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s Angeles

79.0°

2020.09.20(Sun)

[백성호의 현문우답] "부처님도 육식하다 식중독 걸렸다" 고기 먹는 스님의 항변

  • 글꼴 확대하기
  • 글꼴 축소하기

[한국 중앙일보] 기사입력 2020/08/03 13:02


불교의 스님들은 절대 고기를 먹어선 안 되는 걸까. “고기 먹지 말라”는 계율은 왜 생겼을까. 지구촌에서도 어떤 스님은 고기를 먹고, 또 어떤 스님은 고기를 먹지 않는다는데. 그건 또 왜 그런 걸까. ‘육식 금지’라는 계율 뒤에 숨은 더 깊은 메시지는 어떤 걸까. 이번 편에서는 이런 궁금증들을 짚어봅니다. 정희윤 기자가 묻고, 백성호 종교전문기자가 답합니다.



Q : 불교의 스님들은 육식을 금지하지 않나. 그런데 부처님이 돼지고기를 드셨다는 게 사실인가?

A : “그렇다. 사실이다. 돼지고기를 드시고 식중독에 걸리기도 했다.”


Q : 스님도 육식 금지인데, 하물며 부처님이 육식을 했나. 이건 글로벌 스탠더드 아닌가. 육식은 반칙 아닌가?

A : “한국, 중국, 대만 등 동아시아 불교에서는 그렇다. 그런데 인도에서는 다르다.”


Q : 인도는 어떤가. 설마 스님이 고기를 먹나?

A : “맞다. 인도를 비롯해 스리랑카, 라오스, 태국, 미얀마 등 남방불교 스님들은 다 고기를 먹는다.”




미얀마 스님들이 아침 일찍 탁발을 나가고 있다. 주는 음식을 분별없이 받아야 한다. [중앙포토]







Q : ‘스님’하면 육식도 금지하고, 뭔가 수행자로서 절제하는 걸 기대한다. 그럼 남방의 불교는 그러한 절제가 없나?

A : “그렇진 않다. 남방 불교의 스님들은 ‘육식 금지’ 대신 ‘오후 불식’을 한다. 아침은 아주 간단하게, 그리고 오시(오전 11시~오후 1시)에 점심을 먹는다. 그 뒤에는 아무것도 먹지 않는다. 물론 저녁도 먹지 않는다. 수행자로서 그렇게 절제를 한다.”


Q : 오후 불식! 그건 전혀 몰랐다. 그래도 궁금하다. 육식은 왜 금지하지 않는 건가?

A : “불교가 처음 생겨날 때도 육식을 금하지는 않았다. 부처님 당시에도 스님들은 모두 탁발로 음식을 구했다. 탁발을 하면 주는 대로 먹어야 한다. 이 음식은 좋아, 저 음식은 싫어. 그런 분별심을 갖지 말라고 한다. 그래서 탁발로 얻은 음식을 분별없이 먹는 것도 수행의 한 방편이었다.”


Q : 그러니까 한 마디로 수행자로서 편식하지 마라, 골고루 먹어라. 뭐 이런 건가?

A : “하하, 그렇다.”




태국의 스님들이 탁발을 하고 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마스크와 얼굴 가림막을 한 채 마을을 돌고 있다. [중앙포토]







Q : 불교가 인도에서 중국을 거쳐 한국으로 들어왔다. 그럼 중국이나 한국, 대만에서는 왜 육식을 금하나?

A : “인도 불교에는 ‘살생하지 마라’는 계율은 있어도, ‘고기 먹지 말라’는 계율은 없었다. 그런데 불교가 인도에서 중앙아시아를 거쳐 중국을 통해 고구려로 들어오지 않았나. 물론 백제와 신라는 인도에서 뱃길로 바로 들어왔다고도 본다. 어쨌든 동아시아 불교에서는 육식을 금하는 계율이 생겨났다. 옛날에는 마트도 없고, 쿠팡으로 온라인 택배를 시킬 수도 없지 않나. 그러니까 산 속에 있는 사찰에서 고기를 먹으려면 어떻게 했겠나?”




옛날에는 산 속의 사찰에서 고기를 먹으려면 가축을 잡아야 했다. 그래서 살생을 하지 말라는 계율로 인해 동아시아 불교에서는 육식을 금하는 계율이 생겨났다. [중앙포토]







Q : 소나 양, 돼지를 직접 잡아야 했겠다.

A : “그렇다. 그러니까 살생을 하게 되는 거다. 이 살생을 막기 위해 아예 육식을 금한 거다. 그런데 네팔, 티베트, 몽골 등 라마 불교권 스님들은 육식을 한다. 거기서는 육식을 꼭 해야만 한다.”


Q : 불교의 출가자인데 육식을 꼭 해야만 된다고? 그건 왜 그런가?

A : “티베트는 고산 지대다. 네팔만 해도 4000m 이하의 산들은 이름이 없다. 그냥 구릉이다. 해발 4000m가 넘어가야 비로소 산 취급을 해준다. 산 이름도 붙여준다. 티베트에는 높은 산들이 많지 않나. 그래서 라마 고기를 먹지 않으면 고산병에 걸린다. 티베트 스님들은 생존을 위해 라마 고기를 꼭 먹어야 된다. 또 몽골은 농경 민족이 아니라 유목 민족이다. 농사를 짓지 않는다. 그래서 주식이 채소가 아니라 고기다. 구하기 힘든 채소를 먹는 것보다 고기를 먹는 게 현명하다. 그리고 한국도 불교 종단마다 차이가 있다.”




네팔의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정경. 높은 산이 많은 네팔에서는 4000m가 넘어야 산에 이름이 붙는다. 4000m 이하 산들은 구릉으로 취급한다. 뉴스1








몽골 사람들은 유목 민족이다. 채소보다는 고기를 구하기가 훨씬 쉽다.







Q : -한국은 불교하면 다 육식 금지인 줄 알았다. 종단마다 다르다니, 어떤가?

A : “조계종, 태고종은 육식을 금하고 있다. 그런데 생활불교를 지향하는 천태종과 진각종은 육식을 허용한다. 일본도 메이지유신 직후에 포고령을 통해 육식을 허용했다. 여기서 우리가 꼭 따져봐야 할 물음이 있다. 불교에서 육식을 금하는 건 본질적으로 무엇을 위한 건가?”


Q : -그게 무엇 때문인가?

A : “수행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남방 불교에서는 탁발로 골고루 먹고, 오후에 불식하는 게 수행에 도움이 된다. 이렇게 판단한 거다. 티베트나 네팔에서는 고기를 먹어야 고산병에 안 걸리더라. 그게 수행에 더 도움이 된다고 본 거다. 몽골에서는 구하기 힘든 귀한 채소 찾아다니며 에너지 낭비하는 것보다, 주변에 흔한 고기 먹는 게 수행에 더 도움이 된다. 이렇게 판단한 거다. 그럼 동아시아 불교는 어떤가. 고기 먹으려고 직접 돼지 잡고 닭 잡는 것보다, 채소 먹는 게 수행에 더 도움이 되더라. 게다가 채소 구하는 것도 어렵지 않더라. 이렇게 본 거다. 그러니까 ‘육식 금지’가 목적이 아니라 ‘수행’이 본질적 목적이다. 만약 수행은 뒷전이고, 육식 금지라는 계율만 열심히 지키는 이가 있다면 어떻겠나. 주객이 전도된 거다. 그러니까 불교에서 채식을 하더라도, 내가 무엇을 위해 채식을 하는가. 그걸 잊으면 곤란한 거다.”




라오스의 스님들이 줄지어서 발우를 들고 탁발을 하기 위해 가고 있다. [중앙포토]







Q : -다음 편에서는 어떤 이야기를 다룰 건가.

A : “부처님과 돼지고기에 얽힌 이야기다. 부처님께서 돼지고기를 드셨다고? 실제 드셨다. 이 일화에는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에 대한 깊은 울림도 담겨 있다.”

백성호 종교전문기자ㆍ정희윤 기자 vangogh@joongang.co.kr








오늘의 핫이슈

PlusNews

포토 뉴스

전문가 칼럼전문가 전체보기

조앤 박 재정전문가

조앤 박 재정전문가

HelloKTow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