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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유세장 새벽4시부터 긴줄 "사회주의 막으러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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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중앙일보] 기사입력 2020/10/18 13:02

격전지 미시간주 공항 격납고 유세
"코로나 책임 안 묻는다" 약속 후 참가
지지자들 "트럼프 대선 이긴다"
"바이든 우위 여론조사는 가짜"
민주당, "전망보다 레이스 접전" 우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대표적 경합주인 미시간주에서 유세를 개최했다. [머스키건=박현영 특파원]






미국 대통령 선거를 17일 앞둔 17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격전지 두 곳, 미시간주와 위스콘신주에 연달아 출격했다.

전날엔 민주당 대선 후보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미시간을 찾았다. 지난 14일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미시간에서 연설했고, 오는 20일 바이든 후보 부인 질 여사가 방문할 예정이다. 그만큼 미시간은 미 대선 승부를 결정짓는 최대 격전지다.

트럼프 대통령 유세 현장 취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리더라도 트럼프 대통령과 선거캠프에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약속으로 시작했다. 유세에 참여하려면 이에 동의해야 한다.

행사장인 미시간주 서쪽 머스키건 카운티에 있는 민간 공항에는 마스크를 쓴 사람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행사장 입구에서 열을 재고 마스크를 무료로 나눠줬다. 열 있다고 거절당한 사람도, 마스크를 챙겨가는 사람도 거의 없었다.

행사장 안에는 빌리 조엘의 '피아노 맨', 애니멀즈의 '하우스 오브 라이징 선', 빌리지 피플의 'YMCA' 등 옛 정취가 가득한 노래가 울려 퍼졌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라는 슬로건에 걸맞게 옛날 향수를 자극하는 장치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 미시간주 머스키건 공항에서 에어포스원에 내려 무대로 걸어오고 있다. [AFP=연합뉴스]






'코로나19 집회' 비난 피하려 공항 활주로를 유세장으로
행사는 활주로 옆 격납고 앞에서 열렸다. 오후 5시께 하늘에서 불빛을 반짝이며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이 하강하자 군중은 일제히 스마트폰을 허공에 대고 영상을 찍기 시작했다.

비행기에서 내린 트럼프 대통령은 컨트리뮤직 가수 리 그린우드의 대표곡 '갓 블레스 더 유에스에이(God bless the U.S.A.)'를 배경으로 무대에 올랐다. 관중은 "4년 더(Four more years)", "트럼프를 사랑합니다(We love Trump)"를 외치며 환영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코로나19 확산 속에 대중 집회를 열기 위해 공항 활주로를 이용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코로나19 예방 지침을 무시하고 실내에서 대규모 유세를 여는 데 대한 비판이 일자 트럼프 선거캠프는 모든 유세를 공항에서 열고 있다.

격납고 앞에 연단과 좌석을 설치해 '야외' 행사로 진행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에어포스원을 타고 와 활주로에 내려 연설하고 곧바로 비행기를 타고 이륙할 수 있어 하루에 두 곳 유세도 가능해 일석이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대표적 경합주인 미시간주에서 유세를 했다. 칼바람에 날씨가 추워지자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모자를 썼다. [머스키건=박현영 특파원]






호숫가 칼바람 맞으며 1시간 40분 연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인근 호수에서 불어오는 칼바람을 맞으며 1시간 40분간 서서 연설했다. 바람이 너무 매서워 중간에 모자를 가져다 달라고 부탁해 쓰기도 했다. 대도시 교외 거주 중산층 여성에게 인기가 없다고 알려져 있으나 이날은 주말이어서인지 부부 또는 가족이 함께 온 경우가 많아 성비는 남녀가 비슷비슷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에서 바이든 후보를 조롱했고, 민주당이 좌편향돼 있다고 공격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마디 할 때마다 관중은 환호했고 그의 말을 그대로 따라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바이든의 차남 헌터가 아버지 부통령직을 이용해 우크라이나와 중국에서 거액의 부당 이득을 취했다. 그건 범죄"라고 말하자 관중은 "그건 범죄"라고 호응하는 식이다. 호감 있는 상대를 모방하는 '미러링 효과'로 보였다.

"민주당은 미국을 부정해" 애국심에 호소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때문에 잘 나가던 미국 경제가 멈춰 서게 됐다면서 "중국 바이러스 탓"이라고 다섯번쯤 외쳤다. 관중도 따라 했다. 주변에서 유일한 아시아인인 나에게 시선이 꽂히는 듯해 마음이 불안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을 반미(反美) 세력으로 몰았다. 민주당이 워싱턴기념탑, 링컨기념관 등 기념물 이름을 죄다 지우고, 콜럼버스의 날을 '원주민의 날'로 바꾸는 등 미국의 유산을 없애려 한다고 공격했다.

트럼프는 "저들은 미국을 사회주의로 만들려 한다"고 공포심을 부추겼고, "반미국적(Anti-American) 프로파간다는 절대 발붙이지 못하게 하겠다"고 다짐했다. 바이든이 집권하면 불법 이민자들로 미시간이 가득 찰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대표적 경합주인 미시간주에서 유세를 했다. [머스키건=박현영 특파원]






"인종차별 없어…우릴 헐뜯는 민주당이 문제" 역공
그러면서 민주당이 비판하는 인종차별적 발언과 관련해 오히려 역공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저들은 우리를 인종 차별주의자라고 부르면서 나라를 깎아내리고 있다"면서 "이 나라는 그렇게 형편없는 나라가 아니라 여러분이 충분히 자랑스러워해도 되는 나라"라고 추켜세웠다. 군중은 "U.S.A."를 연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중이 민주당 소속 그레첸 휘트머 미시간 주지사를 "감옥에 가두라(Lock her up)"고 외치자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기도 했다. 미 연방수사국(FBI)이 휘트머 주지사 납치 음모를 꾸민 극우단체 회원 13명을 기소했는데도 대통령이 또 극우 단체들을 자극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트럼프는 "미시간은 헨리 포드가 자동차 생산 라인을 탄생시키고, GM과 머스탱을 만든 곳"이라며 "여러분이 이 나라를 위대하게 만들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미시간주에서 유세했다. 한 지지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연설하는 1시간 40분 동안 간간이 손으로 하트를 만들어 지지의사를 표시했다. [머스키건=박현영 특파원]






트럼프 보기 위해 새벽 4시부터 밤샘 대기 줄
트럼프 유세 현장은 맹렬 지지자들끼리 모여 같은 마음을 나누는 축제 같았다. 현장에서 만난 30대 남성은 "여기 있는 사람은 트럼프로 마음을 굳힌 사람들"이라며 "누굴 찍을지 아직 정하지 못한 사람이 올 자리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지지 후보를 결정한 거냐'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었다.

트럼프 유세는 아이돌 스타의 콘서트장을 방불케 했다. 선착순 입장에 좋은 자리를 잡기 위해 새벽부터 밤샘 줄이 만들어졌다. 이날 새벽 4시에 도착해 28번, 29번 좌석을 받았다는 에드(65·미시간주 플린트 거주)는 '트럼프를 찍을 거냐'는 질문에 "미국을 사회주의로 만들 수는 없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이날 이곳 체감 온도는 영상 3도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거친 말과 인성이 불편할 때는 없냐고 묻자 그는 "대통령으로서 일을 잘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 상냥하고 부드럽기만 해서는 일을 할 수 없다. 트럼프가 정말 좋다"고 말했다.

지지자 "트럼프 이긴다…여론조사는 가짜"
유세장을 찾은 사람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시간주에서도, 전국에서도 이길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20대 청년 이제이는 "트럼프가 당연히 이길 것"이라고 했다.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상당히 뒤지고 있다고 알려주자 그는 "여론조사는 다 가짜"라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끌어내리려는 딥 스테이트(숨은 권력 집단)와 적폐(Swamp), 가짜 언론이 대통령을 흔들기 위해 꾸며낸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을 좋아하는 이유는 다양했다. 17세 소녀 엠마는 "트럼프 유머가 너무 좋다. 웃기고 솔직한 거 같다"면서 "낙태에 반대하기 때문에 공화당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50대 남성 벤지는 "종교의 자유, 총기 소지 자유를 비롯해 법을 위반하지 않으면 뭐든 할 수 있는 자유를 소중히 여기는 보수의 가치를 지지하기 때문에 트럼프를 찍겠다"면서 "권리를 하나둘 빼앗기기 시작하면 그게 사회주의로 가는 길"이라고 말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미시간서 바이든 11%포인트 앞서 vs 트럼프 1%포인트 우세
미시간과 위스콘신, 펜실베이니아주는 1992년 이후 모든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에 투표한 18개 주와 워싱턴DC를 일컫는 '푸른 벽(Blue Wall)' 일원이었다. 하지만 2016년 선거에서는 트럼프 후보를 찍으면서 이탈했다.

2016년 트럼프 대통령은 미시간주에서 1만704표를 더 얻어 민주당 대선 후보 힐러리 클린턴을 눌렀다. 득표율 격차가 0.2%포인트에 불과해 전국에서 가장 적었다. 그 격전지에 '푸른 벽'을 다시 세우려는 바이든 후보와 막으려는 트럼프 대통령 간에 치열한 다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더힐과 해리스X가 공동으로 16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시간주에서 바이든 후보는 지지율 54%로, 트럼프 대통령(43%)을 11%포인트 앞섰다. 하지만 트라퍼가그룹은 같은 날 트럼프 지지율 47%, 바이든 46%로 트럼프가 1%포인트 앞서고 있다는 조사를 내놨다.

바이든 캠프 "아직 선거 끝난 것 아냐"…높은 지지율 주의보
바이든 선거캠프는 "바이든의 높은 전국 지지도는 선거가 벌써 끝났다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워싱턴포스트가 입수한 메모에서 젠 오말리 딜런 바이든 선대본부장은 "지지자들은 우리가 트럼프에 지고 있는 것처럼 생각해야 한다. 트럼프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는 점, 우리가 무너져 내릴 수도 있다는 점 때문에 현실에 안주할 수 없다"고 말했다.

딜런은 "경합 주와 관련해 트위터나 TV에서 일부 전문가가 내놓는 전망보다 실제 레이스는 훨씬 더 치열한 접전"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지지자들에게 "우리가 선거에서 확실하게 이겨야 한다"면서 "투표를 꼭 하고, 일찍 하고, 우편투표 용지를 빨리 반송하라"고 말했다.

연설이 끝나고 애니멀즈의 'YMCA'가 흘러나오자 트럼프 대통령은 리듬을 타면서 주먹을 쥐어 올렸다. 곧바로 떠나지 않고 한참을 무대 이쪽저쪽을 오가며 지지자들과 눈을 맞췄다.

해가 뉘엿뉘엿 질 무렵 그가 탄 에어포스원은 바로 옆 위스콘신주 제인스빌을 향해 이륙했다. 지지자들은 에어포스원이 점이 되어 사라질 때까지 자리를 뜨지 않았다.

머스키건(미시간주)=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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