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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준희 한국음악 편지] 새해, 어떤 ‘비나리’를 부르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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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틀랜타 중앙일보] 발행 2020/01/11  0면 기사입력 2020/01/10 16:06

따스한 덕담과 격려를 나누고 나직한 다짐과 소원을 새겨 보는 새해를 맞으며 소개하는 음악은 ‘비나리’다. 비나리는 ‘소원을 비는 노래’, ‘복을 비는 노래’다.

그 유래는 전통적인 유랑 연희패의 공연에서 비롯되었다. 조선 후기에는 남사당패, 사당패, 솟대쟁이패, 초라니패, 광대패, 풍각쟁이패, 걸립패, 굿중패 등 이름도 다양한 유랑 예인 집단들이 있었다. 이 중 걸립패는 시주를 받을 목적으로 각 가정을 돌며 풍물(농악)이나 줄타기, 비나리를 공연했다. 이때 그 집의 행운과 복을 빌고 집 주인의 소원 성취를 위한 고사문을 노래로 부른 것이 비나리다.

이런 전통적 형태의 유랑 예인 집단들은 20세기 전반기에 남사당패로 대표되게 된다. 남사당패는 남성들로 구성되었다. 오늘날로 말하자면 인기 보이 그룹에 빗댈 수 있겠다. 이들은 리더인 꼭두쇠(우두머리)를 중심으로 한 수십 명의 대규모 종합예술단이었다. 주로 일반 서민층을 대상으로 각 지역을 돌며 공연을 했다. ‘마당’ 혹은 ‘놀이판’을 중심으로 연행되었던 전통적인 공연에서 그들은 뛰어난 기량을 바탕으로 수준 높은 음악과 춤, 기예와 연기를 펼쳤다. 이들의 공연은 풍물(농악), 버나(대접이나 접시 등) 돌리기, 살판(땅재주, 텀블링), 어름(줄타기), 덧뵈기(탈놀음) 그리고 덜미(인형극)였다. 그 내용에는 가장 중요한 ‘재미’와 더불어 양반으로 대표되는 기득권과 그 부조리에 대한 ‘풍자와 해학’이 담겨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남사당패의 이러한 판놀음(공연)의 묘미는 단지 ‘신명’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바탕에 깔린 사람과 그들의 삶을 향한 따뜻한 ‘공감’과 ‘애정’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공연 집단의 전통은 조선 후기로부터 20세기 초반까지 인기몰이를 했지만, 급격한 서구화와 근대화 이후로 살아있는 판놀음, 즉, 공연 현장에서의 명맥은 끊어졌다. 현재 전승되는 남사당놀이는 한국의 국가 지정 중요무형문화재 제3호로 지정되어 있으며, 2009년에는 유네스코의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다시 비나리로 돌아와서, 그들이 가가호호 복을 빌어주며 불렀던 비나리가 무대 위의 한 레퍼토리로 자리매김한 것은 사물놀이의 탄생과도 관련이 있다. 실외 공연 형태였던 풍물놀이가 사물놀이라는 정제된 작품으로 재탄생하면서 전통적 연희패 공연의 한 부분이 실내 무대 위의 현대적 공연물로 거듭난 것이다.

사물놀이의 원년 멤버인 이광수 명인이 사물 반주에 얹어 부르는 비나리에는 전통적인 유랑 예인들의 애환 어린 삶과 예술에 담겨 있던 인본주의적 태도가 녹아있다. 무대 위의 비나리 역시 사람들의 삶에 해로운 ‘액’과 ‘살’을 모두 물리고 평화롭고 복된 삶을 누리기를 간절히 소망하며 비는 축원이기 때문이다. 신명나는 사물 가락을 타며 호방하게 부르는 이광수 명인의 비나리에는 전통이 가지는 묵직함이 명인의 능청능청한 들숨과 날숨에 온전히 실려 있다.

또 다른 비나리도 있다. 현악 4중주와 피아노, 대금, 피리, 아쟁과 사물놀이, 그리고 소리(노래)가 콜라보레이션 된 정재일의비나리는 여러 악기의 조화가 풍성하고 전통 곡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세련미가 가득하다.

아직은 생경한 2020년, 또 한 번의 안녕한 오늘을 매일매일 맞이하시길 바라며 비나리로 부르는 덕담, 축원문을 빌어 독자들께 새해 인사를 건넨다. “그저 일 년 삼백육십오일 내내 돌아갈지라도, 온갖 재난 액살은 다 비껴가서, 백천 가지 일들이 맘과 뜻 먹은 대로 모두 이뤄지고, 말씀마다 향내 나고 걸음마다 꽃이 피고, 어둔 데로 등 돌리고 밝은 데로 앞을 돌려, 선인상봉 귀인상봉 하시라고 천만축원 만만 발원으로 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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