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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자도 자도 피곤할까” 나만 모르는 이 병, 심근경색 부를수도

[한국 중앙일보] 기사입력 2020/01/20 12:03

만성피로는 물론 고혈압, 심근경색, 부정맥 위험도 증가



[pixabay]





직장인 김모(54ㆍ부산 사상구)씨는 몇년째 만성피로에 시달렸다. 하루 8시간 이상 수면을 취해도, 주말에 밀린 잠을 몰아 자도 피곤한 증상은 나아지지 않았다. 견디다 못한 김씨는 수면클리닉을 찾아 검사를 받았다. 수면다원검사 결과 김씨는 수면무호흡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김씨는 “수면무호흡증이라니 생각도 못했다. 잘때 코를 고는줄 전혀 몰랐다”라고 말했다.

김씨처럼 잠을 푹 자고 일어나서도 피곤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충분히 잤다고 생각해도 실제로는 깊은 잠을 못자는, 수면의 질이 떨어지는 상태다. 수면무호흡증 환자가 이런 사례다. 깨어있을 때는 아무런 증상이 없다가 잘 때만 무호흡이 나타나기 때문에 스스로는 알 수 없어 방치하기 쉽다. 하지만 수면무호흡증을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피로에 시달리는 것은 물론 고혈압, 심근경색, 부정맥 등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도 높아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주위 사람들에게 코골이 심하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거나, 잠을 자도 피로가 풀리지 않는다면 수면무호흡증을 의심해볼 수 있다.


5년 사이 70% 가까이 증가, 남성이 4배 이상 많아
수면무호흡증 환자는 계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수면무호흡증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5년 새 70% 가까이 증가했다. (2014년 2만6655명 → 2018년 4만5067명) 환자는 압도적으로 남성 비율이 높다. 2018년 기준 남자 환자가 3만6493명으로 여자 환자보다 4배 이상 많았다. 강동경희대병원 신경과 신원철 교수는 “서구화된 식생활로 인한 비만과 고령화로 인해 노인 인구의 증가, 그리고 습관적인 잦은 음주와 흡연, 그리고 현대인의 스트레스 등이 수면무호흡증의 증가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수면무호흡증이 있을 때마다 뇌가 깨어서 숙면을 취할 수 없기 때문에 낮 시간에 졸음을 유발하고 피로로 인해 업무에 지장을 줄 수도 있다. 더 큰 문제는 불규칙한 호흡이 뇌의 산소 공급을 방해하고, 혈중 산소포화도마저 떨어뜨리게 되어 심장의 박동이 증가되고, 혈당이 높아지게 돼 다양한 질환의 위험도를 높인다는 점이다. 심한 수면무호흡증을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심혈관질환 발생률이 크게 증가한다. 연구에 따르면 고혈압, 심근경색, 부정맥 등 심혈관질환과 당뇨병의 발생이 3~4배 이상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더불어 두통, 당뇨병, 암, 치매도 발생률도 증가한다.


성장기 어린이 성장·학습에 악영향
어린이의 경우 수면무호흡증이 더욱 치명적이다. 어린이 성장에 필수적인 성장호르몬은 깊은 수면상태에서 분비되는데, 수면무호흡으로 숙면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호르몬 분비에도 영향을 미치게 돼 성장에 악영향을 끼친다. 또 숙면을 이루지 못하는 상태가 지속되면 집중력에도 영향을 미쳐 학습부진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심한 경우 주의력결핍증후군(ADHD) 발생 위험이 증가할 수도 있다. 다행히 이런 위험은 수면무호흡증 치료를 통해 정상으로 돌아갈 수 있으니 수면 전문의에게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폐쇄성 수면무호흡증은 낮에는 숨 쉬는 데 문제없지만, 잠에 들면 숨이 막혀 컥컥 대는 증상을 말한다. 수면 중에 혀뿌리가 있는 상기도가 좁아지거나 막히면서 10초 이상 숨이 멈추는 수면무호흡(sleep apnea)이나 숨을 얕게 쉬는 수면저호흡(sleep hypopnea) 증상이 한 시간 동안 5회 이상 나타나면 수면무호흡증에 해당한다. 신 교수는 “폐쇄성수면무호흡증은 잠자는 중에 혀뿌리가 늘어져서 기도를 막고 이를 신경 센서가 감지해 뇌를 깨워 다시 숨을 쉬도록 하고, 이후 다시 잠들면 다시 막히는 것이 잠자는 동안 계속 반복하게 된다”면서 “깨어난 뇌는 스트레스 호르몬을 분비해 몸을 깨우고 잠을 자도 몸은 계속 긴장하고, 일을 하는 상태가 지속되면서 심혈관질환과 당뇨병이 더 많이 발생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잘 때 뇌의 호흡중추 기능 저하되면서 발생
사람의 호흡은 호흡중추에서 자동으로 조절되는데, 호흡중추는 숨을 쉬는 근육인 갈빗살, 횡경막살과 혀의 근육과, 기관지 근육까지 신경으로 연결돼 있다. 호흡중추는 각성중추 옆에 위치한다. 깨어있을 때는 각성중추가 호흡중추를 자극해 숨 쉬는데 문제가 없다가 잠에 들면 각성중추가 꺼지면서 호흡중추의 기능이 깨어있을 때보다 떨어지게 되고, 여기에 여러 조건이 추가되면 숨을 멈추게 된다. 신경과 신원철 교수는 “비만으로 상기도가 더욱 좁아졌다거나, 나이가 들어 혀뿌리 근육이 노화되어 더욱 쳐지는 경우, 폐경하면서 에스트로겐 분비 감소로 근육의 탄력이 줄어든 경우, 혀에 비해 상대적으로 좁은 턱을 가진 경우에 폐쇄성 수면무호흡증이 발생하기 쉽다.”고 말했다.


수면다원검사를 통한 정확한 진단이 우선
수면무호흡증 치료를 위해서는 우선 정확한 원인 파악이 중요한데, 이를 위해 수면다원검사를 실시하게 된다. 수면다원검사는 수면 장애 진단을 위한 표준검사로 센서를 부착해 수면 중 뇌파ㆍ호흡ㆍ산소포화도ㆍ심전도ㆍ움직임 등의 다양한 생체신호를 모니터링 하는 검사다. 이를 통해 수면무호흡증 등 수면장애의 증세를 객관적으로 감별하여 중등도 이상의 증상과 합병증이 있는 수면무호흡증 환자에게 다양한 치료를 제공하게 된다.


성인의 폐쇄성수면무호흡증은 대부분 구조적 문제보다는 대부분 잠잘 때만 기도가 막히는 기능적문제로 인해 발생하기 때문에 수술적 치료보다는 양압기 치료를 우선 고려한다. 양압기 치료는 지속적으로 일정한 압력을 바람을 넣어주는 것으로, 기도의 공간이 좁아지는 것을 방지해 수면 중에도 호흡을 원활하게 하는 치료다. 양압기를 통해 구강에 강제로 바람을 밀어 넣어 상당히 우수한 치료 효과를 나타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8년 7월부터 우리나라에서는 양압기 치료도 건강보험이 적용되면서 이제는 큰 부담 없이 양압기 치료를 할 수 있다. 하지만 가격이 저렴하다고 무조건 양압기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 수면 무호흡증는 단순히 무호흡만 없애는 것이 아닌 수면 시 몸 상태를 전반적으로 정상으로 돌리기 위한 치료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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