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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준환 법률칼럼] 뉴트로와 저작권

[뉴욕 중앙일보] 발행 2019/11/27 미주판 7면 기사입력 2019/11/26 14:03

장준환/지식재산권 변호사

서울의 한 식당에 갔을 때의 일이다. 옆 테이블의 20대 초반쯤 되는 청년이 “진로 한 병 주세요”라고 말했다. 순간적으로 의아했다. ‘진로라니, 없어진 지가 언젠데.’ 하지만 식당 종업원은 군말 없이 진로를 가지고 왔다. 가만히 살펴보니 이름과 병 디자인은 옛날 모습인데, 최근에 출시된 신상품이었다.

이런 상품이나 문화를 ‘뉴트로(Newtro)’라고 한다. 새로움(New)과 복고(Retro)를 합친 신조어이다. 굳이 번역하면 ‘새로운 복고’ 정도다. 뉴트로는 단순한 복고와는 다르다. 진로를 예로 들면, 옛 진로를 그대로 다시 출시하면 복고이고 과거의 디자인과 맛의 일부를 유지하여 옛 느낌을 살리면서 알코올 도수 등을 현대적으로 바꾸어 내놓으면 뉴트로가 된다. 전통 양식을 그대로 재현한 한옥이나 옛 스타일 그대로의 한복 등은 복고라 하고, 전통 양식에 현대적 디자인을 가미한 한옥이나 옛 느낌을 유지하면서 요즘 감각을 섞은 한복은 뉴트로라 한다.

뉴트로는 기성세대에게는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복고적 성향으로 다가오지만, 젊은 세대에게는 경험해보지 못한 낯설고 새로운 것이다. 그래서 요즘 마케팅에서 자주 사용되며 성공 사례도 많다.

과거와 현재가 뒤섞인 뉴트로는 저작권상 예민한 문제를 불러일으킨다. 전통은 사회 전체가 저작권을 공유하지만, 여기에 새로운 창작이 가미된다면 그 권리를 보호해야 하기 때문이다. 예로 든 한옥이나 한복에서 심심치 않게 저작권 분쟁이 생기는 것은 이런 이유이다.

대개 뉴트로 창작물은 2차 저작물이다. 기존에 존재하던 1차 저작물을 변형 또는 재생산한 것이기 때문이다. 2차 저작물로서 인정받기 위해서는 약간 다르게 베끼는 정도를 넘어서야 한다. 보통 사람의 눈으로 볼 때 분명한 차이점이 발견되는 독창성이 있어야 한다.

한국의 최고 인기 그룹 BTS가 2018년 12월에 자신의 곡 「IDOL」의 국악 버전을 발표해서 화제가 되었다. 신선한 시도였다. 시작 부분에 뒤편과 좌우에 각각 하나씩 북을 놓고 춤을 추는 ‘삼고무(三鼓舞)’도 인상적이었다. 그런데 이 부분이 저작권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삼고무는 전통춤이지만 ‘이매방’ 선생이 체계화하였고 저작권을 승계한 ‘우봉이매방아트컴퍼니’가 저작권 등록까지 해둔 상태였기 때문이다. 전통예술에서의 뉴트로라 할 수 있다. 이매방 선생이 만든 삼고무는 2차 저작물로서 보호를 받는다.

그렇다면 이 분쟁은 어떻게 해결될 것인가? 관건은 BTS가 빌려온 부분이 무엇이냐이다. 우봉이매방아트컴퍼니의 2차 저작권은 삼고무 전체에 해당하지 않는다. 창작성을 가미한 부분에서만 유효하다. 그 외의 영역은 전통으로 존재하는 사회적 자산이므로 저작권이 공유된다고 할 수 있다. BTS가 이매방 선생이 새롭게 창작한 영역을 가져왔다면 지금이라도 사용 허락을 받고 합당한 대가를 치르는 게 마땅하다. 그것이 아니라 전통 삼고무를 빌려왔다면 저작권과는 관련이 없다. 이것을 판단하는 게 이 저작권 논쟁의 핵심이 될 것이다.

전통이라 해서 반드시 저작권이 공유되지는 않는다. 우리가 전통이라고 알고 있는 것이 전통에 창작을 가미한 뉴트로일 수 있다. 옛것과 새것을 구별하는 안목을 발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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