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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난 아내 이름 안다는 이유로, 아들 출생신고도 못한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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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중앙일보] 기사입력 2020/10/17 22:44



보건복지부지가 지난 15일부터 출생신고가 어려운 미혼부 가구에 자녀의 경우 출생신고 전에도 아동수당, 보육료 및 가정양육수당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했다고 18일 밝혔다. 제공 pixabay





한 살 아들을 아내 없이 홀로 키우는 장모(28)씨는 수 개월째 아동수당과 양육수당을 못 받고 있다. 아들의 출생신고를 하지 못해서다.

가족관계등록법 제46조에 따르면 혼인 외 출생자의 신고는 엄마가 해야 한다. 같은 법 제57조에 모(母)의 성명·등록기준지 및 주민등록번호를 알 수 없는 경우에는 아빠가 가정법원의 확인을 받아 출생신고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생모의 인적사항 중 일부라도 안다면 아빠 혼자는 출생신고를 하기 어렵다. 장씨의 사례는 출산 후 우울증이 심했던 아내가 갑자기 가족 곁을 떠난 경우다. 장씨는 아내의 연락처, 행방을 전혀 모르지만 아내의 이름을 안다는 이유로 가정법원으로부터 미혼부 출생신고 허가를 받지 못했다.

보건복지부지가 이러한 허점을 고치기 위해 지난 15일부터 출생신고가 어려운 미혼부 가구의 자녀의 경우 출생신고 전에도 아동수당, 보육료 및 가정양육수당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했다고 18일 밝혔다.

올해 두 살 된 아들을 홀로 키우는 미혼부 김모(36)씨도 복지부의 제도 개선으로 앞으로 어린이집 보육료를 지원받을 수 있게 됐다. 지역 내 사업체에서 근무하는 김씨는 근무시간 동안 아들을 어린이집에 보내고 싶었지만, 출생신고를 위한 법원의 확인을 기다리고 있어 보육료 지원은 받지 못하는 상태였다. 김씨는 “아들의 출생신고를 위해 얼마가 걸릴지 모르는 법원의 확인을 기다리는 과정에서 불안과 걱정이 컸다”며 “출생신고 전에도 보육료를 지원받아 어린이집에 보낼 수 있게 돼 걱정 없이 일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미혼부 출생신고 길 열렸지만, 여전한 사각지대

가족관계등록법 개정으로 미혼부가 혼자 출생 신고를 할 수 있게 된 건 지난 2015년부터다. 딸 ‘사랑(가명)이’의 출생 신고를 도와달라며 1인 시위에 나선 아빠 김지환(43)씨의 문제 제기를 시작으로 통과한 일명 ‘사랑이법’ 덕분이다.



 보건복지부지가 지난 15일부터 출생신고가 어려운 미혼부 가구에 자녀의 경우 출생신고 전에도 아동수당, 보육료 및 가정양육수당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했다고 18일 밝혔다. 중앙포토






하지만 현실에서 미혼부가 아이의 출생신고를 얻어내기는 쉽지 않았다. 법원은 ‘엄마의 성명·등록기준지·주민등록번호를 알 수 없는 경우’라는 법 조항을 엄격하게 해석했다. 성명·등록기준지·주민등록번호 중 하나만 안다는 사실만으로 허가를 내주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또 아이가 혼외 자식일 경우 미혼부는 자신의 아이가 다른 사람의 친생자가 아니라는 점을 증명하기 위해 아이 엄마의 혼인관계증명서가 필요하다.
현행법상 아이의 출생신고 의무자가 엄마다. 엄마라면 출생했다는 사실만으로 모자 관계를 인정받을 수 있지만, 아빠는 ‘인지’ 절차가 필요하다. 인지란 혼외 출생 자녀를 생부 또는 생모가 자기의 자녀로 인정하는 신고다.

만약 생모가 아이를 낳고 연락이 끊기거나 출생 신고에 협조하지 않는다면 미혼부는 혼자 출생신고를 하기 어렵다. 친생자 소송까지 가는 사례도 적지 않다.

출생신고 안 해도 관련 서류 갖추면 수당 지금

이 때문에 미혼부 단체 등에서는 이런 어려움을 해소해달라며 정부에 지속적으로 민원을 제기했다. 미혼부도 가정법원의 확인을 거쳐 출생 신고를 할 수 있긴 하지만, 과정이 복잡할뿐 아니라 실제 법원 확인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는 동안 아이는 아동수당, 보육료, 가정양육수당 등 각종 복지혜택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지가 지난 15일부터 출생신고가 어려운 미혼부 가구에 자녀의 경우 출생신고 전에도 아동수당, 보육료 및 가정양육수당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했다고 18일 밝혔다. 연합뉴스





결국 2015년 '사랑이법' 제정 이후에도 구제되지 못하는 미혼부가 계속 생겼다. 그러다 지난 6월 대법원에서 사랑이법 사각지대에 놓인 아동들의 '출생 등록 권리'를 최초로 인정하는 판결을 하면서 길이 열렸다. 대법원이 ‘엄마의 성명·등록기준지·주민등록번호를 알 수 없는 경우’ 법조항에 대해 "문언 그대로 '엄마의 이름·주민등록번호·등록기준지 전부 또는 일부를 알 수 없는 경우'뿐만 아니라 엄마가 소재 불명인 경우, 엄마가 정당한 사유 없이 출생 신고에 필요한 서류 제출에 협조하지 않는 경우도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정부는 대법원 판결 이후 8월 사회관계장관회의를 열고 ‘미혼부 자녀 출생신고 및 지원 개선방안’ 후속 조치를 발표, 제도 개선을 확정했다. 앞으로는 출생신고 전이라도 미혼부가 ▶자녀와의 유전자검사결과 ▶출생신고를 위해 법원 확인 등 절차를 진행 중임을 증명하는 서류를 갖춰 거주지 읍면동 주민센터에 신청하면 된다.

기존 아동·양육수당은 출생신고 완료 후에 신청할 수 있고 신청한 날이 속하는 달부터 받을 수 있었다. 다만, 출생 후 60일 이내에 신청하면 출생일이 속한 달부터 소급 지급했다.

각 지방자치단체는 실제 아동 양육 여부 확인한 뒤 사회복지 전산관리번호를 부여해 신청한 날이 속하는 달부터 아동수당, 보육료·가정양육수당을 지급하기로 했다. 다만 아동수당, 가정양육수당은 미혼부 자녀 출생 후 60일 이내에 관련 서류를 갖춰 신청한 경우는 출생일이 속한 달부터 소급 지원한다.


아동수당 등 지급 후에 지자체는 미혼부 자녀가 공적으로 등록되기 전까지 법원 확인 절차 등 출생신고 진행 상황, 아동 양육상황 등을 정기적으로 확인·점검할 계획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미혼부 자녀의 권리 보호와 건강한 성장환경 조성을 위한 조치가 아동 복지 향상에 기여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태윤 기자 lee.tae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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