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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감염병 전문가 "확진자 왔다고 백화점 폐쇄? 감염 확률 0"

[한국 중앙일보] 기사입력 2020/02/17 12:03

美 감염병 전문가 쉐프너 밴더빌트대 교수 인터뷰
1.8미터 이내 상당 시간 접촉해야 감염 가능성
CDC, 마스크 권고 안 하는 이유? 과학적 근거 부족
증상 가벼운 확진자 집에서 치료…재원의 합리적 사용
중국인 입국 사실상 막은 美 "한국인들 두려



1976년부터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자문하고 있는 감염병 전문가인 윌리엄 쉐프너 미국 밴더빌트대 교수. [사진 밴더빌트대]






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으로 확진 받은 사례는 16일(현지시간) 현재 모두 15건이다. 사망자도 없고, 감염 경로를 모르는 사례도 없다. 신종 코로나가 세계로 확산하는 가운데 미국 보건당국은 비교적 상황을 잘 관리하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미국의 신종 코로나 대응방법은 한국과는 차이가 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착용하지 말라”고 예방 수칙에 명시하고 있다. 확진자가 다녀갔다고 시설을 폐쇄하는 경우도 없다. 심지어 증상이 가벼운 확진자는 입원하지 않고 집에서 치료받고 있다. 중앙일보 조사 결과 15명의 확진자 가운데 6명이 집에서 치료받고 있다.

땅이 넓어 인구가 덜 밀집됐고, 중국과의 교류가 한국보다 적기 때문이라고 치부할 수만은 없다. 과학적 근거와 자원의 효율적 사용을 동시에 고려하는 미 보건 당국의 일관된 원칙에 따른 것이기 때문이다.

또 확진자가 다녀갔다는 이유로, 직원 중 확진자가 나왔다는 이유로 백화점과 대기업이 영업장과 사옥을 임시 폐쇄한 한국 사례는 미 보건의료 전문가들에겐 낯선 풍경이다.

윌리엄 쉐프너 미 밴더빌트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최근 중앙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중국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한국인들이 느끼는 두려움은 이해한다”면서도 “확진자가 사용한 시설물에 의해 감염될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손꼽히는 감염병 전문가인 그는 1976년부터 CDC에 자문하고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17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일본 요코하마항에 격리 정박 중이던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 타고 있던 미국인들이 미국으로 돌아가기 위한 버스에 탑승해 손을 흔들고 있다. [EPA=연합뉴스]







Q : 확진자가 입원하지 않고 집에서 치료받는 건 한국에서는 생각하기 어렵다. 같은 바이러스인데 접근 방법이 왜 다른가.
A : 인플루엔자와 마찬가지로 신종 코로나 확진자도 증상이 가벼운 경우가 있다. 그런 사람들을 비용이 더 비싸고, 의료진이나 다른 환자까지 감염시킬 위험을 안으면서 병원에 입원시켜야 하느냐는 게 미국식 사고다. 환자가 집에서 약 먹고 쉬면 충분히 회복할 수 있다고 본다. 한정된 공중 보건 자원을 효율적으로 쓰는 방법이다.


Q : 자칫하면 지역사회 감염으로 확대될 수 있지 않을까.
A : 물론 환자는 반드시 집에만 머물도록 한다. 환자가 믿을 만한 사람이어야 하고, 의료진이 환자를 제대로 관찰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


Q : 신종 코로나는 어떤 경로로 감염되는 것으로 파악했나.
A : 벽이나 담 등으로 둘러싸인 공간에서 서로 얼굴을 맞대고 상당 시간 있는 경우를 '밀접 접촉자(close contact)'라고 하는데, 이들은 감염 위험이 있다. 예를 들어 한 방에서 한 시간 동안 대화를 나누거나, 백화점에서 손님과 판매원이 20분간 대화한 경우다. 슈퍼마켓에서 장을 보면서 스친 사람이나 계산원은 '일시 접촉자(transient contact)'다. 인플루엔자는 일시 접촉을 통해선 옮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이 정도 일상 접촉으로는 신종 코로나도 옮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Q : 확진자가 이용한 시설을 임시 폐쇄하는 것은 불합리한 건가.
A : 그 문제는 공중 보건(public health)의 영역이라기보다는 여론 홍보(public relations)의 문제로 보인다. 확진자 동선이 모두 공개되면 백화점으로서는 그렇게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우려로 10일 휴점한 롯데백화점 부산본점에서 방역업체 직원들이 백화점 내부 방역을 진행하고 있다. 부산지역 롯데백화점 4개점은 이날 대대적인 방역작업을 위해 휴점을 실시했다. [송봉근 기자]







Q : 바이러스 확산 가능성이 적은가.
A : 바이러스 확산 가능성은 제로(zero)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이 바이러스는 백화점 판매대 같은 무생물을 통해서는 전염되지 않기 때문이다. 바이러스는 장시간 공기 중에 멈춘 채 남아있지 않는다.


Q : 그럼 어떤 상황에서 신종 코로나에 감염되나.
A : 이 바이러스는 비말(droplet) 감염을 통해 전파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바람이 통하지 않는 닫힌 공간에서 확진자로부터 3~6피트(약 0.9~1.8m) 이내에서 상당 시간 동안 머물렀을 때 감염될 수 있다. 거의 언제나 실내에서, 얼굴을 맞대야 감염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Q : 미국 내 확진자가 적은 이유는 14일 이내에 중국을 방문한 외국인의 입국을 차단한 조치 덕분이 아닌가. 미국과 달리 한국은 중국과 왕래가 계속되고 있는데 확산에 영향이 있을까.
A : 한국인이 두려움을 느끼는 이유가 거기에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여행을 금지했을 때의 또 다른 고민은 언제 여행을 재개하느냐를 결정하는 것이다. 중국이 내놓는 데이터를 우리가 받아들이려면 앞으로도 몇주는 지나야 할 것으로 본다.


Q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특징은 뭔가.
A : 사스나 메르스보다 훨씬 손쉽게 전파되고 있다. 얼마나 치명적인지는 막 알아가는 단계다. 통상적으로 발병 초기에는 가장 중한 환자들 사례를 보게 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증상이 약한 환자들까지 확진되면서 치사율은 내려간다.




13일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직원들이 조지아주 아틀란타에 위치한 CDC본부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분주하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업무를 보고 있다. [EPA=연합뉴스]







Q : 아시아에서는 마스크 구하기 전쟁인데, CDC는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지 않는다. 이유는 뭔가.
A : CDC는 인플루엔자가 유행할 때도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지 않는다. 신종 코로나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와 전파 양상이 매우 유사하다. 거의 같다고 봐도 무방하다. 따라서 신종 코로나에도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지 않는 것이다.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CDC가 권고하기 위해서는 과학적 근거가 있어야 하는데, 대중이 마스크를 써서 바이러스를 차단할 수 있다는 데이터가 미미하다. 불충분한 데이터를 근거로 정부 기관이 권고를 내릴 수는 없다.


Q : 다른 이유는 뭔가.
A : 보통 시중에서 사는 마스크는 바이러스 유입을 차단하도록 설계돼 있지 않다. 소재가 얇은 데다 가장자리가 완전히 밀착되지 않는다. 비말은 아주 미세한 물방울 입자를 말한다. 틈새로 얼마든지 들고날 수 있어 마스크를 쓰는 효과가 별로 없다. 감염병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들이 쓰는 N95가 바이러스 유입을 막아주지만, 숨쉬기 어려울 정도로 촘촘해 일상생활에선 사용할 수 없다. 마스크라고 안 부르고 호흡보조기(respirator)라고 부른다.


Q : 최소한 다른 사람의 침방울을 맞는 건 막아주지 않을까.
A : 이론적으로는 그럴 수 있다. 감염 억제에 약간의 효과는 있겠지만, 마스크를 쓰면 바이러스 전파가 감소하고 마스크 착용자가 질병에 덜 걸린다는 연구 결과가 ‘팩트’로 입증되지는 않았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인들이 마스크에 익숙한 것은 문화적 차이라고 본다. 아시아에서는 몸이 아프면 마스크를 쓰고 직장에 나가야 하지만 미국에서는 마스크를 안 쓰고 직장에 안 간다. 미국에서는 아픈 사람이 마스크를 쓰지만, 아시아에서는 건강한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는 것도 다른 점이다.

CDC는 마스크 대신 신종 코로나 예방 수칙으로 ①20초 이상 비누질하며 손 씻기 ②씻지 않은 손으로 눈ㆍ코ㆍ입 만지지 않기 ③아픈 사람과 밀접 접촉하지 않기 ④아프면 집에 머물기 ⑤기침이나 재채기할 때 휴지로 입을 가린 뒤 휴지통에 버리기 ⑥자주 만지는 물건 자주 닦기 등을 권고한다. 20초는 생일 축하 노래를 두 번 부르는 시간이라고 CDC는 설명했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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