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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백색테러 폭력배 유착설' 퍼지면서 홍콩경찰 곤혹(종합)

[연합뉴스] 기사입력 2019/07/23 05:41

폭력조직 '삼합회' 조직원 등 용의자 6명 체포
홍콩 재계 "송환법 철회해야" 캐리 람 장관에 양보 요구
백색테러 일어난 위안랑 지역서 주말 규탄 집회 열기로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대와 시민들을 정체불명의 남성들이 무차별 구타한 '백색테러' 사건을 둘러싸고 경찰과 폭력배의 유착설이 퍼지면서 홍콩 경찰이 곤혹스러운 상황에 빠졌다.

지난 21일 밤 홍콩 위안랑(元朗) 전철역에는 100여 명의 흰옷을 입은 남성들이 들이닥쳐 쇠몽둥이와 각목 등으로 송환법 반대 시위 참여자들과 시민들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했고, 이로 인해 최소 45명이 다쳐 병원으로 이송됐다.

23일 홍콩 명보, 빈과일보 등에 따르면 온라인에는 한 경찰 지휘관이 경찰 30여 명을 대동하고 흰옷을 입은 남성들과 대화하는 장면을 찍은 동영상이 유포되고 있다.

이 동영상에서 흰옷을 입은 한 남성은 경찰 지휘관에게 "시위대가 쇼핑몰에 모여있는 것은 매우 골치 아프다"며 "경찰이 이들을 쫓아낼 수 없다면 우리가 대신해서 도와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남성은 지난 14일 사틴 지역에서 경찰과 시위대의 충돌을 언급하면서 경찰을 위로하기도 했다.

홍콩경찰-'백색테러' 용의자 대화 영상 공개…경찰 곤혹 / 연합뉴스 (Yonhapnews)[https://youtu.be/1cH9ffVCB-4]

이에 이 경찰 지휘관은 이 남성의 어깨를 두드리면서 "호의만 감사히 받겠네. 여러분의 도움이 우리를 힘들게 하는 것은 원하지 않네"라고 말했다. 이어 현장에 있던 사람들에게 걱정하지 말라고 밝혔다.

그렇지 않아도 늑장 출동과 안이한 대처 등으로 비판을 받는 홍콩 경찰은 이 동영상으로 인해 더욱더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이게 됐다.

21일 밤 10시 30분께 백색테러 사건이 발생한 직후 수백 통의 신고 전화가 경찰에 쏟아졌지만, 경찰은 최초 신고 접수 후 35분이 지나서야 현장에 도착했다.

더구나 사건이 발생하기 수 시간 전인 저녁 6시부터 수백 명의 흰옷을 입은 남성들이 위안랑 역 인근에 집결했지만, 경찰은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았다.

21일 밤 10시 30분께 발생한 1차 테러에 이어 이날 자정 무렵 위안랑 인근 남핀와이 지역에서 시민 200여 명이 흰옷을 입은 남성들과 맞서고 일부는 심하게 구타당했지만, 이때도 경찰은 즉각 출동하지 않았다.

사건 발생 후 경찰은 위안랑 역 인근을 수색해 흰옷을 입은 남성들을 다수 발견했지만, 이들을 체포하지 않고 쇠몽둥이 몇 개만을 압수해 '경찰-폭력배 유착설'의 실마리를 스스로 제공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는다.

전날 기자회견에서 홍콩 행정 수반인 캐리 람(林鄭月娥) 행정장관과 스테판 로 경무처장은 '경찰-폭력배 유착설'을 강하게 부인했지만, 야당은 관련 의혹을 제기하면서 공세에 나섰다.

범민주 진영의 에디 추 의원은 "폭력배들이 시민들을 무차별적으로 폭행할 때 경찰은 모습조차 보이지 않았다"며 "이는 경찰과 폭력배가 결탁했다는 것을 명백하게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백색테러 사건이 사전에 치밀하게 기획됐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백색테러 사건이 발생한 21일 오전부터 소셜미디어에서는 위안랑 지역이 위험하니 송환법 반대 시위에 참여한 시민들은 위안랑 역에서 하차하지 말라는 경고의 메시지가 돌았다.

위안랑 지역으로 돌아가는 시위 참여자는 송환법 반대 시위를 상징하는 검은 옷이 아닌 다른 색깔의 옷을 입을 것도 권고됐다.

위안랑 지역 주민들에게 검은 옷을 입지 말고 21일에는 외출을 삼갈 것을 권하는 메시지도 소셜미디어에서 유포됐다.

홍콩 경찰은 뒤늦게 행동에 나서 전날 밤 백색테러 용의자 6명을 체포했다.

여기에는 홍콩 폭력조직 삼합회(三合會)의 일파인 '14K', 'WSW(和勝和)' 등의 조직원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폐쇄회로(CC)TV 영상, 온라인 동영상, 제보 등을 바탕으로 이들을 체포했으며, 다른 백색테러 가담자들도 추적하고 있다.

한편 홍콩 사회를 충격에 빠뜨린 백색테러 사건의 여파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전날 홍콩 시민 100여 명은 백색테러 가담자들과 유착 의혹을 받는 친중파 입법회 의원 허쥔야오(何君堯)의 사무실에 몰려가 집기를 부수는 등 거칠게 항의했다.

허 의원은 위안랑 역 인근에서 흰옷을 입은 사람들과 악수를 하고 강력한 지지를 나타내면서 "이들은 영웅이다"라는 발언을 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허 의원은 나중에 이들과의 유착 의혹을 부인했다.

전날 오후 미국 애플 사는 홍콩 내에 있는 5개 매장의 문을 닫고 직원들을 조기 퇴근시켜 홍콩 사회에 퍼진 불안감을 짐작케 했다.

백색테러가 발생한 위안랑 지역에서는 상점들이 일찌감치 문을 닫고 주민들이 동네를 지키기 위해 자경단을 조직하는 등 스산한 모습이 연출됐다.

통상 친중국 성향을 나타내는 재계도 사태의 수습을 위해 캐리 람 행정장관이 물러설 것을 촉구했다.

홍콩 재계를 대표하는 단체 중 하나인 홍콩총상회는 성명을 내고 "사태의 해결을 위해 홍콩 정부가 송환법안을 철회하고, 독립된 위원회를 구성해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을 조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4천여 개 회원사를 거느린 홍콩총상회는 중화총상회, 중화공상연합회, 공업총회 등과 함께 홍콩의 4대 재계 단체 중 하나이다. 창립 후 155년이 지나 4대 재계 단체 중 역사가 가장 길다.

홍콩 정부가 추진했던 송환법은 홍콩과 범죄인 인도 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중국 등에도 범죄자를 인도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 법이 반체제인사나 인권운동가를 중국 본토로 송환하는 데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 속에 대규모 시위가 이어지자 캐리 람 행정장관이 '송환법이 죽었다'고 선언했지만, 시위대가 요구하는 법안의 완전한 철회는 거부하고 있다.

한편 27일과 28일 홍함, 토카완, 정관오 등에서 송환법 반대 집회를 열기로 했던 재야단체 등은 이를 모두 취소하고 27일 오후 3시 위안랑 지역에서 위안랑 역 백색테러 사건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기로 했다.

ssah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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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승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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