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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심판 개시 문턱서 미 정치권 달군 '펠로시의 펜' 논쟁

[연합뉴스] 기사입력 2020/01/16 15:27

탄핵안 가결시 상복 입고 엄숙하라던 펠로시, 소추안 서명 펜 기념품으로 나눠줘
공화 "당파적 퍼포먼스" 맹공…상원 배심원 선서식에선 기념펜 배포 안해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을 둘러싸고 전운이 고조되는 미 의회에서 때아닌 '펜 논쟁'이 불거졌다.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15일(현지시간) 그동안 붙잡고 있던 트럼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스캔들' 탄핵소추안을 상원에 넘기는 과정에서 탄핵안 서명 때 자신이 돌려썼던 여러 개의 검은색 펜을 동료의원들에 '기념품'으로 나눠준 게 발단이 됐다.

민주당이 탄핵 추진 절차를 '당파적 이벤트'로 전락시키며 승리의 전리품인 양 펜을 나눠줬다며 공화당이 발끈하고 나선 것이다.

이른바 '펜 논쟁'은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 심판을 놓고 둘로 쪼개진 의회 내 분열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장면이기도 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16일 '낸시 펠로시가 탄핵안을 상원에 보낸 후에 기념펜들을 나눠줬다. 그리고 공화당 인사들이 씩씩대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할만한 범죄와 잘못을 저질렀는지를 놓고 역사적 논쟁이 진행되는 이때 또 하나의 질문이 정계를 달구고 있다"고 촌평했다.

법안이나 행정명령 서명 시 사용됐던 필기도구들이 기념품으로 배포되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다. 그리고 펠로시 하원의장도 '워싱턴의 전통'을 따른 것이라고 WP는 전했다.

그러나 이는 트럼프 진영 인사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나아가 분노를 샀다고 WP는 지적했다. 그동안 탄핵을 '정치적 승리'라기 보다는 엄숙한 헌법적 의무로 규정해온 펠로시 의장이 스스로 구축한 프레임을 허물어뜨렸다는 것이다.

펠로시 하원의장이 주변 의원들에게 펜을 나눠준 장면은 약 한 달 전인 지난해 12월18일 탄핵소추안이 하원 본회의를 통과했을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생명'에 사망 선고를 내리려는 듯 검은 '상복 차림'으로 "오늘은 슬픈 날"이라고 읊조리며 환호하는 민주당 의원들을 향해 엄숙한 표정으로 자제령을 내렸던 그의 모습과는 사뭇 대비를 이뤘다.

'백전노장' 펠로시 하원의장이 그동안 옷차림 하나, 제스쳐 하나로 고도의 정치학을 구사해온 점을 감안할 때 이날 '행동'도 다분히 의도를 갖고 고도로 계산된 것이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탄핵안의 하원 통과 후에 한 달 가까이 탄핵안 송부를 지연하며 수싸움을 벌였던 펠로시 하원의장이 이를 상원에 이관하면서 공화당을 향해 보낸 '무언의 몸짓' 이었을 것이라는 시각도 일각에서 제기됐다.

이는 의도됐든 의도되지 않았든 공화당의 신경을 제대로 건드렸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탄핵 심판이 개시된 이 날 상원 본회의장 발언을 통해 '펠로시의 기념 펜'이야말로 '편견의 증거물'이라며 맹폭했다.

매코널 원내대표는 이날 연설 및 트윗을 통해 "어제 펠로시 하원의장은 은쟁반에 담겨온 자신의 금색 사인이 새겨진 기념 펜들로 탄핵을 축하했다. 하원의 당파적 과정이 이 마지막으로 '완벽한 장면'에 응축 적으로 담겨 있었다"며 "그것은 엄숙하거나 진지하지 않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노골적으로 당파적이고 정치적인 퍼포먼스이자 의식이었다"고 비난했다.

이러한 '펜 논쟁'은 공화당이 탄핵 절차를 2016년 대선 무효화 시도로 조롱하고 있는 가운데 터져 나온 것이라고 WP는 전했다.

그 여파로 탄핵 심판이 시작된 이날 상원의원들의 배심원 선서식에서는 아무도 기념 펜을 받지 못했다고 CNN방송이 보도했다.

지난 1999년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탄핵 심판 개시날에는 상원의원들이 배심원 서약에 사용한 펜을 '역사적 장면'으로 기리기 위한 기념품으로 전달받았었다고 CNN은 전했다.

WP는 미국 지도자들이 지난 수십년간 중대한 입법 때 사용한 펜을 기념품으로 활용해왔다고 보도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지난 2010년 건강 보험법을 서명할 당시 20개 이상의 펜을 사용했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도 전날 '펜 논쟁'이 촉발되기 불과 몇 시간전 1단계 미중 무역합의 서명 때 사용한 펜을 당시 현장에 있던 당국자들에게 나눠줬다고 WP는 전했다.

다만 정책적 성과를 기리는 자리와 펠로시 하원의장 스스로 '즐거운 일이 아니다'라고 표현해온 탄핵의 중요절차를 이행하던 자리는 엄연히 구분되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스테퍼니 그리셤 백악관 대변인은 트위터에 약 30개의 펜이 은쟁반에 담긴 사진을 리트윗하며 펠로시 하원의장을 향해 "그녀는 이것들을 사람들에게 상처럼 나눠주면서 너무 침울해했다"고 반어법적으로 빈정댔다. hankso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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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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