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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준환 법률 칼럼]패스트 패션과 저작권

[뉴욕 중앙일보] 발행 2020/01/08 미주판 7면 기사입력 2020/01/07 10:35

장준환/지식재산권 변호사

현대 사회의 속성 가운데 하나는 변화와 속도이다.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세상이 바뀐다. 대중의 취향과 유행도 숨 가쁘게 달라지고 있다. ‘패스트 패션(Fast Fashion)’이 등장하고 큰 시장을 형성한 것은 이런 변화에 대한 패션 산업 나름의 적응 방식이라 할 수 있다.

‘SPA(Speciality retailer of Private label Apparel)’라고도 불리는 패스트 패션은 의류 상품을 짧은 주기로 생산하여 세계 시장을 대상으로 대량 생산•판매하는 브랜드와 산업 전체를 말한다. 최신 유행을 반영한 제품들을 비교적 싼 값에 내놓을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강점이다. 자라, H&M, 갭, 유니클로 등이 대표적인 패스트 패션 브랜드이다.

패스트 패션 브랜드들은 생산과 판매를 짧은 주기로 반복하는 특징 때문에 사회적 비난을 받기도 한다. 대표적인 게 환경 문제이다. 유통 과정에서 주기가 끝난 제품을 버리는 일이 많고, 소비자들도 철이 지나면 패스트 패션 제품들을 많이 버린다. 이런 의류 폐기물이 환경 문제를 일으킨다.

패스트 패션 브랜드들은 저작권 분쟁도 자주 일으킨다. 시장 변화에 빨리 대응하면서도 비용 경제성을 실현해야 하기에 자체 디자인을 만들어내기보다 고급 브랜드 디자인을 모방하는 방식을 선호해온 것도 사실이다.

패스트 패션 브랜드의 모방 때문에 세계적인 패션쇼 런웨이의 모습이 변모하기도 했다. 보통 봄에는 가을과 겨울 상품, 가을에는 내년 봄 상품을 선보이는 게 전통적인 패션쇼 경향이었다. 그러나 패스트 패션이 빠른 속도로 시장에 접근하며, 디자인을 모방하자 신제품을 공개하면서 이를 곧바로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에서 판매하는 방식을 취하는 회사들이 생겼다. 버버리, 톰포드, 토미 힐피거 등 글로벌 패션 브랜드들이 잇따라 ‘패션쇼 상품 즉시 판매 제도’를 도입하며 전통적 패션 유통 구조를 깨뜨렸다.
패스트 패션의 디자인 모방이 심각한 부작용을 낳는 결정적인 이유는 시장 강자인 대기업이 시장 약자인 중소•신진 디자이너의 성장을 가로막아 산업의 창의성을 해치기 때문이다.

패션 디자인의 모방 여부를 판단하는 과정과 절차는 비교적 복잡하다. 비용도 든다. 이것을 중소•신진 디자이너가 감당하기가 부담스럽다. 시즌마다 새 제품이 나오는데 일일이 디자인 등록을 하는 것도 어렵다. 그래서 디자인 침해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별다른 대처를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패스트 패션 브랜드들이 모방이라는 쉬운 길에 계속 안주한다면 시장과 소비자의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한국인 부부가 미국에서 창업하여 급성장했던 패스트 패션 브랜드 포에버21은 디자인 카피로 수많은 저작권 소송에 시달렸다. 회사가 파산하는 데 이것이 치명적인 영향을 끼치기도 했다. 패션 분야도 점점 저작권 관행이 정교해지고 있다. 관련 소송도 증가하는 추세이다. 카피라는 손쉬운 방법은 결국 독약이 될 것이다.

이제 패스트 패션 브랜드가 변화해야 한다. 다른 브랜드를 모방하기보다는 자기 브랜드만의 정체성을 확립해야 한다. 그래야 소비자의 요구를 빠르게 충족시키는 강점을 유지하며 지속 가능한 발전을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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