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생각에 빠져있다 [AFP=연합뉴스]](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011/23/f26fb0a4-0c37-424b-8195-98e430303a95.jpg)
가장 우려되는 것은 지난 제116대 의회에서 화제를 불렀던 민주당 강성 진보그룹인 ‘스쿼드’ 소속 연방하원의원들이 대선과 같은 날 치른 117대 의회 선거에서 전원 재선한 것은 물론 전원 한결같이 강력한 진보 정책을 외치고 있다는 사실이다. 선수단이나 분대를 가리키는 ‘스쿼드’라는 비공식 용어로 불리는 이들은 모두 지난 2018년 중간선거에서 첫 당선한 소수민족 출신 여성으로 소수민족과 이민자, 여성, 성소수자의 권리 보호에 앞장서면서 민주당의 진보 분위기를 이끌어왔다.

스쿼드의 대표적인 인물이자 실질적인 지도자는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31·뉴욕)는 특히 주목할 인물이다. AOC라는 약칭으로 불리는 그는 자신이 “노동자 계층의 직업을 갖고 일했던 사람으로 테이블 서빙을 했고, 지하철을 탔고, 뉴욕 길거리를 걸어 다녔다”고 강조한다. 청소부로서 고생하던 어머니의 반지를 항상 끼고 다니며 노동자 대중을 늘 생각한다는 민주당 내 진보·여성·소수민족 연방하원의원이다.

AOC는 폭발적이면서도 빈틈없는 논리를 갖춘 연설과 방송 코멘트, SNS를 이용한 대중과의 적극적인 소통, 발빠른 이슈·아젠다 선점으로 ‘민주당의 샛별’로 통했다. 미디어와 지지자들에게 21세기형 대중 진보정치인의 대표로 주목 받았다. 특히 트럼프를 거침없이 비난하고, 히스패닉계 식품회사인 고야푸드의 대표이사가 트럼프를 공개 칭찬하자 불매운동을 제안하는 등 과감한 언행에 지지자들은 열광했다. 민주당의 ‘사이다 발언’을 도맡은 셈이다.

히스패닉인 그는 첫 의원 선서 당시 만 29세로 최연소 의원 기록을 세웠다. 보스턴 대학을 졸업하고 식당 등의 웨이트리스·바텐더 등으로 일하다 의회에 입성했다. AOC는 민주당의 10선 연방하원의원인 조 크롤리를 경선에서 꺾고 본선에서 당선해 의회에 진출했다. 크롤리는 낸시 펠로시에 이어 연방하원의장을 맡을 것으로 기대되던 거물이다. 젊은 유권자들은 이런 거물보다 젊고 열정적이며 기존 정치에 비판적인 활동가형 AOC를 택했다. AOC는 이런 조용하지만 뜨거운 정치혁명의 주인공이다.


대표적인 것이 AOC가 지난 7월 23일 연방하원에서 10분간 원고 없이 진행했던 의사진행 발언이다. 그는 이 짧은 연설로 미국 사회에 만연한 여성과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폭언·폭력을 정면으로 비난한 연설로 미국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연설은 7월 21일 연방의사당 입구에서 공화당의 테드 요호(플로리다) 연방하원의원이 기자들과 다른 의원이 있는 자리에서 자신에게 욕설(Fucking Bitch)하는 것을 들은 뒤 이뤄졌다. 연설에서 AOC는 이런 욕설은 자신을 의회로 보낸 힘없는 시민들이 늘 당하는 일이라며 요호는 물론 힘 있는 사람들의 소수자에 대한 차별행위를 정면에서 비판했다. 요호 의원이 “내게는 아내와 딸이 있다”며 자신이 그런 말을 할 사람이 아니라고 변명했던 것도 맹렬히 비난했다.

이 연설은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고 즉각 논리적으로 항의하면서 핍박 받는 소수자를 적극적으로 대변하는 AOC의 진면목을 보여준 것으로 통한다. 의회를 충분히 경험했지만 AOC는 전혀 순치되지 않고 여전히 열혈 전사로 남았다.
![민주당 경선은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치열한 대결 끝에 바이든이 극적으로 승리했다.이 과정에서 샌더스와 엘리자베스 워렌을 비롯한 민주당 내 좌파는 바이든 지지를 선언했다. [AFP=연합뉴스]](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011/23/491808ff-77b9-45f2-baca-f2ca4d2d6558.jpg)

상황을 살펴보자. 바이든과 민주당은 상하원 의회 선거 결과에 낙담할 수밖에 없다. 약 3분의 1인 35명을 새로 뽑은 상원 선거 결과 내년 1월 3일 개원하는 117대 의회에서 공화당은 전체 50~52석, 민주당은 46~48석의 상원 의석을 확보할 전망이다. (2석은 무소속) 주 선거법에 따라 내년 1월에 결선투표를 치러야 하는 조지아 주의 연방상원의원 2석이 아직 미정이기 때문에 전체 의석 분포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조지아에서 공화당이 2석을 모두 가져가면 공화와 민주의 의석 비율은 52 대 46이며, 공화당과 민주당이 하나씩 나누면 51대 47이다. 민주당이 2석을 모두 차지해도 50대 48이 된다. 게다가 현실적으로 조지아에서 민주당이 2석을 다 가져가기는 어렵다는 관측이다. 결국 공화당의 상원 장악은 불가피하다. 바이든의 고민이 깊어지는 이유다. 예산권과 입법권, 고위공직자 임면에서 막강한 권한을 지난 상원은 바이든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
공화당은 당의 정체성과 관련한 세금·총기소유·낙태 등과 관련해 민주당에 양보하지 않고 버틸 가능성이 크다. 기업 법인세와 부유층을 상대로 증세를 하겠다는 바이든의 공약은 의회에서 격렬한 논쟁에 빠질 수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의회에서 길을 잃을 가능성이 엿보이는 이유다.

222대 213이라면 민주당의 장악력이 떨어져 연방하원을 안심하고 운영하기 쉽지 않다. 바이든 행정부는 공화당이 장악한 상원은 물론 민주당이 아슬아슬한 우위를 유지하는 하원에서도 강한 견제구 속에서 표류할 가능성이 작지 않아 보인다. 양당 의석차 9석은 7석의 차이를 보였던 2001~2003년 107대(당시는 공화당이 제1당) 연방하원 이후 가장 적은 숫자다. 당시 대통령은 조지 W 부시였다.
미국 연방하원은 제84~103대(1955~1995년)의 40년 동안 민주당이 지배했다. 그러다 104~109대(1995~2007년)의 12년간 공화당이 연속 장악했다. 110~111대(2007~2011년)에 다시 민주당에 넘어왔다가 112~115대(2011~2019)에 또 공화당에게 돌아갔다. 2019년 116대에서 민주당이 탈환한 뒤 이번에 연속 장악에 성공했지만 의석차가 적어 불안한 출발을 예고한다.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는 과반인 270명을 넘는 304명의 선거인단을 얻어 227명 확보에 그친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누르고 당선했다. 미국 대선은 선거인단을 선출하는 50개 주와 수도 워싱턴DC 가운데 선거인단을 주와 연방하원의원 선거구에 따라 나누는 네브래스카와 메인을 제외한 모든 지역은 일반투표에서 1표라도 더 얻은 후보가 선거인단 전부를 차지하는 승자독식제를 채택하고 있다. 당시 선거에서 트럼프는 30개 주와 메인주 1개 선거구의 선거인단을 가져갔다. 클린턴은 20개 주와 워싱턴DC의 선거인단을 얻었다.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는 6298만4828표를 득표해 46.1%의 득표율을 획득했다. 클린턴은 트럼프보다 많은 6585만3514표를 얻어 48.2%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양측의 득표 차이는 286만8686표였다.
21일(현지시간) CNN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는 2020년 대선에서 7376만4205표(47.2%)를 얻어 2016년보다 1077만9377표를 더 얻었다. 트럼프는 역대 가장 많은 표를 얻은 대선 패배자가 됐다. 득표율도 47.2%로 2016년의 46.1%보다 높다. 비록 7978만4259표를 얻은 바이든보다 602만54표가 적었지만 트럼프의 기를 살리기에는 충분하다.
98% 개표가 이뤄진 현재 선거인단 확보에서 바이든이 306명, 트럼프가 232명을 확보했다. 주목할 점은 각자 승리한 주의 숫자다. 바이든은 25개주와 워싱턴DC, 그리고 승자독식제를 채택하지 않은 네브래스카(주에서 2명, 하원지역구에서 3명)의 제2선거구에서 승리했다. 트럼프는 25개 주와 승자독식제를 채택하지 않은 메인(주에서 2명, 하원지역구에서 2명 선출)의 제2선거구에서 이겼다.

높은 득표는 1억6000만 명 이상이 투표해 등록 유권자 대비 66.9%라는 120년 만의 최다 투표율이 주요 요인이다. 하지만 트럼프가 지난 대선 때보다 더 높은 득표율을 얻었다는 사실은 중요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는 바이든 임기 내내 이러한 수치를 내세워 자신이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정치력을 지녔다고 강조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으로선 바이든과 바이든 행정부는 물론 미국 여야 정당과 내부의 다양한 정파에 대한 고른 접근과 소통이 필요하다. 트럼프 ‘1인 고집 통치’와는 사뭇 결이 다른 바이든의 미국이 우리를 기다린다. 정상외교와 공식 채널을 활용한 외교는 물론 다양한 의원 외교와 공공·민간 외교가 동시에 필요하다.
채인택 국제전문기자 ciimccp@joongn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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