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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매료시킨 마사코 日왕비…그를 병들게 한 지옥의 25년

[한국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9/10/19 14:02

[후후월드]비운의 日왕세자비 마사코, 새 왕비상 정립할까



지난 12월 일본 왕실 궁내청이 공개한 마사코 왕비의 사진. 반려견 유리와 함께 포즈를 취했다. [일본 궁내청=APㆍ연합뉴스]






한ㆍ일 관계의 분수령이 될 이낙연 국무총리의 방일(22~24일)에서 주목할 인물이 있다. 22일 즉위식을 갖는 나루히토(德仁ㆍ59) 일왕의 왕비 마사코(雅子ㆍ56)다. 마사코 왕비는 결혼 전 1987~93년 외무성에서 근무하며 “세계의 평화를 위해 일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던 외교관이었다. 커리어가 더 소중하다는 이유로 나루히토 당시 왕세자의 청혼도 7년 동안 거절했을 정도로 외교에 애정이 깊다.

마사코 왕비는 외시 합격 동기들과도 연을 이어가고 있다는 후문이다. 한ㆍ일 관계에 정통한 외교소식통은 중앙일보에 “왕비로 등극한 뒤에도 동기가 해외에 부임할 때 축하 e메일을 잊지 않고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즉위식을 맞이하는 마사코 왕비의 감회는 남달리 깊을 터다. 왕세자비 시절은 그에게 암흑기였기 때문이다. 그는 후계를 이을 왕자를 출산하라는 왕실 안팎의 압박에 시달리다 적응장애 판정을 받고 대상포진도 앓았다. 약 10년 간 칩거하며 왕실 제사 등 공무도 수행하지 못했다. 왕실이 그에게 아들 출산 전까지 해외 순방을 금지했다는 얘기도 나왔다. 그가 자살을 시도했다거나, 폐출(廢黜)될 위기에 처했다는 설은 일본 주간지 단골 소재였다.




지난 5월 왕궁으로 향하는 나루히토 일왕과 마사코 왕비. [AP=연합뉴스]






즉위식과 함께 마사코의 암흑기는 끝난다. 이젠 그가 전직 외교관으로서의 자질을 살려 새로운 적극적 왕비상을 정립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지금 시대엔 드물게 여성의 즉위를 금지하는 일본 왕실이 변화할 수 있을지도 관심을 모은다.

그는 지난해 12월 9일 자신의 생일에 맞춰 성명을 내고 “(왕비로서의) 앞일을 생각하면 내가 얼마나 도움이 될 지 불안하다”면서도 “국민의 행복을 위해 헌신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체력 회복을 위해 노력한 결과, 예전보다 많은 공무를 할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도 매료시킨 21세기형 왕비

왕비로서의 그의 데뷔 무대는 지난 5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일 행사였다. 5월27일 왕궁 만찬에서 외교 관례상 그는 주빈인 트럼프 대통령의 오른쪽에 앉았다. 뒤에 통역이 있었지만 1시간 넘는 만찬 동안 통역은 입을 열 필요가 없었다. 마사코 왕비가 유창한 영어로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대화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마사코 왕비에게 계속 질문을 던졌고 그의 답변을 들으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멜라니아 여사와도 양볼에 키스를 나눌 정도로 친분을 쌓았다. 일본 여론도 그에 대해 “기품이 넘친다”며 열광했다. 그의 외교관 DNA가 빛난 데뷔였다.




트럼프 대통령과 통역 없이 영어로 대화 나누는 일본 마사코 왕비. 둘이 직접 영어로 대화하자 뒤에 앉은 통역이 먼 곳을 보고 있다. [유튜브 캡처]






마사코 왕비의 아버지 오와다 히사시(小和田?)도 외교관이었다. 마사코 왕비에겐 외교관의 피가 흐르는 셈이다. 아버지 오와다는 주미 일본대사관 공사 등 요직을 거쳐 국제사법재판소(ICJ) 소장까지 지냈다. 독도 영유권부터 강제징용 보상 등 한ㆍ일관계 주요 갈등 이슈마다 거론되는 그 ICJ다.

이런 아버지를 따라 마사코 왕비는 어린 시절 미국ㆍ러시아 등지에서 성장했다. 덕분에 영어ㆍ러시아어ㆍ프랑스어에도 능통하지만 일본어 역시 잊지 않기 위해 각별히 애썼다고 한다. 하버드대에서 경제학을 공부한 그는 졸업하면서 우등생인 마그나 쿰 라우데(Magna Cum Laude)로 선정됐다. 그의 지도교수였던 유명 경제학자 제프리 삭스는 마사코의 졸업 논문에 대해 “학부생으로서는 놀라운 수준의 컴퓨터 분석 기술을 선보였다”며 “밤 늦게까지 컴퓨터와 씨름하던 그의 모습을 잊을 수 없다”고 호평했다.

귀국 후 그는 도쿄대 법학부 3학년으로 편입한다. 하지만 곧 중퇴하는데, 외무고시에 합격했기 때문이다. 87년 외무성 근무를 시작한 그에겐 운명의 만남이 기다리고 있었다.

비판 받은 이유…남편보다 키 커서, 말 많이 해서

마사코 왕비가 86년 외시에 합격했을 당시 여성 외교관의 숫자는 극히 드물었다. 일본 방송국이 그를 여성 합격자라는 이유만으로 인터뷰했을 정도다. 테레비 도쿄의 당시 인터뷰 영상을 보면 마사코는 커트 머리에 밝은 미소를 띄우고 “일과 가정도 양립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결혼해도 일은 계속 하고 싶다”거나 “여성도 외교관을 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고 생각한다” “세계의 번영과 평화를 위해 일하고 싶다”며 똑 부러진 모습을 보였다.




마사코 왕비가 1986년 외무고시에 합격한 뒤 테레비도쿄와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당시 여성 합격자가 드문 상황이었기에 인터뷰 대상이 됐다. "여성으로서 해나갈 수 있는 일이라는 기분이다"라는 취지로 말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그러나 그해 스페인 엘레나 공주의 환영 리셉션에 신입 외교관으로 참석하며 마사코의 운명은 바뀐다. 나루히토 당시 왕세자가 마사코에게 한눈에 반했기 때문이다. 나루히토 왕세자는 마사코에게 “어떤 외교관이 되고 싶냐”고 물었다고 한다. 나루히토는 이후 “마사코 상이 자신의 생각을 확실히 말하는 스타일이라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며 “강한 인상을 받았고, 마사코 상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즐겁다”고 밝혔다.

마사코의 생각은 달랐다. 나루히토 왕세자가 꽃을 보내고 구애를 해왔지만 그는 업무에 집중했다. 영국 옥스퍼드대로 연수를 떠났지만 나루히토 왕세자의 구애는 계속됐다. 옥스퍼드까지 따라온 기자들에게 그는 “외무성을 그만두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러나 나루히토 왕세자는 “마사코 상이 아니면 결혼하지 않겠다”고 했고, 결국 둘의 결혼을 위해 외교관들이 총출동했다. 그의 아버지까지 마사코를 설득해 둘의 티타임을 마련했다.

이 자리에서 왕세자는 “(결혼을 하면) 외교관을 그만둬야 하는 것은 맞지만 왕비로서 나와 함께 왕실 외교관이 되면 어떻겠냐”는 논리로 마사코를 설득했다고 한다. 나루히토가 “평생 전력을 다해 마사코 상을 지키겠다”고 한 말은 일본 젊은이들의 단골 프러포즈 대사가 됐다.




1993년 6월9일 나루히토(왼쪽) 당시 왕세자와 결혼식을 올리는 마사코. 나루히토는 마사코에게 "평생 전력을 다해 마사코 상을 지키겠다"고 프러포즈했다. [AFP=연합뉴스]






그러나 그의 시련은 결혼 발표 기자회견부터 시작됐다. 시선을 아래로 향하고 두 손을 모은 공손한 모습으로 회견에 임했지만 일본 보수파들은 “남편보다 19초를 더 말하다니 건방지다”거나 “남편보다 키가 크다”며 트집을 잡았다. 결혼 초기엔 외교에 관여하며 적극적 모습을 보였지만 “임신은 왜 못하느냐”는 비판에 시달리다 결국 칩거에 들어갔다. 수차례 유산 후 2001년 딸 아이코(愛子)를 낳았지만 아들을 출산하라는 압박은 더 심해졌다.




2009년 일본 왕실이 공개한 나루히토 당시 왕세자와 마사코 왕세자비, 딸 아이코 공주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이같은 시련은 이제 과거의 일이 됐다. 일본 언론은 그의 외동딸 아이코 공주의 왕위 승계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한때 학교에서 이지메(집단 괴롭힘)를 당하며 섭식장애까지 겪었지만 아이코 공주는 모전여전으로 수재라고 한다. 곧 대학 입시를 치러야 하는 그는 도쿄대 합격 안정권 수준의 실력을 갖고 있다고 보도되고 있다. 지난 2017년 마이니치 신문의 여론 조사에선 3명 중 2명이 여왕의 즉위가 가능하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 재미로 풀어보는 오늘의 퀴즈
마사코(雅子) 일본 왕비, 그가 알고 싶다!
22일 일왕 즉위식의 또 다른 주인공은 마사코 왕비입니다. 촉망받던 외교관에서 왕세자비로 신데렐라가 됐지만 힘든 시절을 겪었던 마사코. 그에 대해 알아봅시다.
Q1 :일본의 새 왕비 마사코는 미국의 명문대에서 경제학을 공부했습니다. 어떤 대학일까요?
Q2 :마사코 왕비의 딸 이름은 무엇일까요?
-정답확인 : https://news.joins.com/article/olink/2320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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