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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 구원투수' 메이…마무리 못 하고 무대 뒤로 퇴장

[연합뉴스] 기사입력 2019/07/23 04:25

2016년 국민투표서 EU 잔류 지지…캐머런 사퇴하자 총리직 올라
EU와 합의 불구 의회 벽 못 넘어…의원직은 계속 유지

(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 2016년 7월 13일(현지시간). 영국 신임 총리로 내정된 테리사 메이 당시 내무장관은 이날 오후 남편 필립 메이와 함께 회색 차량을 타고 런던 버킹엄궁에 들어갔다.

이곳에서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을 알현한 메이 총리는 정식으로 총리 임명을 받았다.

영국 제76대 총리이자 '철의 여인' 마거릿 대처 이후 두 번째 여성 총리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3년이 조금 지난 오는 24일 메이 총리는 다시 버킹엄궁을 찾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만난다.

다만 이번에는 자신의 총리 사임을 공식적으로 전하기 위한 목적이다.

23일 영국 집권 보수당의 신임 당대표에 보리스 존슨(55) 전 외무장관이 확정되면서 메이 총리는 그동안 유지해 온 총리직 역시 다음날 존슨 내정자에게 정식으로 넘기게 된다.

앞서 메이 총리는 지난 5월 24일 보수당 평의원 모임인 '1922 위원회'의 그레이엄 브래디 의장과 만난 뒤 내놓은 성명에서 당대표 및 총리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메이 총리는 2016년 브렉시트(Brexit) 국민투표 결과에 책임을 지고 물러난 데이비드 캐머런 전 총리의 뒤를 이어 보수당 당대표 겸 총리직에 올랐다.

'철의 여인' 마거릿 대처가 1990년 물러난 뒤 26년 만의 여성 지도자로 기대를 모았다.

메이 총리는 야당 시절인 1998년 이래 예비내각 요직을 두루 거쳤고, 2002년에는 보수당 최초의 여성 당의장에 임명됐다.

2010년 보수당 정부 출범 이후 내무장관에 기용돼 최장수 내무장관 재임 기록을 쓰는 등 풍부한 국정 경험, 신중한 스타일이 정국 안정을 이끌 적임자로 평가됐다.

특히 내무장관 시절 불법 이민에 대한 강경방침 등으로 인해 법질서 수호자라는 이미지도 얻었다.

캐머런처럼 국민투표 당시 EU 잔류를 지지했던 메이 총리는 그러나 총리직에 오르자 "브렉시트는 브렉시트"라는 유명한 말을 남기면서 국민의 뜻을 존중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이어 2017년 3월 29일 리스본 조약 50조에 의거해 EU 탈퇴의사를 공식통보하면서 브렉시트 협상을 진두지휘했다.

메이 총리는 그러나 재임 기간 내내 EU와 완전히 결별하기를 원하는 '하드 브렉시트'(Hard Brexit)와 EU 탈퇴에 따른 혼란을 최소화하기를 원하는 '소프트 브렉시트'(Soft Brexit) 지지자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면서 자신에게 기대됐던 리더십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

메이 총리는 지난해 11월 EU와 브렉시트 협상 합의에 도달했지만, 합의안은 영국 하원에서 세 차례 부결됐다. 이 과정에서 브렉시트는 당초 3월 29일에서 10월 31일로 연기됐다.

국민투표 후 3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브렉시트를 완수하지도, 그렇다고 대안을 제시하지도 못한 자신에 대한 사퇴 압박이 계속되자 메이 총리는 결국 지난 5월 조기사퇴를 발표했다.

메이 총리는 당시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총리 관저 앞에서 발표한 성명에서 "하원이 브렉시트 합의안을 지지하도록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다했다. 그러나 지지를 이끌어내지 못했다"며 사퇴 배경을 설명했다.

메이 총리는 자신이 사랑했던 나라를 위해 봉사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돼 감사하는 마음으로 일해왔다고 말하면서 눈물을 글썽이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메이 총리는 이달 중순 일간 데일리 메일과의 인터뷰에서 브렉시트로 인한 분열을 막지 못한 것을 후회한다고 밝혔다.

그는 "가장 어려운 것은 EU와의 협상일 것이라고, 의회가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 결과를 받아들여 이를 완수할 것이라고 잘못 판단했다"면서 "브렉시트를 위해 캠페인을 한 이들이 우리가 (EU를) 떠나는데 투표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들은 그러지 않았다"고 보수당 내 브렉시트 강경론자들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유권자들은 물론 보수당과 노동당 내에 퍼져있던 '하드 브렉시트'(hard Brexit)와 '소프트 브렉시트'(soft Brexit) 사이의 분열을 막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였어야 했다고 후회했다.

메이 총리는 일단 총리직에서는 물러나지만 하원의원직은 계속 유지할 예정이다.

메이 총리는 1997년부터 잉글랜드 남부 메이든헤드를 대표하는 하원의원으로 활동해 왔다.

메이와 달리 전임자인 데이비드 캐머런 전 총리는 총리 사퇴 후 몇달 뒤에 하원의원직도 관뒀다.

영국 총리는 역사적으로 총리직에서 물러난 뒤 귀족지위와 함께 상원에서 활동하던 때도 있었지만 최근에는 이같은 관례가 사라졌다.

pdhis95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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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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