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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번 아내도 30번 환자 됐다…종로 부부, 방역망 밖 첫 확진

[한국 중앙일보] 기사입력 2020/02/16 09:02

29번 환자 이어 아내도 심야 확진
“해외여행도 환자 접촉도 한 적 없어”
일본처럼 지역감염 확산하나 비상
진찰한 고대안암병원 응급실 폐쇄

29번 환자, 동네의원 2곳도 방문
고대안암병원 의료진 등 42명 격리
질본 “지역·병원

국내에서 감염 경로를 알 수 없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처음으로 발생하면서 이미 지역사회에 신종 코로나가 번졌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올 것이 왔다”면서 “지금의 입국자 체크, 확진자 추적 등의 원천봉쇄 방식에서 지역사회 확진자를 조기에 찾아내 2, 3차 감염을 줄이는 방식으로 전환할 때가 가까워졌다”고 주문한다.

16일 29번째 확진자(82세 종로구 거주 한국인 남성)가 나왔고, 그의 부인도 이날 밤 확진 판정을 받아 30번째 환자가 됐다. 둘 다 당국의 방역망 밖에서 나온 환자다. 29번 환자는 15일 오전 가슴 통증(심근경색 의심 증상)이 와 동네의원 두 곳을 거쳐 낮 12시쯤 서울 고대안암병원 응급실을 찾았다가 확진됐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29번 환자는 확진자의 접촉자가 아니며, 해외여행 이력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28명의 다른 확진자나 해외 오염 지역과 연결고리가 아직까지는 없다. 정 본부장은 “환자의 접촉자를 파악해 (격리)조치하는 게 우선이다. 또 29번 환자가 어디서 감염됐는지 감염 경로를 조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건당국은 29번 환자가 양성으로 나오자 부인을 검사했고, 16일 밤 양성으로 판정됐다. 30번환자는 29번 환자가 격리된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됐다.

고대안암병원 응급실 의료진은 처음에 29번 환자를 심근경색 의심 환자로 봤다. 해외여행 이력이나 기침·발열 증상이 없어 선별진료소로 가지 않았다. 심장 검사와 X선 검사를 했고, 미약한 폐렴 증세가 있어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를 했다. 여기서 바이러스성 폐렴을 잡아냈다. 오후 4시쯤 급히 응급실 내 음압격리병실로 옮기고 코로나19 검사를 했다. 16일 오전 1시30분 양성이 나오자 서울대병원으로 옮겼다. 고대안암병원 측은 그 전에 응급실을 폐쇄했다.

정부, 폐렴환자 전수조사 … 미입국 중국인 유학생엔 휴학 권고




코로나19 감염증 29번 확진자가 다녀간 것으로 확인된 서울 고려대 안암병원 응급실에서 16일 보건소 관계자들이 방역소독을 하고 있다. [뉴스1]





의사·간호사 등의 의료진과 청소 인력 등 36명과 당시 응급실 환자 6명도 격리됐다. 29번 환자는 현재 체온이 37.5~37.6도며, 폐렴 소견은 있지만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신종 감염병의 경우 일정 단계를 지나면 지역사회 감염이 나타난다. 메르스·신종플루·사스도 그랬다. 일본·싱가포르·태국 등에서 이미 발생했다. 한국도 이번에 나왔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코로나19 데일리 리포트에 따르면 한국도 ‘지역사회 감염 확인 또는 추정 국가’로 분류돼 있다. 김동현 한림대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일주일 전부터 한국에도 지역사회 감염이 나올 것이라고 예측해 왔다”고 말했다.

지역사회 감염이 무서운 것은 한번 뚫리면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일본처럼 구멍이 갑자기 커질 수 있다. 일본은 16일 기준 홋카이도·지바·가나가와·아이치·와카야마 등 최소 5개 현에서 감염 경로를 추적할 수 없는 사례가 확인됐다.

의료계 안팎에선 이미 지역사회에 확인되지 않은 감염자가 다수 있을 가능성을 조심스레 제기하고 있다.

오명돈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29번 환자는 일본의 첫 사망자인 가나가와현의 80대 여성처럼 감염 경로를 모르는 환자로 추정된다”며 “중국 우한을 폐쇄한 지난달 23일 이전에 국내로 입국한 사람이 2, 3차 감염을 일으키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지역사회 감염자가 늘면 방역 방식이 달라져야 한다. 지금까지 공항에서 입국자에게 그물을 치고, 확진자의 동선을 좇는 방식으로 대응해 왔다. ‘봉쇄 전략’이다(서울대 오명돈 교수). 오 교수는 “누구나 이걸 원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감염의 연결고리가 없는 환자가 더 나온다. 삽시간에 기하급수적으로 번지는 걸 막는 ‘완화 전략’으로 국면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전환 시기를 선택해야 한다”고 말한다.

김동현 교수도 “지금처럼 원천봉쇄 방식으로 격리하는 게 더 이상 가능하지 않다. 감염 경로를 모르는데 밀접 접촉자 관리, 자가격리로는 안 된다. 지역사회의 감염자들이 코로나19를 ‘독한 감기, 독한 폐렴’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이들을 조기에 찾아내 증상을 완화시키고 이들이 2차 감염을 야기하지 않는 쪽으로 전략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피해를 최소화하는 전략으로 가자는 것이다.

정부가 16일 내놓은 전국 폐렴 환자 전수조사, 독감 감시체계 활용 등의 조치는 이런 전략의 하나로 평가된다. 메르스 때도 확산세가 이어지자 폐렴환자를 전수조사했다. 정 본부장은 “지역사회 및 의료기관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감염 사례 차단에 집중할 시기”라며 “이번 코로나19의 특성상 증상이 경미한 상태에서도 빠르게 전파를 일으킬 수 있어 지역사회 감염 위험성이 상존하고, 특히 환자나 어르신들이 많은 의료기관 등을 중심으로 이러한 감염이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날 중국인 유학생에 대한 추가 대책을 내놨다. 중국에서 체류 중인 유학생은 원격수업을 통한 학점 이수가 가능하도록 했다. 또 국내 입국이 어려운 유학생에 대해서는 소속 대학이 올 1학기 휴학을 안내하도록 했다. 입국하는 중국인 유학생은 입국 시, 입국 후 14일, 14일 종료 이후 등 3단계로 관리를 받게 된다.

이에스더·김현예·심새롬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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