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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시위광장 코앞 한인상점 300개 “매출 반토막 ”

[한국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9/11/05 07:08

격화되는 칠레 시위 현장 르포
액세서리 도매점 운영 60대 한인
“40년 살았지만 이런 시위 처음”
교민들 약탈 맞서 자경단 만들어



한인 상가가 밀집한 칠레 산티아고 최대 의류·액세서리 도매시장인 파트로나토(patronato)의 한산한 모습. [이광조 JTBC 촬영기자]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열린 지 18일 째인 4일(현지시간) 칠레에는 지진까지 발생했다.

시위로 올해 경제성장률이 곤두박질할 것이라는 경고도 나왔다. 칠레가 생활 터전인 한국 교민들 마음도 착잡하다. “시위대를 이해하지만, 그로 인한 매출액 감소가 공포 수준”이라는 게 교민들 얘기다.

11월의 첫 월요일인 이날 시위대는 수도 산티아고 시내 이탈리아광장과 대통령궁 앞 헌법 광장으로 속속 모여들었다. 주말 보다 더 많은 시위대가 광장과 주변 도로, 공원을 가득 메웠다.

시위대는 경찰 진압차를 차단하기 위해 도로 위에 바리케이드를 치고 불을 질렀다. “칠레를 근본적으로 뜯어고치자”는 구호가 넘쳐났다. 시위대와 경찰 간 격렬한 충돌도 되풀이됐다.

시위가 점점 수그러들 것이란 전망은 빗나갔다. 택시 기사 가브리엘 브라보(44)는 “정권이 시민의 요구를 진작 들어줬더라면 이번 사태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정권이 바뀌지 않는 한 지금 상황이 바뀔 일은 없다”고 말했다.

광장 시위가 한창인 이날 오후 6시 53분쯤 산티아고가 흔들렸다. 산티아고 북쪽 280㎞ 떨어진 이야펠 지역에서 발생한 규모 6.0의 강진 탓이다. 교민 안정호(32) 씨는 “식당에서 의자와 식탁이 흔들려 트럭이 지나가는 줄 알았는데 지진이었다”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시위대가 집결하기 전 신임 이그나시오 브리오네스 재무장관은 올해 칠레 경제성장률이 시위 때문에 2.0~2.2% 수준으로 하락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올해 전망 성장률은 2.6%였다.

그러나 시위대는 꿈쩍하지 않았다. 6일엔 택시와 버스, 트럭 기사가 참가하는 더 큰 시위도 예고됐다.

시위대의 성지인 이탈리아 광장에서 걸어서 10여 분 떨어진 산티아고 최대 의류·액세서리 도매시장 파트로나토(Patronato). 한인 상점 300여 개가 모여 있다. 2500명 교민 사회의 중심이자 생계 터전이다.

이곳에서 액세서리 도매점을 운영하는 김지용(63) 전 칠레 한인회장은 “40년 칠레 인생에서 이런 시위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민들이 자신의 권리를 찾겠다는 건 나쁘다고 보지 않는다”면서도 “시위가 폭력적으로 장기화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고 말했다.

요식업에 종사하는 김지현씨는 “부유층이 사는 윗동네와 서민 지역인 아랫동네의 격차가 크다는 점에서 심정적으로는 이해가 되지만 시위가 폭력적으로 흘러선 안 된다”며 걱정했다.

한인 상점들은 이번 시위로 직격탄을 맞았다.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김승환(62) 씨는 “유동인구가 7분의 1로 줄었고 매출은 반 토막 났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의류도매업을 하는 안병식(60) 씨는 “여름(칠레는 한국과 계절이 반대)을 앞둔 11월 매출이 가장 좋은데, 지금은 60~70%나 줄어 걱정이 크다”고 했다. 지방의 도매상인들이 물건을 떼러 올라 올 때인데, 시위로 교통이 마비됐기 때문이다.

교민들은 ‘시위로 상점이 피해를 보지 않을까’하는 걱정에 자경단을 조직해 3교대로 순찰 활동을 했다. 4일부터는 용역업체를 고용해 24시간 순찰에 들어갔다.

주칠레 한국대사관 양호인 공사는 “교민 800여명이 가입한 카톡방을 통해 수시로 시위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며 “방화나 약탈 등 직접적 피해는 없지만, 영업 손실에 대한 교민들 우려가 크다” 말했다.

산티아고(칠레)=임종주 특파원 lim.jongju@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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