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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호단체 '옥스팜 스캔들' 1년 반만에 "성학대 방지 소홀했다"

[한국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9/06/12 13:07

2011년 아이티 지진현장서 미성년 성매매 의혹
"내부 문화가 나쁜 행동 용인했다" 보고서 결론
영국지부 대표 사임 등 파문… 후원 취소 잇따라

지난해 2월 영국 기반의 국제구호단체 옥스팜(Oxfam) 직원들의 ‘아이티 성매매 의혹’이 국제 사회를 경악케 했다. 중미 국가 아이티에서 강진이 발생해 20여만 명이 사망한 이듬해인 2011년 이들이 지진 피해자 구호 활동 중에 성매매를 했다는 폭로였다. 지진 현장 주민들의 열악한 처지를 이용했을 가능성에다 성매매 대상 중에 미성년자도 포함된 게 알려지면서 ‘구호단체의 이중성’에 대한 공분이 일었다. 스캔들이 공론화된 후 열흘 만에 옥스팜 후원자 7000여명이 정기 기부를 취소할 정도였다.



2018년 남수단에서 구호단체 옥스팜이 식량을 지급하고 남은 빈 박스를 장난감 삼아 가지고 노는 아이들. [AP=연합뉴스]






그로부터 18개월. ‘옥스팜 스캔들’ 관련해 강도 높게 진행된 조사 결과가 나왔다. 11일(현지시간) 영국 자선감독위원회(Charity Commission)는 결과 보고서를 통해 2011년 당시 옥스팜 내부에서 문제가 제기됐음에도 “(성 학대) 피해자들에게 끼칠 영향과 위험이 부차적으로 다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결론내렸다고 가디언 등이 이날 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자선감독위원회는 지난해 스캔들이 불거진 후 7000여 개에 이르는 증거?증언을 수집했다. 특히 2011년 7월과 8월 두차례에 걸쳐 13세 아이티 소녀가 옥스팜 측에 보낸 e메일이 결정적이었다. 메일에는 본인과 12살 난 친구 등이 옥스팜 직원들로부터 돈을 받고 성을 제공했으며 맞기도 했다는 호소가 들어있었다. 하지만 옥스팜 측은 메일을 신뢰하지 않았고 지역 경찰에 이를 알리지도 않았다.

보고서는 옥스팜이 이 문제를 처리함에 있어 “자선단체의 명성 및 기부자들과의 관계를 보호하려는 욕망”이 작용했을 가능성을 지적했다. 헬렌 스티븐슨 자선감독위원회 위원장은 “아이티에서 벌어진 일은 그곳만의 문제가 아니었다”면서 “이번 조사로 수년간 옥스팜의 내부 문화가 나쁜 행동을 용인하고 그것이 추구해온 가치를 때로 잃었다는 게 드러났다“고 말했다.



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앞서 옥스팜은 뒤늦게 성 비위에 관련된 현지 소장 및 직원 7명을 해고·이직 조치했지만 이를 외부에 알리지 않아 은폐 의혹도 불거졌다. 다만 이번 보고서는 조직적 은폐는 없었다고 결론내렸다.

1942년 출범해 전 세계 90개국에서 1만여명의 직원을 둔 옥스팜은 역사나 규모 면에서 국제구호단체의 ‘맏형’ 격이다. 옥스팜 스캔들이 터지자 다른 국제구호단체에도 이 같은 도덕적 타락이 비일비재하다는 폭로가 잇따랐다. 결국 사태의 책임을 지고 마크 골드링 옥스팜 영국지부 대표 등 지도부가 사임하고 연 1억7600만 파운드(약 2650억원)에 이르던 영국 연방정부 지원금도 끊기는 등 타격을 입었다.

자선감독위원회는 이번 조사 결과 과정에서 옥스팜 등 구호단체의 윤리 가이드라인 및 시스템 정비에서 큰 진전을 이룰 수 있었다고 밝혔다. 옥스팜 영국지부의 캐롤라인 톰슨 이사장도 이날 별도 성명을 통해 "아이티 사태는 끔찍한 권력의 남용이자 우리가 추구해온 가치를 훼손한 것"이라며 재차 사과 입장을 밝혔다. 더 타임스는 옥스팜이 3주내 강도 높은 자구안을 마련하지 않을 경우 연방정부 지원금 대상에서 영영 제외될 수 있다고 12일 전했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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