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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왕은 힘들어…메그시트로 골치아픈 엘리자베스 2세의 영화로 보는 일대기

[한국 중앙일보] 기사입력 2020/01/14 12:02



영국 최장수 군주인 엘리자베스 2세 여왕. 2002년 왕실 행사 중인 모습.[EPA=연합뉴스]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

윌리엄 셰익스피어가 남긴 말이다. 영국의 엘리자베스 2세는 1952년 즉위부터 68년 간 왕관의 무게를 견뎌왔다. 꽃길만 걷지는 못했다. 최근엔 손주 며느리인 메건 마클과 해리 왕자 부부가 독립 선언을 하면서 또 속앓이를 했다. 1926년에 태어난 그는 올해 만 94세로, 왕좌에 오른 건 26세였다.

내후년인 2022년이면 재위 70주년인 플래티넘 주빌레를 맞는다. 이미 2015년 9월 9일자로 빅토리아 여왕의 재위 기간을 넘겨 영국 역사상 최장수 군주가 됐다. 그를 소재로 한 2007년 영화 ‘더 퀸’부터 넷플릭스에서 현재 시즌 3이 방송 중인 ‘더 크라운’ 시리즈 등은 인기를 구가해왔다. 강산이 6.8번 바뀔 동안 엘리자베스 여왕을 시험에 들게 했던 인물, 그에게 다정한 구원으로 다가온 존재들을 영화·드라마와 함께 짚어본다.

① 첫눈에 반했지만 때론 까칠했던 남편

지난해 영국 왕실에 일어났던 최고의 경사는 해리 왕자와 부인 메건 마클의 첫 로열 베이비 출산이다. 아기의 공식 이름은 ‘아치 해리슨 마운트배튼-윈저.’ 성(姓)을 보면 특이한 단어가 하나 있으니, ‘마운트배튼(Mountbatten)’이다. ‘윈저’는 영국 왕실의 성이니 들어가는 게 당연. 마운트배튼은? 답은 엘리자베스 여왕의 남편이 쥐고 있다.




젊은 시절의 엘리자베스 여왕과 필립공 [텔레그래프 캡처]






먼저 엘리자베스 여왕의 로맨스부터 짚어보자. 때는 1939년. 그리스와 덴마크 왕가의 일족인 필립 왕자는 브리타니아 해군 사관학교에 재학 중이었다. 엘리자베스 2세의 부모인 조지 6세 부부가 해군 사관학교 시찰을 하면서 엘리자베스도 동행했는데, 왕가의 일족이라는 이유로 필립 왕자가 이들을 안내하는 일을 맡는다. 훤칠한 키에 시원스런 말투의 필립을 보고 엘리자베스는 한눈에 반했다. 엘리자베스는 필립이 영국 해군에 입대한 동안 편지를 썼고, 이들은 연인 관계로 발전한다. 첫 만남 7년 뒤, 둘은 결혼에 골인한다. 결혼사진에서 부부는 세상 행복하게 웃고 있다.




결혼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엘리자베스 여왕과 필립공. [중앙포토]






그러나 모든 결혼은 다양한 장애물을 만나는 법. 필립은 결혼 후 자존심에 스크래치가 나는 상황을 겪고 좌절한다. 넷플릭스 ‘더 크라운’에 꽤 자세히 그려진다(여왕 본인도 이 시리즈를 잘 본다고 한다). 첫아들 찰스의 작명부터 문제였다. 필립은 자신의 성인 마운트배튼을 넣기를 고집했지만, 총리는 "관례에 어긋난다"며 반대한다. 엘리자베스는 갈등 끝에 이름을 마운트배튼-윈저로 병기하는 방안을 관철시킨다. 아치 왕자의 이름에 마운트배튼 다섯 글자가 박힌 배경이다.




넷플릭스의 인기 시리즈 '더 크라운'의 필립 공과 엘리자베스 역할을 맡은 주연배우들. [넷플릭스]






이게 끝이 아니었다는 게 문제다. 필립은 자신의 아들 찰스 왕세자보다 서열이 낮고, 자신이 왕실 직원들의 냉대를 받는다는 불만이 컸다. 결국 왕실을 떠나 영국 해군과 함께 수개월 동안 세계 일주를 하고, 이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 부부의 불화설을 부른다. 다음은 ‘더 크라운’의 한 장면. 필립공과 엘리자베스 여왕의 재회 장면이다(편의상 반말로 번역했다).

엘리자베스=우리 결혼은 보통의 경우와 달라. 우린...할 수가 없어.
필립=이혼 말이지.
엘리자베스=당신의 불안감은 과거에 묻어둬. 한 번만 더 망신을 당하면 왕실은 끝이야. 자, 어떻게 하면 되겠어? 뭐가 필요해?
필립=(잠시 침묵한 뒤) 존중과 인정을 원해.




M242_넷플릭스 '더 크라운’에서 남편 필립공에게 왕자 작위를 내리는 엘리자베스 여왕. [넷플릭스]






얼마 후인 1957년 2월 22일, 엘리자베스 여왕은 남편인 에딘버러 공작을 ‘대영제국과 북아일랜드의 왕자’로 하는 대관식을 올려준다. 그 뒤론 필립 공은 왕실 업무와 엘리자베스 여왕의 든든한 지원군이 된다. 때론 설화에 시달리기도 했지만 필립 공은 2017년 고령(96세)을 이유로 공직 업무에서 은퇴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 필립공. [중앙포토]





② 오, 다이애너

남편 때문에 속 썩은 건 며느리에 비하면 댈 것도 못 됐다. 엘리자베스 여왕의 인생 최대 위기는 맏아들 찰스의 결혼과 함께 찾아온다. 다이애너의 죽음까지는 독자 여러분들도 잘 아실 테니 생략. 다이애너의 비극적 죽음을 두고 영국 여론은 반(反) 왕실 기조로 돌아섰다. 당시 영국 매체들은 “영국 국민 넷 중 한 명은 왕실 폐지에 찬성한다”는 내용을 보도하곤 했다.




1981년 7월 29일 영국 런던의 세인트 폴 대성당에서 열린 결혼식에서 다이애나와 찰스 왕세자의 모습. 행복은 오래가지 못했다. [AP=연합뉴스]






여론을 악화시킨 건 사실 여왕 자신이다. 다이애너 비의 죽음과 관련 상황에 손주들이 괴로워하는 것을 보고 여왕은 버킹엄궁을 떠나 있던 휴가를 그대로 강행한다. 런던에 있으면서 관련 소식을 접하면 윌리엄ㆍ해리 왕자가 더 괴로워할 거라는 판단 때문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여론은 여왕을 두고 ‘냉혈한’이라며 차갑게 돌아서기 시작한다. 헬렌 미렌이 주연한 ‘더 퀸’은 이런 상황에 놓인 엘리자베스 여왕의 고뇌를 잘 그려낸다.

엘리자베스 여왕이 당시 총리였던 토니 블레어에게 잠시 속내를 털어놓는 대사는 이랬다.

“요즘 사람들은 감동과 눈물을 원하지. 하지만 난 느낌을 표현하는 법을 몰라요. 나는 가슴에 묻어두는 게 미덕이라고 배웠답니다. 국민도 그런 여왕을 원하는 줄 알았지. 그래서 슬픔은 묻어두고 대범하게 내 자리를 지키려 했던 거에요.”


③ 여왕의 반려견, 로열 코기




프린스 코기의 한 장면. [중앙포토]






엘리자베스 여왕에게 그래도 한결같은 애정을 보여준 존재들이 있으니, 반려견 웰시코기들이다. 최근 애니메이션 ‘프린스 코기’(원제는 ‘The Queen’s Corgi)가 국내에도 개봉하면서 웰시코기 매니어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10대 시절부터 웰시코기 여러 마리를 키웠다. 왕실 행사에서 자유로이 뛰어다니는 이들도, 여왕에게 언제든 구김살 없이 애교를 부리는 이들도 웰시코기들이다.




엘리자베스 여왕이 힘들 때 그의 곁을 항상 지켜준 건 웰시코기 반려견들이다. 사진은 1967년의 한 장면. [AFP=연합뉴스]






‘로열 코기’라고 불리던 자신의 반려견들을 365일 24시간 돌봐주던 낸시 펜윅이라는 여성이 사망했을 땐 ‘여왕은 왕족이 아닌 이들의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는다’는 관례를 깨고 직접 애도의 뜻을 표하기도 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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