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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준환 법률칼럼] e스포츠 - 스포츠와 비즈니스 사이

[뉴욕 중앙일보] 발행 2019/07/10 미주판 7면 기사입력 2019/07/11 08:26

장준환/변호사

2018년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 게임에서는 특이한 시범 종목이 열려 대중의 눈길을 끌었다. 시범 종목이기에 메달 집계가 되지 않았고, 한국의 우승자에게는 병역 혜택도 주어지지 않았다. 그래도 수많은 젊은이가 이 종목에 주목했고, 경기마다 열광적인 응원을 보냈다.

이 종목은 e스포츠이다. 리그오브레전드(라이엇게임즈), 클래시 로얄(슈퍼셀) 하스스톤(블리자드), 스타크래프트(블리자드), 아레나 오브 발러(텐센트), 프로 에볼루션 사커(위닝 일레븐) 게임이 국제 스포츠 대회의 한 종목으로 등장한 역사적 사건이 일어났다. 그리고 2022년 항저우 아시안 게임부터는 정식 종목이 될 것이고, 곧이어 올림픽 종목에도 들어갈 것이라는 장밋빛 예측이 퍼져나갔다.

2019년 4월 9일, 2022년 항저우 아시안 게임 정식 종목 37개가 발표되었다. 정식 종목으로 채택될 것으로 기대되었던 e스포츠는 여기에 포함되지 않았다. 물론 1차 발표이기 때문에 이후 추가적으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될 가능성은 남아 있다. 하지만 이것이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e스포츠가 국제 스포츠 대회가 갖추어야 할 기본 규칙을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특정 스포츠 종목이 국제 스포츠 대회의 정식 종목이 되려면 기본적으로 공인된 단일 연맹이 있어야 한다. 국제축구연맹(FIFA) 같은 조직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e스포츠에는 공인된 국제연맹이 존재하지 않는다. 국제e스포츠연맹(IeSF), 아시아e스포츠연맹(AeSF) 등이 독자 노선을 걷고 있는 형국이다. 국제연맹 간 교통정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도 있다. e스포츠가 본질적으로 스포츠에 속하지 않는다는 논리가 힘을 얻고 있다. 세계적 스포츠라고 인정받는 모든 종목은 공유재이다. 그 종목을 소유한 사람이 없기에 누구나 참여하고 즐길 수 있는 범용성이 있다. 그런데 e스포츠의 세부 종목인 게임들은 모두 사유재이다.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 게임의 e스포츠 종목들 역시 게임 회사의 상품들이었다. 그래서 대회에 특정 회사의 이해관계가 작용한다. 소유자가 명백히 존재하는 게임이 아마추어 정신을 밑바탕으로 삼은 아시안 게임이나 올림픽의 정식 종목이 되기 힘든 이유다.

게임이 지닌 폭력성도 문제가 된다. 게임에는 총기를 비롯한 전쟁 무기가 자주 등장하며 캐릭터들끼리 죽이는 방식이 많다. 물론 격투기나 펜싱 등의 스포츠 종목도 있지만, 이들은 폭력성을 문명화한 형태이다. 폭력을 직접 드러내는 게임과 비교하기 어렵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예측하건대, e스포츠가 아시안 게임이나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기까지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게임 비즈니스와 국제 스포츠 대회 양쪽의 규칙, 관행, 사고방식에서 변화가 일어나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e스포츠는 이미 대중적인 스포츠 종목으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더욱 발전할 것이다. 이미 세계 스포츠 대회는 상업성이 극대화되는 추세이다. 월드컵과 올림픽은 비즈니스의 결정체이다. 그 자체로 비즈니스적 성격이 강한 e스포츠가 이 경향과 결합할 것이다. 말하자면 결국 e스포츠는 국제 스포츠 대회의 상업화를 상징하는 종목으로 자리를 잡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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