 지자체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클러스터 입지 선정에 아우성을 치는 이유는 명백하다. 최근 조선이나 철강, 자동차 등 국내 산업이 경쟁력을 잃으면서 이들 산업이 몰려 있던 울산·창원·마산 등의 부동산 가격은 바닥을 찍고 있고 실업률은 치솟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영남대의 한 교수는 “지방에 있던 산업이 경쟁력을 잃어가면서 국가산업단지를 끼고 있던 구미와 군산, 광주, 울산, 포항 등의 도시들은 말 그대로 소멸 위기를 맞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 수출의 주력이자 세계시장 경쟁이 치열해 불안정성이 매우 높은 반도체를 각 지역에 골고루 배분하는 게 바람직한가에 대한 반론도 높다. 한태희 성균관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국가 경쟁력을 선도해 나갈 반도체 클러스터 입지를 결정하기에 앞서 과연 산업 경쟁력을 어떻게 유지할지, 또 공장뿐 아니라 대학이나 연구기관 등 우수 인력을 제대로 모아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취지를 살릴 수 있을지 근본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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