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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약 3년 되면 좋을 텐데”…지금이 세입자 소원 풀 기회

[한국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9/03/11 08:58

2년은 초·중·고 학년제와 엇박자
전·월세 신고 의무화도 묵은 숙제
현재 입주물량 늘어 임차인 우위
제도 바꿔도 임대료 뛸 우려 적어

[안장원의 부동산 노트]



전월세 시장이 약세를 보이며 임대차 계약기간 연장 등 세입자 보호를 위한 해묵은 이슈들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지난달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파트에 전세로 이사한 박모(46)씨. 박씨는 보증금을 좀 더 주더라도 전세 계약기간을 3년으로 하고 싶었지만 집 주인이 반대해 어쩔 수 없이 통상적인 2년으로 계약했다.

박씨는 자녀가 이달 입학한 중학교 근처로 옮기기 위해 전세를 구했는데 졸업할 때까지 계속 같은 집에서 살고 싶었다. 주인은 그 새 집을 팔 수 있다며 3년 전세에 난색을 보였다.

박씨는 “2년 뒤 전셋집을 다시 구해야 하고 고교를 멀리 가면 중간에 또 옮겨야 해 이사 등 비용 부담이 크고 번거롭다”고 말했다.

세입자가 법적으로 보호받는 임대차 권리 기간 ‘3년’. 해마다 3월 초·중·고 개학에 맞춰 전·월세를 구하는 세입자가 절실하게 원하는 부분이다. 현재는 2년이다.

집값 불안보다 전세난이 더 심각한 국내 주택시장에서 세입자 권리를 더 보장할 해묵은 이슈들이 다시 조명되고 있다. 임대차 계약기간 2년→3년 연장과 전·월세 계약 신고 의무화다. 최근 연구원과 학회 등에서 제기된 사안들이다. 현 정부가 임대차 시장 안정을 위해 추진하는 제도 개선에선 빠진 항목들이다.

요즘 임대차시장이 안정세를 보이지만 세입자는 전세난 걱정을 떨칠 수 없다. 1986년부터 집값 동향을 조사해온 국민은행에 따르면 1987년부터 지난해까지 32년 가운데 전국 집값이 내린 해는 8년인데 전셋값 하락 해는 3년에 불과하다. 14년 전인 2005년 이후 연간 전셋값 변동률 ‘마이너스’를 찾아볼 수 없다.

지난달 서울시 정책연구기관인 서울연구원은 ‘주거권 강화 위한 주택임대차 제도 개선방안’이라는 보고서에서 임대차 계약기간을 3년으로 연장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비슷한 지난 한국주택학회는 전·월세 신고제 도입을 주장한 '주택 임대차 시장 안정화 방안' 세미나를 열었다.

임대차 계약기간을 굳이 3년으로 하려는 이유는 국내 초·중·고 학년제도 때문이다. 초등학교 6년, 중·고교 3년이어서 임대차 계약기간이 3년이면 중·고교는 한 번의 계약으로, 초등학교는 두 번이면 학교를 마칠 수 있다.

현행 2년으로는 중·고의 경우 애매하다. 서울연구원은 “2년은 중·고교 학년제도와 맞지 않아 학습권과 이사권을 침해할 우려가 높다”고 지적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실제 국내 임대차 시장에서 학교 영향이 크다. 연중 신학기를 앞둔 시점에 전세 거래가 많고 상승률도 높다.

2015~2018년 서울 아파트 전·월세 월평균 신고 건수를 집계한 결과 2월이 연간 전체의 10.8%를 차지하며 가장 많았다. 최근 5년 평균 월간 전체 주택 전셋값 변동률에선 1월이 0.32%로 최고를 나타냈다.

3월 개학에 앞서 이사하기 위해 1월께 전세 계약을 하고 2월 이사하기 때문이다. 이사하면서 확정일자를 받으면 이게 전·월세 거래 신고로 등록된다.

학년제에 맞춘 3년 연장은 2008년 처음 제기됐다. 전셋값이 가파르게 오르던 2014년엔 주택임대차보호법 주관 부처인 법무부가 나서서 추진하기도 했다.

전·월세 신고제는 2006년 도입된 부동산 실거래가 신고제에서 제외돼 있었다. 현재 국토부에서 제공하는 전·월세 거래 동향은 세입자가 신고한 확정일자 자료다.

전·월세 신고 의무화 취지는 부동산 실거래가 신고제도의 취지대로 거래 투명화를 통한 임대료 안정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준으로 확정일자 등으로 파악된 임대 계약 현황이 전체 임대주택 673만 가구의 22.8%인 153만 가구에 그쳤다. 서울의 미신고 임대주택은 총 118만가구의 58.3%인 69만가구다.

2007년 당시 여당(열린우리당)은 ‘전·월세 안정을 위한 종합대책’의 하나로 추진했다. 하지만 법안 논의 과정에서 전셋값 자극 우려에 부닥쳐 법제화하지 못했다. 집주인이 임대료 노출을 꺼려 전세를 기피해 전세 공급 물량이 줄고, 임대소득 세금을 임대료에 전가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현 정부는 임대차 시장을 안정시킬 방안으로 공감하면서도 임대차 기간 3년 연장과 전·월세 신고제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지는 않다. 세입자 보호를 위해 2017년 말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대책을 발표하면서 임대주택 등록 의무제와 계약갱신 청구권만 2020년 이후 단계적으로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임대 등록이 의무화하면 임대차 계약기간 연장과 전·월세 신고제 효과를 모두 볼 수 있지만 요원하다.

전문가들은 보기 드물게 임대차 시장이 안정된 지금이 오래된 숙제들을 풀 기회라고 말한다. 입주물량 급증 등으로 임대인보다 임차인 우위이기 때문에 임대료 급등 부작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새 아파트 입주물량이 크게 늘면서 임대료가 약세를 보여 제도 변화에 따른 임대료 급등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작다”고 말했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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