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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픈대로 해"···문빠 일탈 용인한 文, 광신적 팬덤 키웠다

[한국 중앙일보] 기사입력 2020/02/17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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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지지자들, 임미리 교수 고소
노사모는 다른 의견도 수용했는데
‘문빠’는 무조건 공격…정권에 부담
“조리돌림 두려워 비판 꺼려진다”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기재부·산업부·중기부·금융위 업무보고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이날 업무보고에는 ‘코로나 맵’을 만든 경희대 이동훈씨(왼쪽)가 특별 초대됐다. 문 대통령은 이씨를 칭찬하며 ’정부가 좀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치켜세웠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빠’는 이제 하나의 사회현상이 됐다. 집권당이 ‘문빠’의 눈치를 보는 ‘왝더독(Wag the dog)’ 현상이 벌어지고, 맘카페에서 정권을 비판했다 ‘강퇴’당하는 일도 생겼다. 최근에는 고발을 취하한 더불어민주당을 대신해 임미리 연구교수를 또다시 고소했다. 갈수록 정권의 부담이 돼 가는 ‘문빠’ 현상은 왜 심화되는 걸까.

‘문빠’의 뿌리는 노사모까지 올라간다. 노사모는 노무현 대통령 당선에 결정적 역할을 했고 탄핵 위기에서 열린우리당 창당의 공신이었다. 정권 출범 후엔 자신들의 정체성을 ‘노감모(노무현 감시 모임)’로 바꾸며 비판적 지지를 선언하는 이들도 나왔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지난 6일 한 토론회에서 “모범적 대중으로 꼽히는 노사모는 상대를 비판해도 욕하거나 받아치지 않고 이성적으로 설득했다”고 말했다. 노무현을 좋아하되 합리적으로 다른 의견도 수용하는 비판적 지지자였다는 뜻이다.

그러나 ‘문빠’는 다르다. 반대 의견을 용납하지 않고 SNS로 가혹한 공격을 퍼붓는다. 그 결과 지식인들의 입엔 자발적 재갈이 물려진다. 서울의 한 사립대 교수는 “SNS 조리돌림이 두려워 실명으로 정부를 비판하기 꺼려진다”고 했다.

‘문빠’에겐 같은 편도 생각이 다르면 적이다. 2017년 4월 민주당 경선 때 안희정·이재명에게 비난 문자가 쏟아졌다. 친노의 핵심인 안희정조차 “질린다”고 했고, 현재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인 박영선은 “국정원 댓글부대와 동일선”이라며 비판했다.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히틀러 추종자가 연상된다”고 꼬집었다.

정권 출범 후엔 그나마 있던 내부 견제마저 사라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문빠’의 일탈을 사실상 용인한 영향이 크다. 앞서 ‘문자폭탄’ 사건에서 그는 “경쟁을 흥미롭게 만드는 양념”이라며 지지자들을 감쌌다. 이후 ‘문빠’의 맹목적 지지는 ‘우리 이니 하고 싶은 대로 해’ ‘문프께 모든 권한을 양도했다’와 같이 심해졌다. “문빠는 환자다, 치료가 필요하다”(서민 단국대 교수)는 지적이 나왔지만 그 역시 SNS에서 융단폭격을 당했다.

이는 2019년 조국 전 장관을 통해 친일 논쟁으로 확전됐다. 자신과 생각이 다르면 ‘적폐’ ‘토착왜구’로 낙인찍고 선악의 이분법으로 한국 사회를 재단했다. 상당 부분 사실로 드러난 조 전 장관의 범죄 혐의조차 가짜뉴스로 치부하며 검찰개혁의 희생양으로 승화시켰다. 대통령이 “마음의 빚을 진” 사람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반면에 조 전 장관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보인 금태섭·조응천 의원은 지난 15일 단수 공천 대상에서 제외됐다. 강성 지지자들의 괘씸죄가 적용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이런 눈치 보기는 오히려 일부 강경파에 대한 종속을 심화시켜 정당이 제 역할을 못 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임미리 교수 건에 대해 지도부가 쉽게 잘못을 인정하지 못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티머시 스나이더 미국 예일대 역사학과 교수는 『폭정』에서 “듣고 싶은 말을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부정할 때 폭정에 굴복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체주의자는 이성을 거부하고 정치가가 내세우는 신화에 열광하며 객관적 사실을 부정한다”고 지적했다. 이성과 합리가 마비된 맹목적 믿음이 전체주의를 부른다는 뜻이다.

원래 ‘팬덤(fandom)’의 ‘팬(fan)’은 라틴어 ‘fanat?cus’에서 유래한 말로 ‘광신자’를 뜻한다. 옳고 그름과 진위를 따지는 이성의 개념이 아니라 좋고 나쁨을 뜻하는 감정의 언어다. 정치인에겐 광신적 팬덤이 아니라 노사모와 같은 비판적 시민이 필요한 이유다.

미국의 역사학자 리처드 호프스태터는 “지식인에 대한 경멸과 증오가 반지성주의를 부른다”며 “(반지성은) 종종 상대 정파를 국민의 이익에 반하는 기득권 세력으로 악마화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반지성주의』)

윤석만 사회에디터 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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