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s Angeles

68.0°

2020.05.29(Fri)

[독자 마당] 코로나와 치매

이상진 / 한미치매센터 대표
이상진 / 한미치매센터 대표  

[LA중앙일보] 발행 2020/03/31 미주판 20면 기사입력 2020/03/30 18:55

요즈음 LA카운티 지역에서는 '사회적 거리두기’와 함께 필수적인 외출을 제외하고는 자택에서 머무르는 것이 권장되고 있다.

이런 정부기관의 방침 때문에 내가 근무하는 실버타운도 사랑하는 자녀들의 방문이 제한되고 있다.

실버타운에는 치매를 앓고 있는 분들이 많다. 치매증상을 가진 한 분은 답답한 이유 자체를 모른다. 아들이 언제 왔는지 따지지도 기다리지도 않는 것 같다. 그런데 아들 같은 나이의 직원들을 보면 반갑다고 ‘하이 파이브’를 청한다.

“지금은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안돼요!”

늘 장단을 맞추어 드리다가 거절하니 그분이 당황하신다. 그런 모습을 보면 미안한 생각이 든다. 본능적으로 모성애를 나타내시는 것 같아 가슴이 찡해진다.

'고운’ 치매가 있는 한 분의 ‘하이 파이브’ 취미 하나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앗아간 꼴이다.

또 하나의 취미는 피아노 연주다. 젊었을 때 유치원 선생이셨다. 지금도 간단한 동요 정도는 가까스로 끝내는 능력이 남아있다.

그래서 복도를 배회하거나 멍하니 창문 밖을 바라보고 있을 때 로비에 있는 그랜드피아노에 앉혀드린다. “아빠하고 나하고 만든 꽃밭에…” 그분이 연주하는 피아노 소리가 행복 바이러스가 된다. 1층과 2층의 각방에서 코로나 바이러스를 피해 머무는 여러 어르신들의 갑갑함을 달래준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피아노 연주는 뺏어가지 못했다. 오히려 치매 증상이 있어도 이 시간 만큼은 음악치료사가 된다. ‘하이 파이브’ 대신 마음껏 박수를 보내 드렸다.

치매를 가진 분들에게도 아직도 남아있는 능력들이 있다. 잘 활용하면 그 분들의 삶의 질이 조금 더 나아지는 것을 본다. 눈여겨 살펴보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됐으면 좋겠다.

관련기사 독자마당

오늘의 핫이슈

PlusNews

포토 뉴스

전문가 칼럼전문가 전체보기

HelloKTow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