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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독자적 의료체계 강화정책 발표…"정부·의료계와 협의했어야"

[한국 중앙일보] 기사입력 2020/05/20 01:46

정부와 별도 감염병 대응체계 구축
감염병 연구센터·공공의대 설립 추진
전문가들 "독자적으로는 어려운 일들,
정부·의료계와 협의했어야"



박원순 서울시장이 20일 오전 브리핑을 통해 서울시 공공의료체계 강화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서울시]





서울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의 감염병에 대응할 수 있는 대규모 의료체계 개편 방안을 내놨다. 앞으로 4년간 2800억원의 예산을 들여 정부와 별도의 감염병 대응단계 시행하고, 독자적인 감염병 연구센터를 설립하는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특히 서울시가 지난 2018년 추진하다 무산된 ‘공공의과대학교 설립안’도 이날 발표된 정책에 들어갔다.

그러나 이 중 상당수 내용이 지자체가 아닌 국가가 나서야 하는 대규모 사업인 탓에 서울시가 이를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독자적인 감염병 대응단계 운영과 감염병 연구센터 설립 등은 법률 개정이 필요해 지자체 추진이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었다.

독자적 대응단계 신설…감염병 연구센터·공공의대 설립
박원순 서울시장은 20일 오전 브리핑을 통해 “‘서울형 표준방역모델 구축과 재난대응 공공의료체계 강화 방안’을 말씀드리겠다”면서 “중앙정부에서 질병관리본부를 청으로 승격하는 것에 발맞춰 지방정부도 감염병 대응체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발표했다.

이날 발표된 정책에 따르면 서울시는 앞으로 4년간 총 28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감염병 대응단계 7단계 세분화 ▶감염병 연구센터와 역학조사실 신설 ▶공공의료기관 확충 ▶공공의료인력 확충과 공공의과대학 설립 추진 ▶서울시 재난관리자원 통합비축창고 설립 ▶공공선별진료소 확충 등의 정책을 수행하게 된다.

이날 박 시장이 내놓은 정책 중 핵심 사안은 크게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먼저 정부에서 4단계(관심·주의·경계·심각)로 분류한 감염병 대응단계를 별도로 7단계로 세분화했다. 경계와 심각 단계를 각각 두 단계씩 나누어 경계 1단계, 경계 2단계와 심각 1단계, 심각 2단계로 더욱 세분화했다. 심각 1단계는 2주간 신규환자가 100명 이상 발생했을 때 발령하고, 심각 2단계는 그보다 많은 500명 이상 발생했을 경우 발령하는 식이다.



10일 이태원이 속한 용산구보건소 선별진료소가 검사를 원하는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또한 서울시 자체적으로 ‘감염병 연구센터’와 ‘역학조사실’을 설치하고 운영하는 내용도 들어갔다. 감염병을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예측하는 기관과 역학조사를 담당하는 전문 기관을 두겠다는 것이다. 올해 하반기까지 관련 전문가들을 모아 이 같은 조직이 만들어진다.

박 시장은 “감염병 대응에 있어 지방정부의 컨트롤타워 기능 강화로 이어져 현장을 진두지휘하는 데 큰 역할을 하게 된다”며 “동시에 중앙정부와 더 긴밀한 협력체계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가 지난 2018년 추진하다 무산된 ‘공공의과대학 설립’ 방안도 이날 발표에 포함됐다. 기존 의대 체제에서 인력확보가 어려운 응급외상, 감염성 질환 역학조사 등의 특수분야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서다. 당시 서울시는 폐교된 전북 남원시의 서남대 의대를 인수해 서울시 산하 서울시립대학교에 공공의과대학교를 설치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정부와 서남대 이사진과 이를 협의하는 과정에서 고배를 마셨다.

박 시장은 “전국 최초로 지방정부 차원의 공공의과대학 설립을 추진할 예정”이라며 “필요하다면 여러 지방정부와 공동으로 공공의과대학을 설립하는 방안도 열어놓고 함께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대응 혼선 가능성…발표 전 협의 충분했어야"



서울시는 지난 2018년 폐교된 서남대학교 의과대학을 인수해 '공공의과대학교' 설립을 추진했지만 고배를 마셨다. 사진은 지난 2018년 폐교된 서남대학교 의과대학의 모습. [중앙포토]





다만 서울시가 이날 발표한 일부 정책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부, 의료계 등과 충분한 협의 없이 발표되면서 정책 혼선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어서다. 특히 전문가들은 이날 발표된 일부 의료정책은 법률 개정 등의 문제가 있어 지자체의 독자적인 발표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최재욱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감염병 연구센터의 역할·권한·기능에 따라 관련 법안을 수정해야 하는 부분이 생길 수 있는데, 이는 중앙정부와 국회가 해야할 부분"이라며 "공공의과대학교 설립 등도 정부와 의료계와 사전협의 없이 밀어붙이기 식으로 정책을 발표한 것 같아서 적절해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박 시장이 이날 추진하겠다고 밝힌 '공공의과대학교'는 같은 내용의 법안인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에 발의된 상태다. 다만 정부와 의료계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계류 상태로 머물러 있다. 이에 대해 박 시장은 "최근 국무회의에서 공공의대 설립에 대해 제안했다"며 "교육부와 보건복지부 등과 깊이 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독자적으로 감염병 대응단계를 만들 경우 정부와 서울시의 방역 대책의 혼선이 발생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전병률 차의과학대학교 보건산업대학원장(전 질병관리본부장)은 “감염병 대응단계는 법적 근거로 운영되는 체계”라면서 “서울시가 이를 독자 운영할 경우 정부의 감염병 대응에 혼란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윤상언 기자 youn.sang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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