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s Angeles

77.0°

2020.08.07(Fri)

"어느날 걸려온 박원순 연락, 악몽 시작…법 보호 받고 싶었다" [일문일답]

[한국 중앙일보] 기사입력 2020/07/13 01:55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성추행 혐의 등으로 고소한 전직 여비서 측이 구체적인 고소사실 일부를 13일 공개했다. 이날 오후 고소인 측 변호인과 지원단체가 주관한 기자회견을 통해서다.

이들은 회견에서 "고소인이 시장실 비서로 근무한 4년간 박 시장이 지속해서 신체접촉을 하고 텔레그램을 통해 음란문자를 보내는 등 성적 고통을 줬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고소인의 변호인과 지원 단체가 회견 후 벌인 일문일답.

"전화 받고 당일 오후 시장실 비서 면접"



고 박원순 서울시장을 성추행 혐의 등으로 고소한 피해여성 대리인인 김재련 변호사가 13일 오후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실에서 연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Q : 피해자가 비서가 된 데 박 시장의 영향력 행사가 있었나.
A : 피해자는 공무원으로 임용돼 서울시청이 아닌 다른 기관에서 근무하던 중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오전 서울시청의 연락을 받고 그날 오후 시장실 면접을 보게 됐다. 그리고 비서실에서 근무하라는 통보를 받아 4년여를 비서로 일했다. 피해자는 시장 비서직으로 지원한 사실이 없다.


Q : 박 시장에 대한 고소 사실은.
A : 범행장소는 시장 집무실, 집무실 내 침실 등이다. 피해자에게 즐겁게 일하기 위해 둘이 셀카를 찍자며 집무실에서 셀카를 찍었다. 이때 신체 밀착이 있었다. 또 피해자의 무릎에 난 멍을 보고 '호~' 해준다며 무릎에 입술을 접촉했다. 또 집무실 안에 있는 내실·침실로 불러 안아달라며 신체를 접촉했다. 또 (피해자가 비서직을 그만둔 올해 2월 6일에도) 텔레그램 비밀 대화방으로 초대해 지속적으로 음란한 문자를 보내고, 자신이 속옷을 입은 사진을 전송했다.


Q : 여직원이 곧바로 고소 못한 이유는.
A : 피해자는 서울시 내부 도움을 요청했으나 "시장은 그럴 사람이 아니다. 단순한 실수로 받아들이라"고 하거나 “비서의 업무는 시장의 심기를 보좌하는 노동·역할”이라며 피해를 사소하게 만드는 반응이 이어졌다. 그러자 피해가 있다는 말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피해자가 부서 변경을 요청했으나 시장이 승인하지 않는 한 불가능했다.

"모종의 경로로 박 시장에게 고소사실 전해져"



피해여성의 변호인인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대표변호사가 박원순 시장이 고소인에게 보냈다는 비밀대화방 초대문자를 공개하고 있다. 현장기자단.







Q : 고소 당일(8일 오후) 모종의 경로로 박 시장에게 고소 소식이 들어갔다고 했는데 (박 시장에게) 이를 암시하거나 알린 일 있나.
A : 일체 그런 적 없다. 고소 이후 신속히 (박 시장이) 메시지를 보낸 휴대전화를 압수수색하는 게 절대적으로 필요했으므로 담당 수사팀에도 보안 유지를 요청드렸다. 고소장 접수 이후 이 정보가 새나가지 않도록 그날(8일) 오후 4시30분 시작해 다음날 새벽 2시30분까지 조사를 받은 것이다.


Q : 박 시장 고소 이후 서울시나 정치권, 청와대로부터 압력이나 회유가 있었나.
A : 피해자가 지난 8일에 (박 시장을) 고소했는데, 현재까지 공식·비공식적으로 피해자에게 가해진 외부 압력은 없다.


Q : 고소인 외에 다른 피해자가 또 있나.
A : 다른 피해자에 대해서는 모른다.

“경찰청·서울시·국회, 책임있는 행보 보여야”



13일 오전 박원순 서울시장의 온라인 영결식이 끝난 뒤 위패와 영정사진이 서울시청사를 빠져나와 장지로 향하고 있다. 최정동 기자.







Q : 박 시장이 실종되던 날 고소장으로 알려진 내용이 온라인 메신저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을 통해 돌았는데.
A : 그 문건은 수사기관에 제출한 문건이 아니다. 또 문건에 사실상 피해자를 특정할 수 있는 내용이 들어 있어 오늘자로 서울지방경찰청에 유포자를 적극 수사·처벌해달라는 고소장을 접수했다.


Q : 지난 4월에도 시청에서 성폭력 사건이 있었다. 이번 사건과 관련있나.
A : 두 사건 간 공통점은 서울시 내에서 발생했다는 것이다. 다만 구체적으로 어떤 관련성이 있는지 이 자리에서 말씀드리는 건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


Q : 사건이 알려진 직후 서울시의 공식·비공식적 언질 혹은 조치가 있었나. 이를 변호사 혹은 피해자 연대 단체에게 보냈나.
A : 어디서도 압력은 받지 않았다. 받았다 하더라도 전혀 굴하지 않았을 것이다. 사건을 보며 피해자가 엄청난 위력 앞에 혼자 시베리아 벌판에 서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더 이상 우리 사회에 이런 일이 없도록 지원하겠다.


Q : 이 기자회견에 응답해야 할 것은 수사 당국인가. 아니면 서울시나 여당인가.
A : 경찰청, 서울시뿐만 아니라 정부, 정당, 국회도 책임있는 행보를 위한 계획을 밝혀주시기를 촉구한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피해자의 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미련했습니다. 너무 후회스럽습니다. 맞습니다. 처음 그때 저는 소리 질렀어야 하고 울부짖었어야 하고 신고했어야 마땅했습니다. 그랬다면 지금의 제가 자책하지 않을 수 있을까, 수없이 후회했습니다.

긴 침묵의 시간, 홀로 많이 힘들고 아팠습니다. 더 좋은 세상에서 살기를 원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꿈꿉니다.

거대한 권력 앞에서 힘없고 약한 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공정하고 평등한 법의 보호를 받고 싶었습니다. 안전한 법정에서 그분을 향해 이러지 말라고 소리 지르고 싶었습니다. 힘들다고 울부짖고 싶었습니다. 용서하고 싶었습니다. 법치국가 대한민국에서 법의 심판을 받고 인간적인 사과를 받고 싶었습니다.

용기를 내어 고소장을 접수하고 밤새 조사를 받은 날, 저의 존엄성을 해쳤던 분께서 스스로 인간의 존엄을 내려놓았습니다. 죽음, 두 글자는 제가 그토록 괴로웠던 시간에도 입에 담지 못한 단어입니다. 저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할 자신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너무나 실망스럽습니다. 아직도 믿고 싶지 않습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많은 분들에게 상처가 될지도 모른다는 마음에 많이 망설였습니다. 그러나 50만명이 넘는 국민들의 호소에도 바뀌지 않는 현실은 제가 그때 느꼈던 위력의 크기를 다시 한번 느끼고 숨이 막히도록 합니다. 진실의 왜곡과 추측이 난무한 세상을 향해 두렵고 무거운 마음으로 펜을 들었습니다.

저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하지만 저는 사람입니다. 저는 살아 있는 사람입니다. 저와 제 가족의 보통의 일상과 안전을 온전히 회복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오늘의 핫이슈

PlusNews

포토 뉴스

전문가 칼럼전문가 전체보기

조앤 박 재정전문가

조앤 박 재정전문가

HelloKTow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