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s Angeles

61.0°

2019.11.16(Sat)

"영문도 모른 채 교회 친구들과 헤어져야 했다"

[LA중앙일보] 발행 2019/10/22 종교 22면 기사입력 2019/10/21 19:46

이슈 기획: 한인 이민교회 이대로 좋은가
교회내 갈등과 분쟁<2>

한인 교계내 불미스러운 일은 교세 감소로 이어진다. 이는 젊은층이 1세권 한인 교회를 떠나는 원인으로 지적된다. [중앙포토]

한인 교계내 불미스러운 일은 교세 감소로 이어진다. 이는 젊은층이 1세권 한인 교회를 떠나는 원인으로 지적된다. [중앙포토]

교회 분쟁과 갈등 폐해 심각
끊이지 않는 사기 사건도 논란

2세가 '한인 교회' 떠나는 이유
해결·중재 제도 없어 더 문제


교회는 한인 사회와 함께 성장했다. 신앙적 목적 외에 '사회 공동체'로서의 역할까지 담당했다. 이는 교회가 친목 또는 인맥 확장 등을 위한 하나의 기관으로 인식되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한인 사회에서 발생하는 일들은 교회와 연관된게 많다. 그렇다보니 말도 많고 탈도 많은게 이민 교회다.

한인교회에서 사기 관련 문제가 불거진 적은 많았다.

교회내에서 관계를 통한 투자 또는 돈 거래는 종교 단체 특성상 교인간 신뢰나 종교적 신념을 바탕으로 한 믿음 때문에 피해를 당할 확률이 높다.

실제 지난 2017년 시애틀 지역 40대 한인 부부(그레이스 ·로렌스 홍)가 헤지 펀드 회사를 세운 뒤 한인 교회를 돌며 수백만 달러의 사기극을 벌인 혐의로 체포됐던 사건은 논란이 컸다.

당시 수사를 펼쳤던 FBI측은 "이들 부부는 주로 한인 교회를 돌며 투자자를 모집했다. 자신들의 재능을 기독교인을 돕는데 쓰고 싶다는 식으로 간증을 한뒤 교인들로부터 투자금을 받아내는 방식으로 사기행각을 벌였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지난 2016년에는 어바인 지역 유명 한인 목사 P씨가 교인들과의 투자비자(E-2) 관련 소송에서 사기 및 부당 이익을 챙긴 혐의로 패소해 논란이 됐었다.

재판에서 승소한 피해 교인은 "(목사가) 자녀 교육 문제를 빌미로 미국서 투자 비자를 받게 해주겠다고 제의를 했었다. 유명 목사였기 때문에 믿을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이러한 종류의 사기 행각을 '어피너티 프러드(affinity fraud·친밀한 관계를 이용한 사기)라고 지칭한다.

교회내 네트워크, 종교라는 특정 영역, 신앙을 빌미로 신뢰를 내세운 뒤 이를 교묘하게 이용하는 수법이다.

이러한 사건들은 비교인 한인들이 교회를 외면하게 만드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김윤성(46·부에나파크)씨는 "한인 교회에 나가면 말도 많고 워낙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 보니 종교 생활 자체 보다 잿밥에 관심이 많은 경우를 보는게 싫어서 안가게 된다"며 "지인들중에는 비즈니스 인맥을 쌓기 위해 일부러 출석하는 경우도 있는데 한인 교회는 종교 단체로서 제기능을 잃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기독교와 밀접한 한인 사회 특성상 교회 관련 논란은 매번 한인들의 관심사다. 교회내 싸움으로 교인들이 분열하고 심지어 교회가 갈라지는 사례는 비단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사안의 옳고 그름을 떠나 교회 분쟁은 양측 모두에게 상처로 남는다.

지난 9월 담임목사를 둘러싼 문제로 내분을 겪다가 예배당 매각을 두고 투표까지 벌인 브레아 지역 나침반교회는 현재 양측이 해결책을 찾고 있다.

지난 8월에는 얼바인침례교회 교인들간의 법적 소송이 마무리 됐다. 교회측(안수집사ㆍ원로목사)이 승소했지만 이 교회는 결국 쪼개졌다.

이 밖에도 세계아가페선교교회, 나성동산교회, 동양선교교회, 동부장로교회, 나성영락교회, 미주성산교회, 선한목자장로교회 등 유수의 교회가 각종 문제로 몸살을 앓은 바 있다.

수지 최(54ㆍLA)씨는 "대부분 한인들이 교회와 연결돼 있고 이민 생활이 교회를 중심으로 이뤄지는데 주변 교회에서 발생하는 일이 어떻게 안 들릴수 있겠느냐"며 "미국내 한인 인구가 100만명이 넘는다고 하는데 이미 중심에는 교회들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에 교회 관련 소식은 교인이든, 비교인이든 관심이 많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교회가 분쟁에 휘말릴때 이를 중재 또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관이나 제도가 딱히 없는 것도 문제다. 교회마다 소속 교단이 있긴 하지만 교단의 역할은 상당히 제한돼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인은 "교회 싸움에 휘말려봤는데 교단이나 노회도 목사간의 정치나 인맥 등으로 서로 눈치를 보느라 '올바른 소리' 한마디 못하더라"며 "한인 교회는 워낙 개별적으로 운영되는데다 교회가 세상에 본이 되지 못하고 오히려 세상이 교회를 걱정하는 시대가 된 것 같아 안타깝다"고 전했다.

한인 교계내 불미스러운 일은 교세 감소로도 이어진다. 특히 이는 젊은 교인들이 1세권 한인 교회를 떠나게 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한인 2세 사역을 담당하는 데이브 노 목사(어바인)는 "한인 2세들과 상담을 해보면 부모를 따라 어릴때부터 한인 교회를 다닌 경우가 많다"며 "하지만 성장 과정에서 교회내 다툼과 분쟁 등을 보면서 가치관적으로나 문화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도 있고 실망감이 커져서 부모로부터 독립하거나 대학 진학시에 한인 교회를 떠나버리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실제 한인교계내에서는 '조용한 탈출(silent exodus)'이라는 용어는 화두가 된지 오래다. 이민신학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한인 2세 2명 중 1명(54.2%)은 "고등학교 이후 이민교회를 떠난다"고 응답했다. 대학 진한 후 교회를 떠나는 2세들도 26.1%에 달했다. 이를 합하면 무려 10명 중 8명꼴로 고등학교 이후 한인 교회를 떠나고 있는 셈이다.

대학생 제니퍼 유(21ㆍUCLA)씨는 "어릴적 가장 싫었던 기억중 하나는 부모님이 어느날 갑자기 '다음주 부터 다른 교회에 나가야 한다'고 말할 때였다"며 "영문도 모르고 친구들과 헤어져야 했고 부모님의 결정에 따라 교회를 옮겨야 했는데 알고보니 교회가 분쟁을 겪으면서 갈라졌기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현재 유씨는 미국 교회를 다니고 있다.

유씨는 "이제는 언어, 문화, 정서적 차이로 인해 한인교회에 나가기가 애매해졌고 1세대 한인 교회에 대한 이미지가 부정적이어서 미국 교회에 다니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한인 사회는 이민 1세대와 2세대가 선명하게 갈리는 시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인 교회들의 고민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세대가 바뀌면서 이민 교회의 기능과 역할, 존재성 등에 대한 변화가 요구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이민 교회가 안고 있는 상처는 덮고 교회의 순기능을 강화,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는 화두를 던진다.

이윤성 목사(LA)는 "실제 한인교회들이 다음 세대를 위해 고민하고 있고 급변하는 이민 사회속에서 어떻게 생존해야 하는지 걱정하지만 아직 뚜렷한 정답은 없는 상태"라며 "과거 이민 교회는 '모인다'는 것에 집중하면 됐지만 이제는 언어, 문화, 세대, 가치관은 물론이고 생존 자체까지 고민해야 하는 복잡한 상황임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금주의 종교 기사 모음-2

오늘의 핫이슈

PlusNews

포토 뉴스

전문가 칼럼전문가 전체보기

HelloKTow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