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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미국이 제재만 하고 제재는 당하지 않던 시대는 지났다”

[한국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9/07/16 23:28

“신뢰할 수 없는 실체 명단 만든다” 말만 하던 중국
구체적 제재 대상으로 대만에 무기판매 업체 밝혀
과거 미국만 휘두르던 전가의 보도 ‘제재의 칼’
중국도 이젠 미국 기업 상대로 사용하겠다 주장
대미 무역 협상단에 강경파 인물 대거 보강해

중국이 강경해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지난달 29일 일본 오사카 회동 이후 바로 재개될 것 같았던 미·중 무역협상은 아직 감감무소식이다. 반면 중국의 대미 화력은 날로 강화되는 추세다.



중산 중국 상무부 부장이 지난 3월 9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답하고 있다. 그가 대미 무역협상에 가세해 중국의 입장이 더욱 강경해질 것이란 분석을 낳고 있다. [AP=연합뉴스]





중국은 우선 미국과의 막바지 협상을 앞두고 ‘강경파’ 인물을 추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수석 전략가로 활동했던 스티브 배넌이 “중국의 강경파 중 강경파”로 꼽는 중산(鍾山) 중국 상무부 부장이 바로 그다.
중산의 존재는 지난 9일 류허 중국 부총리가 미국의 로버트 라이트하우저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과 통화할 때 중산도 대화에 함께 참여했다고 보도되며 부각됐다. 과거엔 류허 부총리 혼자서 하던 일에 중산이 가세한 것이다.
이로써 모양새가 과거 1대 2에서 2대 2로 균형을 잡게 됐다. 형식보다 더 중요한 건 내용으로 중산이 중국 내 대표적인 강골(强骨)이라는 점이다. 시진핑 주석과 저장(浙江)성에서 함께 일한 그는 대외무역 부문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지난 16일엔 중국 인민일보와의 인터뷰 형식을 빌려 대미 협상에 나서는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미국이 도발한 무역마찰은 세계무역기구(WTO) 원칙에 위배되는 전형적인 일방주의 및 보호주의 행태”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 6월 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미국의 입장에 대해 말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어 “우리는 투쟁 정신을 발휘해 국가와 인민의 이익을 굳건하게 지키고 다자 무역체제를 굳건하게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투쟁 정신”을 강조한 그의 발언이 중국은 물론 미국 등 세계 매스컴의 주목을 받은 건 물론이다.
중국에서 흔치 않은 독립적인 시사 평론으로 유명한 장리판(章立凡)은 “중산의 발언은 중국이 미국과 지구전을 벌이겠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중국은 협의에 급하지 않으며 심지어 2020년 미 대선 이후 어떤 일이 벌어질지 두고 보자는 뜻도 내비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중산 부장 외에도 미국이 가장 두려워하는 중국의 담판 고수 위젠화(兪建華) 상무부 부부장도 협상 대열에 포함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위젠화는 미국 관리 등을 상대로 28년 동안 무역 협상에만 전념해온 인물이라고 미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대미 협상 인력을 대폭 보강한 중국은 이제 ‘제재의 칼’까지 갈고 있다. 과거 미국이 자신만의 전가의 보도로 휘둘러온 ‘제재 카드’를 이젠 중국도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그것도 미국을 상대로 해서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12일 “대만에 무기를 판매하는 미국 기업을 제재하겠다”고 선언했다. 중국 상무부가 “신뢰할 수 없는 실체 명단”을 만들어 제재하겠다고 한 데서 한발 더 나아가 구체적인 제재 대상을 밝힌 것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6월 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등 미국 대표단을 향해 중국의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 한 마디에 미국 업계가 화들짝 놀랐다. 미국은 최근 대만에 22억 달러어치의 탱크와 미사일을 판매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에이브럼스 탱크 108대를 수출할 제너럴 다이나믹스와 스팅어 미사일을 판매할 레이시온 등의 미 업체가 제재를 받을 공산이 커졌다.
제너럴 다이나믹스 산하 기업 걸프 스트림은 중국의 부호들이 선호하는 호화 개인용 여객기를 판매하는데 중국이 세계 세 번째 시장이다. 미 오시코시 기업은 중국 60여 개 비행장에 소방차를 판다. 이들의 판로가 막히면 엄청난 손실을 볼 것임은 자명한 일이다.
중국 환구시보(環球時報)는 17일 사설에서 “미국만이 중국 기업을 제재하고 중국은 미국 기업을 제재하지 못하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고 말했다. “중·미 간의 게임은 이제 일방적이 아니라 쌍방향으로 변했다”고 주장했다.
이유는 “중국이 강해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배경엔 누구도 포기하기 어려운 “방대한 중국 시장”이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이제까지 “창고에 쌓아뒀던 재고 무기를 대만에 팔아 돈을 벌어온 미국의 군수 기업들은 그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했다.



중국 환구시보는 "미국만 중국 기업을 제재하고, 중국은 미국 기업을 제재하지 못하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며 중국도 이젠 중국의 이익을 해치는 미국 기업은 물론 개인도 제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국 환구망 캡처]





환구시보는 또 “중국의 이익을 해치는 미국 회사에 대한 제재가 중국에서 막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며 “앞으론 법률의 마지노선을 밟으며 중국의 이익을 해하는 개인도 제재 대상이 될 것”으로 “그런 사람은 응당 조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중국의 향후 대미 제재에 국제적으로 힘을 실어줄 일도 생겼다. 16일 WTO 상소기구가 공개한 보고서는 미국이 WTO 규정을 완전히 준수하지 않았으며 중국은 보복 조치를 할 수 있다고 판정했다.
중국은 지난 2012년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가 중국의 태양광 제품과 철강 등 22개 품목에 반덤핑, 반보조금 상계관세를 부당하게 부과해 중국이 73억 달러의 피해를 봤다며 WTO에 제소했는데 7년 만에 WTO가 중국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미 무역대표부는 중국이 국영기업을 통해 보조금을 지급함으로써 수출품 가격을 왜곡했다며 보복성 관세를 부과했다. 그러나 WTO는 보조금을 평가하기 위해선 중국이 정한 가격을 인정해야 한다면서 미국의 가격 산정방식을 문제 삼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6월 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 앞서 양국 국기를 앞에 두고 사진 촬영에 응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결국 현재 교착상태에 빠진 미·중 무역협상이 재개되느냐 여부는 중국이 요구하는 ‘평등한 대화’에 미국이 과연 얼마나 적극적으로 응할 것인가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시진핑 주석의 체면을 살리는 조치가 이뤄지지 않고선 대화 재개가 불투명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사카에서 “중국이 미국의 농산물을 대거 구매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에선 그 대가로 “화웨이(華爲)에 대한 제재 해제”를 요구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엇비슷한 주고받기로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중국의 주장이 먹힐지 관심이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you.sangch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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