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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딸 논란이 불러온 분노…'스펙 못 쌓는 환경' 가진 사람들

[연합뉴스] 기사입력 2019/08/21 01:02

외고생 시절 의학논문 1저자 논란…후보자 관련성·위법성 적지만 공분
부모 동원 '스펙쌓기' 공공연한 사실…"스카이캐슬이 차라리 정직"

(세종·서울=연합뉴스) 이효석 이재영 기자 = "스펙 쌓을 능력과 환경 덕에 경쟁에서 승자가 된 소수는 승리의 기쁨을 누겠지만 그렇지 못한 다수는 큰 상처만 입을 것이다."

21일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014년 출간한 '왜 나는 법을 공부하는가'를 보면 그는 이른바 '스펙경쟁'에 골몰하는 한국사회를 두고 이렇게 우려했다.

조 후보자의 딸이 외국어고등학교에 재학하던 2008년 같은 학교 학부모인 한 의과대학 교수의 도움으로 의학논문 제1저자에 이름을 올렸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학생과 학부모를 중심으로 일어난 분노가 가라앉을 기미가 안 보인다.

문제가 된 논문이 단순히 대학입시를 위한 '스펙용'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하지만 의대교수들 사이에서도 "해당 논문은 고등학생이 뇌 신경질환에 대한 이해도 없이 1저자로 참여하기 불가능한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조 후보자 딸을 논문에 참여시킨 교수도 언론에 "외국대학에 간다기에 선의로 도와줘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 논문은 조 후보자 딸이 2010년 고려대 세계선도인재전형을 치를 때 제출한 자기소개서에 언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조 후보자 딸 논문 논란은 다른 의혹과 논란에 견줘 후보자와 관련성이나 위법일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평가가 많다.

그러나 이와 상관없이 여론은 싸늘하다.

조 후보자가 걱정한 '스펙을 쌓을 능력과 환경이 되지 않은 다수가 큰 상처를 입는 상황'이 그의 딸 때문에 벌어지고 있다.

한국사회에서 교육, 특히 입시만큼 논란이 뜨거운 주제는 드물다.

매년 대학수학능력시험 날이면 주식시장 개·폐장이 늦춰지고 듣기평가 시간에 맞춰 항공기 이·착륙이 중단되지만, 누구도 문제 삼지 않는다. 한국사회가 입시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교육계에서는 조 후보자 딸 논문 논란이 한국사회의 역린(逆鱗)이 입시라는 '사실'을 다시 확인시켰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입시는 이 사회에서 여전히 중시되는 학벌이라는 일종의 '문화자본'을 분배하는 방법이면서 다른 사회제도에 견줘 공정했고 또 공정해야 한다고 여겨지는 제도이기 때문에 공정성이 훼손되면 거대한 분노가 일어난다.

물론 입시가 완전히 공정하지 않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학생부종합전형을 위시한 대학 입시 수시모집에 합격하고자 부모의 인맥을 비롯한 네트워크를 활용해 '스펙만들기'가 이뤄진다는 점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물론 정부도 잘 안다.

대학교수들이 자녀를 논문 공저자로 올려 스펙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한다는 지적에 정부가 2017년 말부터 3차례에 걸쳐 대대적 조사를 벌인 결과, 공저자에 미성년자가 포함된 논문은 2017년부터 10여년간 총 549건에 달했다. 드러난 것만 이 정도로 조 후보자 딸의 논문처럼 알려지지 않은 것도 상당수로 추정된다.

스펙용 거짓 논문이 많아지자 지난해 교육부는 지금 고등학교 1학년부터 학생부에 소논문(R&E)활동을 기재하지 못하게 했다. 물론 직후 소논문활동과 비슷한 활동을 담임교사가 학생부 세부특기사항에 적어주거나 스스로 자기소개서에 반영하는 사실상 '꼼수'가 바로 등장했다.

한 입시전문가는 "국내에 입학사정관제가 도입되고 대입에서 수시모집 비중이 늘어나면서 부모가 아는 대학교수를 통해 연구소에서 인턴을 하며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방식이 유행했다"면서 "이런 활동이 실제 대학을 가는 데도 유리하게 작용했다"고 말했다.

다른 입시전문가는 "요즘 학생들 자기소개서를 읽어보면 전문용어가 너무 많아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가기도 한다"면서 "입시컨설턴트 수준이 아니라 대학교수가 봐줘야 나올 수 있는 수준이더라"고 전했다.

그는 "서민도 지인을 통해 자녀를 소방서나 구청에서 봉사활동을 하게 하는 등 '스펙만들기'를 하긴 한다"면서도 "조 후보자의 딸 논문 논란은 일부 계층은 완전히 다른 세계에 산다는 점을 확인시켜줘 더 논란인듯싶다"고 덧붙였다.

누리꾼 사이에서는 "지난해 방영된 드라마 스카이캐슬은 돌이켜보니 정직한 사람들 이야기였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스카이캐슬 주인공들은 도가 지나치긴 했지만, 자녀를 공부 시켜 시험을 잘 보게 하려 했다는 점에서 스펙을 만들어주는 것보다는 정직하다는 것이다. 조 후보자 딸 논문 논란은 수능 중심의 정시모집과 수시모집 비중 논란으로 번질 것으로 예상된다.

수능도 준비과정에 집안 환경 등이 영향을 주지 않는 것은 아니어서 완벽히 공정하지는 않지만 모든 수험생이 한날한시에 시험을 치르는 최소한의 공정함은 유지되지 않느냐는 기존 주장이 다시 힘을 얻을 것으로 전망된다.

익명을 요구한 입시전문가는 "일부 상류층 학생들에게는 입시에서 내신성적 같은 것은 아무 의미가 없었다는 것인데 이들이 입시제도를 얼마나 우습게 여겼겠냐"면서 "입시구조는 물론 교육체제 전반을 다시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jylee2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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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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