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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경제 '진짜 저승사자'는 트럼프보다 돈줄 죄는 파월

[한국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8/08/13 00:19

양적완화로 풀린 유동성 잔치 속
중국 기업ㆍ지방정부 빚 늘려와
Fed 금리 인상, 채권매입 중단에
달러 강세까지, 커지는 부채 부담
자본 유출, 금융시장 충격 우려로
“위안화 환율 무기로 쓰지 않겠다”


궈수칭 중국 은행보험감독위원회 주석

[하현옥의 금융산책]

중국 통화정책을 이끄는 두 남자의 속이 타들어갈 듯하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 당서기 궈수칭(郭樹淸) 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은보감위) 주석과 이강(易綱) 인민은행장의 애를 태우는 나날이 이어져서다.

두 남자가 풀어야 할 숙제는 복잡하다. 미국과의 무역 분쟁이 심화하며 경기 위축에 대한 위기감은 커지고 있다. 기업과 지방정부의 빚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중국 경제의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환율도 심상치 않다. 위안화 가치가 미국 달러당 7위안보다 낮아지는 ‘포치(破七)’를 막기 위해 전방위로 나서고 있지만 위안화 가치는 연일 약세다.

여기에 세계금융시장을 뒤흔든 터키발 충격까지 13일 상륙했다. 이날 중국인민은행은 위안화 가치를 달러당 6.8629위안으로 고시했다. 지난해 5월31일 이후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


이강 중국인민은행장 [신화사=연합뉴스]

시험대에 선 궈수칭-이강 라인이 두려워하는 저승사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아니라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다. ‘통화정책 정상화’ 모드로 전환한 Fed의 통화정책이 중국의 목을 서서히 죄어 오고 있어서다.

세계금융위기로 좌초한 경제를 건져내기 위해 Fed는 전례 없는 양적완화(QE) 정책을 펼쳤다. 유동성 잔치가 벌어졌다. 값싼 돈이 신흥국으로 몰려들었고 이들 정부와 기업은 유동성에 취해 흥청댔다.

중국 기업은 그동안 설비투자와 금융자산 매입 등을 위해 부채를 늘려왔다. 국내에서 자금조달이 어려웠던 기업은 초저금리 기조 속에 달러 빚까지 냈다. 부채는 급증했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총부채 비율은 2008년 171%에서 올 1분기 299%로 급증했다.

이제 잔치는 끝났다. 돌아오는 것은 빚의 반격이다.

금융조사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올해부터 향후 3년간 신흥국 정부와 기업이 발행해 만기가 돌아오는 채권은 3조2297억 달러에 달한다. 중국 기업과 정부가 갚아야 하는 돈은 이 중 54%에 해당하는 1조7531억 달러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중앙포토]

부메랑으로 돌아오는 부채의 파괴력은 더욱 커질 기세다. 긴축으로 돌아선 Fed 때문이다. 양적완화 정책을 펼치며 채권 시장에서 큰 손을 자처했던 Fed가 발을 빼면서 채권 가격은 하락세다. 금리가 오른다는 의미다.

최근 터키발 금융위기 가능성이 고조되며 안전자산 수요가 미 국채로 몰리는 탓에 금리가 일시적으로 하락했다.

하지만 재정적자를 통한 경기부양에 나서는 미국 정부가 국채 발행을 늘리며 채권값은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만 미 재무부는 1조 달러의 국채를 발행할 것으로 시장은 추산하고 있다. 금리를 끌어올리는 요인이다.

게다가 Fed는 올해 3월과 6월 정책금리를 인상한 데 이어 추가 2회 인상을 예고하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은 해외로 빠져나갔던 자금을 불러들이며 달러 강세를 유도하는 요인이다. 중국에서 자금이 빠져나가고 위안화 가치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미국의 금리 인상과 달러 강세는 곧 돈을 빌린 중국 기업과 지방 정부의 부담이 커진다는 뜻이다.

이런 문제를 알고 있는 중국 당국은 커지는 부채 위험을 해소하기 위해 올 초 금융건전화정책을 펼치며 대출의 고삐를 죘다.


중국빚

때문에 시중의 유동성이 증발하며 당장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기업의 채무불이행(디폴트)가 이어졌다. 닛케이에 따르면 최근 석유 및 가스공급기업인 CERC와 부동산개발회사인 신창그룹은 달러화 표시 회사채를 갚지 못했다.

기업이 무너지고 미국과 무역 분쟁 심화에 따른 경기 위축 조짐이 가시화하자 중국 당국은 경기 부양으로 급격히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

은보감위는 지난 11일 경기 부양을 위해 은행과 보험사에 대출 확대를 요청했다. 인민은행도 지난 10일 발표한 ‘2분기 통화정책보고서’에서 “경기를 위축시키지 않도록 신중한 통화정책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위안화 약세도 중국의 약한 고리다. 위안화 가치는 지난 6월 이후 달러화대비 6% 가량 하락했다. 관세 부과의 충격을 상쇄하기 위해 중국 정부가 위안화 약세를 용인한다는 시각도 있었지만 인민은행은 “위안화 환율을 통상 전쟁의 무기로 쓰지 않겠다”고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위안화 약세에 따른 자본 유출의 위험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2015~2016년 위안화 급락 당시 상당한 자금이 중국을 빠져나가며 금융 시장은 홍역을 치렀던 트라우마가 있다. 10월 미 재무부의 환율조작국 발표도 중국 입장에서는 부담스럽다.

에릭 피터스 원리버자산운용의 최고운용자(CIO)는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에서 “미국이 양적완화를 통해 중국의 금융위기 가능성을 높인 것은 가장 효과적인 외교정책이었다”며 “중국의 무릎을 꿇리는 가장 쉬운 방법은 긴축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순항 중인 미국의 경제 상황을 감안하면 파월 의장이 긴축을 향한 속도를 늦출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다. 파월이 긴축을 향한 가속 페달을 더 세게 밟으면 중국에 다가오는 충격은 더 클 수밖에 없다. 트럼프의 관세 폭탄보다 파월의 돈 줄 죄기가 더 무서운 저승사자로 여겨지는 이유다.

하현옥 기자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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