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s Angeles

58.0°

2020.04.06(Mon)

"171㎝ 블룸버그는 땅꼬마" 트럼프 조롱, 美언론이 정색한 이유

[한국 중앙일보] 기사입력 2020/02/17 12:03



블룸버그(왼쪽) 전 뉴욕시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2016년 9ㆍ11 기념행사에서 웃으며 대화하고 있다. 이렇게 다정한 모습도 한때는 연출했건만, 이제 둘은 서로에게 인신공격을 날리는 사이가 됐다. [AFP=연합뉴스]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은 거의 모든 걸 다 가진 남자로 통한다. 굳이 ‘거의’라는 부사를 쓴 이유. 신이 그에게 약 600억 달러(약 71조원)에 달하는 재산, 뉴욕시장 3선이라는 명예를 안겨줬지만 한 가지, 큰 키는 주지 않아서다.

블룸버그는 최근 며칠간 미국 정계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십자포화의 대상이 됐다. 정식 등판도 하기 전인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부터 야당 민주당 주자들까지 나서서 한목소리로 그를 비판하고 있다. 정적(政敵)에게 조롱 섞인 별명을 붙이는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3일(현지시간) 일찌감치 적극 공세에 나섰다. 그가 블룸버그에게 붙인 별명은 ‘미니 마이크’다. 자신보다 키가 작다는 점에 착안해서다.

트럼프는 13일 트윗에서 “미니 마이크는 (키가) 5피트 4인치(약 162㎝) 밖에 안 된다”며 “에너지도 없고 프로 정치인들과 토론 무대에 오르길 원치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키 높이용) 상자는 제발 사양한다”고 덧붙였다. 의역한다면 “블룸버그는 땅꼬마”라고 조롱한 셈이다.

사실 트럼프는 틀렸다. 블룸버그의 신장은 162㎝가 아니라 5피트 7인치, 즉 171㎝다. 공식 신장이 약 190㎝인 트럼프 대통령보다 키가 작은 건 맞다. 미국 언론 매체들은 좌우 진영을 떠나 이들의 ‘키 논쟁’을 주요 뉴스로 다뤘다.




지난해 대선 출마의 뜻을 밝힌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 그의 실제 키는 172cm다. [AFP=연합뉴스]






트럼프만 키 문제를 물고 늘어지는 건 아니다. 대통령 후보의 신장 문제는 지난 대선들에서도 미국 국내서 이슈가 돼왔다. AFP통신은 17일 “미국 대선 정치에서 ‘키 큰 남자가 당선에 유리하다’는 건 오랜 격언(maxim)”이라며 “트럼프의 실제 키가 얼마인지는 불투명하지만, 실제 블룸버그보다 커 보이는 건 맞다”고 설명했다.

미국 역대 대통령들을 보면 실제로 키가 180㎝를 넘는 이들이 많다. 백인 남성 일색이었던 때도 린든 존슨(192㎝), 조지 W 부시(183㎝), 빌 클린턴(188㎝)으로 유독 장신이 많았다. 첫 흑인 대통령으로 역사를 썼던 버락 오바마의 키 역시 185㎝였다.




미국의 전임대통령들이 2017년 텍사스에서 열린 한 행사에 함께 자리한 모습. 대부분 180cm 보다 큰 장신이다. [AFP=연합뉴스]






블룸버그는 정작 의연하게 대처하려는 분위기다. 사실 그에게 ‘키’ 공격은 새로울 게 없다. 그가 과거 대선 출마를 저울질했을 당시인 2007년엔 반(反) 블룸버그를 자처한 뉴욕포스트의 한 기자가 그를 겨냥해 ‘키 작아서 안 돼’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썼다. 이 기사는 “신이 블룸버그를 사랑해 많은 재능과 재산을 준 건 맞는 것 같다”면서도 “키가 작아서 대통령은 못 될 것”이라는 논리를 내세웠다.

트럼프의 트윗에 블룸버그는 이렇게 응수했다. “우리, 뉴욕에서 같이 아는 사람들 많잖아”라며 “(트럼프) 당신 등 뒤에서 그 사람들 다 당신 비웃고 있어. 짖어대는 광대 같다고 말이지”라고 트윗을 날리면서다. 블룸버그는 이어 “당신이 물려받은 재산을 바보 같은 거래와 무능력으로 망쳐버렸다는 거, 그들은 다 알고 있지”라고 주장했다. 트럼프와 블룸버그가 서로 제일 아픈 곳을 찌른 셈이다. 둘 다 수십년간 뉴욕을 배경으로 사업을 일으켰고 정계 진출을 꿈꾸며 서로를 잘 알기에 가능한 일이다.




2016년 10월 미국 대선의 한 방송토론에서 힐러리 클린턴 당시 민주당 후보가 열변을 토하고 있다. 뒤에 트럼프 당시 후보의 모습이 보인다. [AFP=연합뉴스]






미국 매체들은 지난 주말엔 블룸버그가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부통령 후보인 러닝메이트로 지목할 가능성을 보도했다. 클린턴은 트럼프가 지난 대선에서 맞붙었던 상대다. 당시 대선에서 클린턴은 일반 득표에선 트럼프를 앞섰지만, 대의원 선거인단 과반을 놓쳐 백악관 입성에 실패했다. 클린턴을 공개 지지한 뉴욕타임스(NYT) 등이 당시 대선에서 트럼프가 ‘신승을 거뒀다’고 평가한 배경이다. 그런 클린턴을 블룸버그가 영입한다면, 이 역시 트럼프에겐 속이 편치 않을 일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오늘의 핫이슈

PlusNews

포토 뉴스

전문가 칼럼전문가 전체보기

HelloKTow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