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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든 연인 나체 촬영 무죄→유죄···故구하라 사건도 뒤집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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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중앙일보] 기사입력 2020/08/08 17:02



불법 촬영 관련 이미지 [중앙포토·연합뉴스]





“잠자는 연인의 나체를 그가 모르게 사진 촬영한 A씨는 유죄.”

어쩌면 너무도 당연해 보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잠든 연인의 나체를 몰래 촬영한 A씨는 법원에서 두 차례나 ‘무죄’ 판결을 받은 뒤 대법원에서 유죄취지 파기환송 판결을 받았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가 A씨의 촬영이 유죄라고 본 이유는 무엇일까.

평소에도 찍던 사진, 의사에 반한 것 아니다?
A씨는 여자친구 B씨와 다툼을 하다 B씨를 때리고 휴대전화를 부순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됐다. 그런데 A씨의 휴대전화를 보니 잠든 B씨의 나체 사진이 여러 장 있었다. 검찰은 A씨가 B씨의 의사에 반해 성적 수치심 등을 일으킬 수 있는 B씨의 신체를 촬영했다고 보고 카메라 등 이용촬영죄 위반 혐의도 포함해 A씨를 기소했다.

1심 재판부는 상해ㆍ재물손괴ㆍ감금죄로 A 씨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그런데 불법촬영 혐의는 무죄였다. 문제가 된 나체사진만 보면 B씨가 잠들어 있었으므로 A씨가 B씨의 명시적 동의를 받지 않았다는 점을 인정할 수 있었다.

하지만 재판부가 A씨의 유죄를 인정하지 않은 이유는 그 사진 외의 다른 사진들에 있었다. 잠든 채 찍힌 사진을 전후해 찍힌 여러 장의 다른 사진에도 B씨의 민감한 신체 부위가 나왔다. 이 사진 중에는 B씨의 동의를 얻은 사진도 있긴 했다. 재판부는 A씨와 B씨가 연인인 점을 고려하면 “평소에 명시적ㆍ묵시적 동의로 많은 촬영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A씨의 유죄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항소심 역시 마찬가지였다.

대법원 “전에 동의했다고 언제든 촬영해도 된다는 건 아냐”
대법원은 이런 하급심의 판단이 잘못됐다고 판결했다. 연인관계에서 서로 동의를 얻었거나 명시적인 반대 의사 표시 없이 A씨가 B씨의 신체 부위를 찍은 적 있었더라도 잠든 나체 사진을 찍은 것과는 별개의 경우라는 뜻이다.

대법원은 “B씨가 깨어 있는 상태에서 자신의 신체를 찍는 것에 동의했다 해도 ‘A씨가 언제든 자신의 신체를 촬영해도 된다’고 동의한 건 아니다”고 분명히 했다. B씨가 자는 상태에서 나체 사진을 찍는 것까지 묵시적으로 동의했다고 쉽게 단정할 수 없다는 취지다.




A씨의 불법촬영 사건의 주심을 맡은 박상옥 대법관 [중앙포토]





특히 대법원은 B씨가 깨어 있을 때 찍은 사진과 잠들었을 때 찍은 사진이 크게 다르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B씨가 깨어 있을 때 찍은 사진은 주로 특정 신체 부위를 찍은 것으로 누구인지 알아볼 수 없는 사진들이다. 하지만 B씨가 잘 때 찍은 사진은 B씨의 얼굴을 포함해 전신이 드러난 사진 등이었다. 대법원은 “잠든 나체 사진은 B씨가 특정될 수도 있는데 B씨가 당연히 동의했으리라고 추정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B씨는 경찰 조사에서 “성관계 시 A씨가 영상을 찍는 경우가 있었고, 영상을 지우라고 했지만 이후 지웠는지 확인해보지는 않았다”고 진술했다. 또 “제가 잘 때 A씨가 저의 몸을 촬영하는 버릇이 있었는데, 자다가도 찰칵 소리가 들려 일어난 적이 많았다”고 했다. 대법원은 이런 B씨의 진술 역시 자신의 신체를 촬영하는 행위에 대해 명시적ㆍ묵시적으로 동의했다고 보기 어려운 근거로 삼았다. 덧붙여 “나체 사진 유포가 목적이 아니라 단순 호기심에서 촬영했다 하더라도 범죄 성립에는 영향이 없다”고 분명히 했다.

故 구하라 전 연인 최종범 판결에도 영향 줄까



가수 고(故) 구하라씨를 폭행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전 남자친구 최종범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이번 대법원의 판결에 대해 '연인 사이 불법 촬영' 범죄에서 각 사진이 촬영될 때의 개별적 상황을 구체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짚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불법촬영 혐의로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최종범씨(故 구하라의 전 남자친구)의 상고심에 영향이 있을지 등도 주목된다.

최씨는 상해·강요·협박·카메라 등 이용촬영 등 5개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1·2심은 카메라 등 이용촬영죄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최씨는 탈의한 구씨의 뒷모습 등 6장의 사진을 촬영했다. 법정에 증인으로 선 구씨는 "촬영 당시에는 전혀 몰랐고, 뒤늦게 알았다"라고 증언했다. 실제 문제가 된 6장의 사진에는 구씨가 촬영 사실을 알았다고 볼 정황은 없다고 한다.

1·2심 재판부는 최씨의 무죄 근거 중 하나로 "연인관계였던 두 사람이 이전에도 신체 사진을 촬영한 적 있는 점"을 들었다. 또 "촬영 이후 일정 시간 동안 구씨가 이의를 제기하지 않아 묵시적 동의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구씨 측을 대리하는 노종언 변호사(법무법인에스)는 "이번 대법원 판결은 특정 촬영과 관련해 진짜 동의가 있었는지 아닌지는 예전 사진만을 보고 추단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며 "연인 간 촬영 동의에 대한 구체적 사정을 고려해야 한다고 본 점에서 구씨 주장과 유사한 견해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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