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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후보도 속았다···가짜 美대학 '엉터리 학위' 판 여권 인사

[한국 중앙일보] 기사입력 2020/05/23 17:01

미국에 가짜 대학을 세우고 총장 행세를 하며 ‘엉터리 학위’를 팔아온 사람이 대법원에서 중형이 확정됐다. 그는 과거 새정치민주연합 중앙당 부위원장을 지내는 등 여권 쪽에서 정당 활동을 해왔다.




가짜대학 템플턴대의 학생모집 홍보물. 홍모물상의 캠퍼스 건물은 미국의 한 교회로 드러났다. [템플턴대 페이스북]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사기 및 고등교육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모(48)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4일 밝혔다. 앞서 1,2심 모두 김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김씨는 2015년 1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템플턴대학교(Templeton University)’라는 이름의 법인을 등록한 뒤 본인이 총장 겸 이사장을 맡았다. 함께 법인을 설립한 공범 박모씨는 경영대학장 행세를 했다.

김씨 등은 학교 홈페이지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템플턴대학교에 입학하면 미국에서 수업을 듣지 않고 온라인 수업만으로도 미국 대학 학위를 받을 수 있다”며 홍보했다. 이 학위로 국내 4년제 대학 학사 편입과 대학원 진학도 가능하다고 했다. 30년 전통에 전 세계 24개국에 글로벌 캠퍼스가 있는 ‘명문대’인 것처럼 속이고, 전직 법무부 장관과 국회의원, 현직 지상파 아나운서 등이 교수진인 것처럼 홍보도 했다.

여기에 속은 학생들은 수업료로 13억원이 넘는 돈을 송금했다. 하지만 실상은 템플턴대는 미국 당국의 인가를 받지 않은 ‘가짜 대학’ 이었다. 여기서 받은 학위는 아무 곳에도 쓸 수 없다는 의미다.

피해자 중에는 2017년 제19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후보도 있었다. 해당 후보는 템플턴대 상담심리대학원 상담심리학 박사 학위를 최종학력으로 게재했다가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고발당했다. 다만 검찰은 이 후보가 “정식 학위가 아닌지 몰랐다”고 한 진술을 인정해 무혐의 처분했다.

김씨는 총장ㆍ이사장 허위 직함으로 버젓이 ‘사회 지도층’ 행세를 하고 다녔다. 서울과 부산 등에서 유명인사를 초청해 가면무도회를 열거나 호텔을 빌려 학위 수여식를 열었다. 그는 새정치민주연합 중앙당 한 위원회의 부위원장을 지내는 등 정당 활동도 해왔다. 2012년 제19대 총선에서 당시 민주통합당의 한 지역구 예비후보로 나서기도 했다.

사기 의혹이 불거진 뒤에도 그는 “템플턴대는 실체가 있는 대학교다, 경찰이 미국의 대학 설립 시스템을 잘 모른다”는 등 혐의를 부인해왔다. 오히려 피해자나 졸업생들을 접촉해 경력에 금이 갈 것을 빌미로 자신을 선처하는 탄원서를 내도록 설득했을 것으로 법원은 추정했다. 김씨의 1심 재판부는 “객관적 증거가 명백함에도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변소를 계속하면서 반성의 기미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며 실형 선고 이유를 밝혔다.

박사라 기자 park.sa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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