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전 대통령의 형이 확정된 14일 더불어민주당에선 “판결문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사면이 논의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우상호 의원)는 주장이 나왔다. 당내 86그룹(1960년대 태어나 80년대 대학을 다닌 세대)과 친문(친 문재인) 진영을 중심으로 반대론이 거셌다.
원내대표를 지낸 우원식 의원은 판결 직후 “문재인 대통령은 사면을 결단하라”고 쓴 유승민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을 향해 “화가 난다”고 했다.
그는 “두 전직 대통령은 국민 앞에 사과와 반성으로 참회하는 것이 최소한의 도리”라며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력을 사익과 이윤 추구의 수단으로 사용할 때 집권세력 누구도 이를 말리거나 깨우쳐 주지 않았다. 두 전직 대통령과 반성·사과로 함께 책임지라”고 야권을 겨냥했다.

새해 벽두에 사면론을 쏘아올린 이낙연 대표가 명분으로 제시했던 ‘통합론’은 전혀 힘을 쓰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이날 민주당에서 사면을 옹호하는 이는 보이지 않았다.
수도권의 친문계 재선 의원은 “국민의힘 등 야권이 제대로 된 반성·사과는 무시한 채 대통령 결단만 촉구하며 들끓으니 우리는 그걸 받아줄 수가 없다. 되레 사면에 대한 반감만 커진 것 같다”고 했다. 5선의 안민석 의원도 “사면 이야기는 더 이상 꺼낼 필요가 없다"며 "두 전직 대통령 사과를 전제로 국민들의 의사를 보고 대통령이 결단을 내리면 된다”고 지적했다.
자신이 사면론을 제기했던 걸 거론하며 이 대표는 “적절한 시기에 사면을 건의 드리겠다고 (언론 인터뷰에서)말한 적이 있다. 그에 대해 당은 ‘국민의 공감과 당사자의 반성이 중요하다’고 정리했고, 저는 그 정리를 존중한다”고 했다.
새해 벽두 언론 인터뷰에서 작심하고 사면론을 꺼내 들었을 때와 비교하면 위축된 모습이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사면 건의에 대한 (국민 공감과 당사자 반성을 조건으로 제시한)최고위의 결론을 수용하겠다는 게 이 대표의 뜻”이라면서 “대통령의 권한이니, 대통령 메시지를 보고 가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이날 사면 관련 언급을 하지 않았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대통령으로부터 사면에 대한 별다른 말을 듣지 못했다. 대법원 선고가 나오자마자 사면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사면과 관련된 문 대통령의 입장은 조만간 열릴 신년 회견에서 나올 예정이다. 청와대는 이와 관련된 어떤 방향성도 뚜렷하게 제시하지 않고 있다.
다만 최재성 청와대 정무수석이 13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민의 입장에서, 국민 눈높이에서 해야 되지 않겠냐. 정치적 공방을 할 필요도 없고 해서는 안 될 사안”이라고 말한 걸 두고 '청와대가 사면에 부정적인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사면 반대가, 사면 찬성을 앞서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갤럽이 지난 5~7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사면 반대(54%)가 찬성(37%)보다 많았다. 특히 민주당을 지지한다고 한 응답자 중 75%가 사면을 반대했다.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 5일 전국 18세 이상 500명에게 실시한 조사에선 광주·전라 응답자의 사면 반대가 76.6%로 압도적이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등 참고)
이 대표 주변에선 “대표 임기 중 사면을 공식 건의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해졌다”는 말이 나온다. 한 측근은 “국민 통합을 위해 사면을 제시했지만 시기상 조금 빨랐다는 평가가 많다. 향후엔 코로나 양극화와 신복지정책 등 사회·경제 분야에서의 통합을 강조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당내에선 사면이 어려워졌다는 관측이 상대적으로 많다. 하지만 "이 대표가 문 대통령과 전혀 교감 없이 사면을 꺼냈을 리 없다. 문 대통령의 판단을 속단하면 안된다"고 반론도 없지 않다. 청와대 일부 관계자들도 이날 “전직 대통령이 이미 오랫동안 복역하고 있다. 임기 내내 지금과 같은 상황을 끌고 가는 것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으로도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사면을 고려할 시점이 됐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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