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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라대왕과 하이파이브 할 뻔" 25세 확진 유튜버의 경고

[한국 중앙일보] 기사입력 2020/05/24 08:32



20대 코로나 확진자 투병일기를 공개한 이정환씨. 유튜브 '도전하는복학생Korean Challenger'(사진 왼쪽)와 병원에서 이씨. [사진 이정환씨]





20년 4월 25일
코로나에 걸려 2주 동안 너무 아파서 생사를 헤매다가 염라대왕과 하이파이브를 할 뻔한 나는 현재 아무것도 하기 싫은 무기력증에 걸려 있다.

20년 4월 29일
코로나에 걸리고 나서 다짐한 게 있다. ‘미래에 살지 말고 현재를 살자는 것’이다.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하며 살자. 내 삶이 언제 끝날지 모르니까.

"죽다 살아나…심각성 알아달라"



이정환씨가 병원에서 진단 검사 결과를 듣고 있다. [사진 이정환씨]





지난 4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대학생 이정환(25)씨의 ‘코로나19 병상 일기’ 가운데 일부다. 그는 하루에도 몇번씩 일기를 쓰며 코로나19를 이겨내고 있다고 한다.
또 그는 자신의 투병 생활을 영상으로 만들어 유튜브에 올리고 있다. 최근 서울 이태원 클럽발(發)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 등을 지켜보며 20·30대 청년층에게 코로나19에 대한 경각심을 알리기 위해서다. 그에 따르면 코로나19는 결코 가벼운 병이 아니다.

이씨는 지난 1월 터키 이스탄불로 교환학생을 갔다가 코로나19가 확산하자 3개월 만인 지난 4월 4일 귀국했다. 귀국 다음 날 무증상 양성이 나왔으며 이틀 뒤 고열 등 증상이 나타난 후로는 계속 병원에 있다. 24일로 입원 49일째를 맞았다.

그는 “한창 증상이 심할 땐 온몸을 쑤시는 근육통 때문에 잠을 하루에 1시간도 못 잤다”고 말했다. 열이 39도까지 올랐고, 기침·가래 증상도 나타났다. 이 같은 증상은 약 14일간 이어졌다. 치료제 부작용으로 소화불량·구토·설사 등의 증상도 함께 겪었다. 이씨는 “딱 한 가지 증상만 힘들다곤 할 순 없다. 각종 증상이 겹쳐 괴로웠었다”며 “병실에 체중계가 없어 정확히는 모르지만, 밥도 물도 못 먹으니 체중이 한눈에 알아볼 정도로 줄었다. 사람이 그냥 창백해졌다”고 말했다.




이씨가 병원에서 먹는 식단. [사진 이정환씨]





3~4일에 한 번씩 반복되는 진단 검사에서 양성 판정이 잇따라 나오며 입원 33일 차엔 우울증과도 직면했다. 10번의 검사에서 매번 양성이 나온 데 따른 불안감이 그를 덮친 것이다. 우울감을 이겨내기 위해 그가 택한 것은 글쓰기와 운동이다. 이씨는 “양성 판정이 계속 나오면서 무기력증과 우울감을 느꼈는데 그때마다 일기를 쓰고 있다”며 “현재는 감정적으로 안정적인 상태”라고 말했다. 건강 상태를 회복한 확진 3주 차부턴 매일 1시간씩 가벼운 운동도 하고 있다고 한다.

"나뿐만 아니라 주변이 피해 보는 일"



유튜브 '20대 코로나확진자가 20·30대에 작심발언합니다' 영상에서 이정환씨. [사진 유튜브 캡처]





최근 이태원 클럽에서 시작한 집단 감염 사태를 지켜본 그는 작심 발언도 잊지 않았다. 방역지침을 지키지 않은 대가는 나뿐만 아니라 내 주변이 치를 수 있다는 경고다. “코로나19에 걸려보기 전까지 저도 그게 우스웠어요. 근데 제가 막상 걸려보니 20대도 코로나19에 걸리면 아파 죽을 것 같아요. 부모님이나 고령의 가족이 걸리면 진짜 아파죽을 수 있어요. (코로나19가) 여러분과 여러분 가족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다는 걸 명심했으면 합니다. 일부 사람들의 일탈로 많은 분이 피해를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정환씨가 병원에서 운동을 하고 있다. [사진 이정환씨]





이씨는 코로나19 감염 사실을 주변에 알리고, 확진자를 향한 사회적 낙인에 싸우기로 한 건 자신을 응원해주는 가족과 지인 덕분이라고 했다. 그렇기에 주변에 확진자가 있다면 따뜻한 위로를 건네달라는 게 이씨의 당부다. 그는 “죽고 싶을 만큼 힘들었지만 내가 대단해서 버틴 게 아니라 주변에서 받은 관심과 사랑 덕분에 버텼다. 나를 살린 건 가족과 친구들”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진은 그의 인생을 어떻게 바꿔놓았을까. 죽음과 맞닿아있는 삶 속에서 나중을 핑계로 지금 할 일을 미뤄선 안 된다는 게 그가 내린 결론이다. “지금껏 죽음에 대해 생각해본 적 없는데 코로나19를 겪고 나니 죽음과 삶이 멀리 있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취직하면 부모님께 효도해야지’라는 생각처럼 미래에 사는 게 아니라 ‘지금 부모님께 효도하고 싶으니 편지를 써드려야지’라고 생각하며 현재를 살아가려고 합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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