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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준환 법률칼럼] 샘플링과 저작권 논란

[뉴욕 중앙일보] 발행 2019/03/20 미주판 7면 기사입력 2019/03/20 06:34

장준환/변호사

2019년 그래미 어워즈에서 래퍼 ‘켄드릭 라마’가 8개 부문에 이름을 올려 최다 부문 후보가 된 것은 힙합이 대중에게 폭넓게 사랑받는 주류 장르로 굳건히 자리 잡았음을 잘 드러낸다. 힙합의 강세와 함께 샘플링(Sampling)이라는 기법이 떠오르고 있다. 기존 음반을 차용해서 이를 그대로 쓰거나 변용하여 새로운 음악 창작물을 만드는 방식이다. 힙합에서는 랩의 배경음악을 만들 때 샘플링을 활용하였고 디지털화 추세에 맞추어 그 기법이 점점 다양하고 정교해지고 있다. 그런데 기존 음반을 활용한다는 점에서 샘플링은 원천적으로 저작권 문제를 안고 있다.

음악 창작의 측면에서 샘플링은 가능성과 위험성을 동시에 안고 있다. 기존 음악에서의 영감을 바탕으로 다양한 변형과 혼합, 디지털 기기 운용 등을 덧붙여 창작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동시에 새로운 기법이라는 명분으로 다른 사람의 부당한 저작권 침해가 정당화될 수도 있다. 그래서 저작권법 케이스에서는 매우 민감하게 다루어지고 있는 사안이기도 하다.

대중음악 아티스트와 상담하면서 샘플링에 관한 이야기를 주고받은 적이 있다. 그런데 그는 샘플링의 자유를 꽤 폭넓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근거로 미국과 독일에서 진행되었던 판례, 즉 샘플링의 원곡 저작권 침해를 인정하지 않았던 케이스를 들었다. 하지만 그는 이들 케이스에 대해 오해하고 있었다. 가수 마돈나는 음반 「Vogue」를 만들 때 「Love Break」라는 곡에서 0.23초의 호른 소리를 샘플링 하였다. 원저작권자는 저작권 침해를 주장하였지만, 법원은 이것을 인정하지 않았다. 음악을 감상하는 사람이 느낄 수 없을 정도의 미미한 사용이며 변형이 큰 새로운 창작물이라는 이유였다.

이보다 앞서 독일에서는 「Nur mir」라는 곡이 크라프트베르크 밴드의 「Metall auf Metall」를 샘플링 한 것이 분쟁을 일으켰다. 약 2초 분량을 가져와 원래 리듬보다 5%가량 느리게 하여 랩 부분에 배치했다. 이 소송은 예술계에 큰 논란을 불러 일으켰으며 헌법재판소까지 재판이 이어졌다. 최종 판결에서는 저작권 침해를 인정하지 않았다. 저작권 침해 정도가 약하고 힙합의 핵심 제작 기법인 샘플링은 금지하는 것은 예술의 자유에 대한 억압이라고 판결했다.

이 두 경우를 볼 때 음악 제작 기법으로서 샘플링에 대해 존중하는 것이 세계적 추세임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 두 곡의 저작권 침해 정도가 매우 약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차용한 시간도 각각 0.23초와 2초에 지나지 않고 일반적인 감상자의 입장에서 볼 때 원곡을 떠올릴만한 유사성도 매우 약했다. 따라서 이들 케이스는 샘플링에 대한 전면적인 인정이 아니라 원곡과 차별화된 독창적 창작에서 부분적인 차용에 한해 저작권법상 인정을 받는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는 게 합리적일 것이다. 차용된 시간이 길고, 독창적이거나 핵심적인 부분에 의존하고 있다면 판결이 달라졌을 것이다.

샘플링은 현대 음악의 다양성을 자극하는 좋은 방법이다. 그렇다고 해서 원곡에 대한 저작권 침해 혐의로부터 자유로워진다고 생각하면 큰 오해이다. 상식적인 저작권의 틀 안에 있음에 주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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