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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준환 법률 칼럼] 의약품 법률, 시급함과 안정성의 조화

[뉴욕 중앙일보] 발행 2020/04/15 미주판 7면 기사입력 2020/04/15 12:50

코로나19 피해가 커지면서 전 세계의 시름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특히 백신과 치료제 개발 희소식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의약 전문가들에 따르면 백신의 개발에는 최소 1년여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 한다. 치료제의 경우 신속한 대응을 위해 신규 개발보다는 기존 의약품의 용도 변경 가능성을 검증하는 ‘약물 재창출’ 연구가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클로로퀸, 칼레트라, 렘데시비르 등의 임상이 주목을 받으며 진행 중이다.

이런 약물이 코로나19 치료에 도움이 된다면 왜 신속하게 투입하지 않고 긴 임상시험으로 시간을 허비하느냐는 소리도 나온다. 답답하고 안타까운 마음을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하지만 아무리 급하더라도 약물의 안정성을 확인하는 절차는 필수적이다. 약물의 특성상 부작용 가능성을 놓친다면 더 큰 재앙을 맞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의약품 관련 법률은 시급성을 인정하면서도 안정성을 함께 추구할 수밖에 없다.

약품의 신속한 개발을 지원하는 법률 제도의 하나로 ‘희귀 의약품 지정(orphan drug designation)’이 있다. 희귀병 치료제의 경우 다른 의약품보다 검증과 허가를 신속하게 진행할 수 있게 한 제도이다. 최근 ‘길리어드’사가 렘데시비르에 대해 FDA에 희귀 의약품 지정을 신청했다가 곧 철회한 사실이 보도로 나왔다. 길리어드는 굳이 희귀 의약품 지정을 받지 않아도 신속 검사 수준의 검토가 가능하기에 신청을 철회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과정을 두고 의혹과 비판의 목소리도 일었다. 희귀 의약품으로 지정 받으면 7년 동안 복제 의약품 생산하지 못하게 막는 독점권이 부여되는데, 길리어드가 이것을 노린 게 아니냐는 것이다. 희귀 의약품 지정 제도는 이윤 동기가 약해 제약사들이 희귀 질환 치료제 연구개발에 소극적인 경향을 보완하기 위한 제도이므로 전 세계 수십만 명이 감염된 질병 치료제 개발에 적용하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생명이 경각에 달린 중환자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아직 정식 허가를 받지 않았지만 치료 효과가 밝혀진 약품을 쓰고 싶다면 어떨까? 안정성을 이유로 이것을 엄격히 막는 것이 인도적일까? 그렇지는 않다. 치료제가 없어 치료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 환자에게 의료 당국이 시판 승인 이전의 신약을 공급해 치료 기회를 주는 ‘동정적 사용 승인 프로그램(Expanded Access Program)’이 있다.

보도에 따르면 코로나19 중환자들은 동정적 사용을 통해 칼레트라, 클로로퀸, 하이드록시클로로퀸, 렘데시비르, 흡입형 일산화질소(iNO) 등을 이용한 치료를 받고 있다. 시판 허가를 받지 않은 의약품일지라도 해당 질환의 정식 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는 시급한 환자에게 사용될 길이 법률적으로 열려 있는 상황이다.

보수적인 법이 의약품의 신속한 개발을 막거나 지체시킨다는 주장은 성급하다. 의약품 관련 법률은 환자의 다급한 마음과 사회의 안정성을 조화롭게 추구해야 한다. 한쪽으로 기울면 위험이 더 커질 수 있다. 물론 상황에 따른 융통성 있는 법률 적용도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 안전하고 효과가 큰 코로나19 치료제가 신속하게 개발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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