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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내면 아이' 돌보기

[LA중앙일보] 발행 2019/10/22 종교 26면 기사입력 2019/10/21 20:00

'아이들의 사생활'이라는 프로를 흥미롭게 본 적이 있었다. 그 프로그램은, 아이들의 자아존중감이 아이들의 자아상과 깊은 연관성이 있으며, 더군다나 리더십과도 상관관계가 있음을 소개해 주었다. 자기 자신을 존중하는 아이는 자신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며 다른 아이들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반면, 자신을 존중하지 않는 아이는 부정적인 자아상을 가지며 다른 아이들과 관계 맺는 것을 힘겨워했다.

어린 아이들일수록 어른들에게 전적으로 의존하며 발달 과정상 많은 것을 필요로 한다. 그런데 아이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제때 제공받지 못하거나 부모로부터 버림받으면 아이들은 ‘수치심’을 갖게 된다. 마법적인 사고에 젖어있는 아이들은 부모를 이상화시켜 부모들이 잘못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한다. 그것은 자신들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자신들이 잘못했다고, 자신들이 나쁘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나쁘다고 생각하는 아이는 그런 자기 자신을 존중하지 못한다. 있는 모습 그대로 드러나게 해서는 사랑받을 수 없다고 믿는 아이는 그때부터 부모가 좋아하는 모습을, 선생님이 좋아하는 모습을, 친구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사회가 좋아하는 모습을 만들어 낸다. 이렇듯 자신의 본 모습을 감추고 수많은 역할에 충실하다 보면 그 아이는 ‘진짜 자아’가 어떤 모습인지를 잊어버린다. 나아가 ‘진짜 자아’와 관계 맺는 방법조차 잊어버린다. 마치, 하느님과 형성된 깊은 유대감을 잃어버리고 하느님과 분리된 스스로의 자의식을 갖고 자기 힘으로 살아가려는 죄인들처럼!

있는 모습 그대로 살아갈 수 없다는 것, 그것은 실로 엄청난 아픔이다. 그 아픔이 삶의 여정 중 여러 경로를 통해 스멀스멀 올라온다. 이것을 직면할 자신이 없는 사람들은 이것을 가려줄 어떤 매개체를 필요로 한다. 약물, TV 시청, 게임, 쇼핑, 일, 업적 등. 일시적으로는 기분 전환을 도와주지만 결국 병적인 관계로 진행되는 것들과 마침내 깊은 관계를 맺고 만다.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되겠다고 느껴 용기를 내어 홀로 내면을 들여다보면, 어렵지 않게 못난이 삼형제(우울, 불안, 무기력)와 마주하게 된다. 그밖에도 썩 달갑지 않은 놈들이 이래저래 자신의 모습을 드러낸다.

이런 놈들을 마주하려면 상당한 용기와 인내가 필요하다. 그 순간 조건 없이 사랑하시는 하느님을 떠올리면 용기가 생긴다. 갓난아기를 들여다보는 엄마의 눈길을 의식할수록, 아이를 위해 헌신할 각오가 되어 있는 아빠의 비장함을 떠올릴수록, 오랫동안 방치해 어디서부터 손댈지 모를 상처받은 ‘내면 아이’(inner child)를 더욱 더 샅샅이 찾아보게 된다. 조건 없이 용서하시는 하느님을 믿고 일그러진 자아를 찾아내면 낼수록, 감사의 향기는 더욱 더 진하게 피어날 것이다.(루카 7,50 참조)

park.pi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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