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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장도 옵션, 5000만원 더낸다…규제가 만든 '아파트 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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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중앙일보] 입력 2021/02/23 01:27 수정 2021/02/23 13:23

'로또 청약'후보지로 주택수요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서울 강동구 고덕강일지구 내 '고덕강일 제일풍경채' 전용 84㎡의 분양가가 8억9990만원에 책정됐다. 중도금 대출 규제(분양가 9억원 이상)를 피하기 위한 분양가책정으로 풀이되는데, 신발장 등 일반아파트에선 기본인 항목까지 최고 5000만 원어치를 '옵션'으로 분리해 논란이 일고 있다. 또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공공택지인데도 같은 택지지구에서 두 달 전에 분양한 같은 크기의 아파트보다 분양가가 1억5000만원 올라 분양가를 낮춘다는 분양가상한제의 취지가 무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23일 주택건설업계에 따르면 오는 3월 분양 예정인 고덕강일 제일풍경채(전용면적 84~101㎡ 총 780가구)의 분양가는 전용 84㎡가 최고 8억 9990만원(117T 타입), 전용 101㎡은 최고 10억 8660만원(101A 타입)에 책정됐다. 3.3㎡ 평균 분양가는 2429만원이다.




'고덕강일 제일풍경채' 조감도. 제일건설


두 달 만에 분양가 1억5000만원↑

'고덕강일 제일풍경채'는 서울에서 찾기 힘든 공공택지 분양이라 실수요자들의 큰 관심을 끌었다.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공공택지라 주변 단지보다 분양가가 저렴하게 책정될 것이란 기대가 컸다. 실제 지난해 12월 같은 공공택지 내에서 분양한 '힐스테이트 리슈빌 강일' 전용 84㎡의 분양가는 7억 5000만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이 단지의 분양가는 예상치를 크게 웃돌았다. 같은 크기 아파트를 기준으로 두 달 만에 같은 택지지구 내 이전 분양아파트보다 분양가가 1억5000만원가량 오른 것이다. 게다가 고덕강일 제일풍경채는 과거에는 기본으로 제공했던 현관 가구, 팬트리, 붙박이장까지 유상 옵션에 넣었다.

실수요자 입장에서는 발코니 확장과 8~9가지나 되는 옵션을 모두 선택하면 최초 분양가보다 5000만원가량을 더 낼 수밖에 없다. 전용면적 101㎡의 경우 분양가가 9억원을 훌쩍 넘어 아예 중도금 대출을 받을 수도 없다. 계약금과 중도금 등 총분양가의 80%를 청약자가 은행 대출 없이 직접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김정아 내외주건 상무는 "분양가에 대한 규제가 심하다 보니 지난해부터 건설사들이 신규 분양할 때 유상 옵션을 많이 넣었는데, 따지고 보면 실질 분양가는 차이 없는 '조삼모사'일 뿐"이라고 말했다.

대출 규제 피하기 위해 '8억 9990만원'에 책정

한 건설사 관계자는 이 아파트를 두고 "각종 규제를 앞세운 정책이 시장을 왜곡하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강조했다. 그는 "결국 피해는 청약을 기다리는 주택수요자들에게 돌아간다"고 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에서 분양한 아파트의 ㎡당 평균 분양가는 856만 6000원이었다. 4년 전인 2016년 12월 644만 3000원 대비 33%가량 오른 금액이다. 전용 84㎡ 기준으로 보면 7억원에서 9억3000만원으로 분양가가 상승했다. 분양가가 9억원이 넘는 아파트도 늘어나고 있다. 부동산 정보업체 직방에 따르면 서울에서 분양가 9억원 초과 아파트 비율은 2017년 10.8%에서 지난해 35.8%로 상승했다.

하지만 규제는 시장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분양가 9억원 이상 중도금 대출 규제다. 이는 2016년 8월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통해 처음 적용됐는데, 당시 전용 84㎡ 기준 평균 분양가는 6억 6000만원이었다.

이후에도 주택담보대출 관련 규제는 계속 강화됐다. 지난 2017년 8·2 대책을 통해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투기지역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40%로 줄였고, 2019년 12·16 대책에서는 9억원 초과분에 대한 LTV를 20%로 축소했다. 지난해 11월 이후에는 신용대출을 통한 집값 조달도 막기 시작했다. 결국 여유 자금이 없는 무주택 실수요자는 분양 시장에서 점점 멀어지게 됐다.

9억 턱밑까지…. 공시지가가 밀어 올린 공공택지 분양가

그동안 공공택지 분양가는 상한제가 적용돼 상대적으로 저렴하다고 여겨졌다. 하지만 공시지가가 치솟으면서 공공택지 분양가도 '8억 9990만원 아파트'처럼 대출 제한선(9억원)의 턱밑까지 올랐다. 분양가상한제에서 분양가 중 땅값은 표준지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감정평가한 금액으로 산정한다. 2015년 이후 지난해까지 서울 표준지 공시지가가 60.6% 올랐다.

지난해 12월 분양한 경기 성남시 고등지구 분양가가 3.3㎡당 2400만 원대였다. 3년여 전인 2017년 7월 같은 고등지구에 나온 아파트 분양가가 3.3㎡당 1800만원이었다. 3년 넘는 사이 40% 가까이 상승했다. 지난 1월 경기 성남시 위례신도시 공공분양 84㎡의 일부 꼭대기 층 분양가가 9억7000만원을 넘었다. 공공분양 분양가가 9억원을 넘기는 역대 처음이었다.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분양가 규제로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게 된 건설사들이 유상 옵션을 구성하는 등 편법을 쓰고 있다"면서 "시장 상황, 주택의 질적 차이를 고려하지 않고 과거부터 이어져 온 규제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정부가 편법을 쓰도록 유도하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제일풍경채 관계자는 "디자인 특화 단지이고, 자재를 고급화했다"며 "건물 면적이 크고, 토지 매입비도 상대적으로 비싸 분양가를 높게 책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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