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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정권ㆍ투기꾼도 모자라 전세난이 '저금리' 탓이라는 국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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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중앙일보] 기사입력 2020/10/20 02:10

[현장에서]
임대차법 부작용 외면하는 국토부
저금리 탓에 전세시장 불안하다는데
거론되는 전세난민 사례들에 선긋기
"일부 자극적인 사례, 도움 안 된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16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최근 전세난에 대해 "송구하다"고 밝혔다. 그리고 사흘 뒤 국토부는 전세난이 저금리 탓이라는 설명자료를 냈다. [연합뉴스]





'요즘의 전셋값 불안은 저금리 탓이다.' 19일 저녁 무렵 부동산 정책의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이런 내용의 설명자료를 배포했다. 23번의 대책에도 치솟기만 하는 집값의 이유를 전 정권과 투기꾼 탓으로 돌리던 정부다운 해석이다.

국토부는 7쪽에 달하는 자료에서 요동치는 전세 시장의 이유를 딱 짚었다. ‘올해 들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으로 인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한국은행이 불가피하게 기준 금리를 인하하였으며, 이는 전셋값 불안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다 하다 이젠 코로나와 한국은행 탓까지 나왔다.

하지만 시장의 진단은 전혀 다르다. 최근 들어 전세 시장에는 매물이 실종됐다. 전국 1000가구 이상 대단지에 전세 매물이 하나도 없는 곳이 수두룩하다. 온라인 부동산 사이트에 올라온 매물 현황을 보거나 몇 군데 중개업소에 전화만 해봐도 금세 알 수 있다. 매물이 없고, 대기수요는 넘친다. 그나마 있는 전세 매물의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시장은 이런 전세 절벽의 이유로 정부와 여당이 벼락처럼 통과ㆍ시행시킨 임대차보호법(계약갱신청구권ㆍ전월세상한제)을 꼽는다. 심의 과정을 생략하고 법사위 전체 회의 상정부터 본회의 통과까지 28시간 만에 뚝딱 해치운 임대차법의 부작용이라는 진단이다. 윤희숙 국민의 힘 의원의 ‘5분 연설’이 다시 회자되는 이유다. 그는 당시 브레이크 없는 국회에서 임대차 3법을 조목조목 비판한 연설로 주목받았다.



3226가구, 40개동 규모의 서울 강동구 암사동 롯데캐슬아파트. 현재 전세 매물이 하나도 없다. 장진영 기자





윤 의원의 연설대로, 임대차법이 만든 전세 난민의 사례는 차고도 넘친다. '전세 난민' 위기에 처한 홍남기 부총리의 사례는 전 국민이 다 알게 됐다. 홍 부총리는 세입자로 살던 마포 아파트에서 집주인의 실거주 요구로 나와야 하고, 팔려고 내놓은 의왕시 아파트의 경우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해 매매 계약이 불발될 위기에 처했다.

올해 국정감사에서 '홍길동씨'로 여러 번 등장한 홍 부총리의 사례에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새로운 집을 알아보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국토부의 설명대로라면 홍 부총리는 저금리가 갑작스레 촉발한 전세 시장 불안 때문에 이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임차인들이 낮은 금리를 지렛대 삼아 더 좋은 상급지로 이동하려고 해서 전세 시장이 불안해졌고, 홍 부총리는 그 바람에 전세 난민이 됐으며, 서울 가양동의 한 아파트에서 벌어진 일처럼 전세 매물 구하려면 줄을 서고 제비뽑기를 하게 된 것이다.

심지어 TV 예능 프로그램에서조차 급등한 집값이 화제가 되는 시대다. 배우 김광규 씨가 MBC ‘나 혼자 산다’에 나와 “집값 내려간다는 말을 믿고 안 샀다가 4년 뒤 따블(더블)이 됐다”며 울분을 토할 때 거짓말이라고 지적하는 이는 아무도 없다. '집 못 산 자'(김광규)와 '집 산자'(하석진)에 대한 안타까움과 부러움의 반응이 갈릴 뿐이다.

시장의 아우성에도 정부의 대응은 한결같다. 보고 싶은 것만 본다. 국토부는 “일부 자극적인 사례 또는 검증되지 않은 (임대차 3법으로인한) 공급위축론으로 불안 심리를 부추기는 것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지난 7월 집값 폭등에도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국회에서 서울 아파트값은 14%만 올랐다고 누차 말했다. 정부 공식 통계를 근거로 들면서다. 주택가격 관련한 국가 승인 통계 중 가장 상승률이 낮은 매매가격지수 상승률만 골라 고집했다.



MBC '나혼자산다'에 나와 4년 전 안 산 아파트 값이 따블이 됐다고 말하고 있는 배우 김광규씨. [나혼자산다 유튜브 캡처]





눈 감고 귀를 닫은 정부의 진단과 현장을 아무리 꿰어맞추려도 맞지 않는다. 동그란 구멍에 네모난 퍼즐을 끼워 맞추고 있는 모양새다. 현장을 제대로 보지 않고 규제 일변도로 쏟아내는 대책이 곳곳에서 파열음을 내고 부작용을 야기하는 이유다.

집값이 치솟았다는 것은 전 국민이 아는 사실이다. 정부가 아무리 아니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고집을 부려봤자 정책의 신뢰성만 바닥을 칠 뿐이다. '고집불통 정부'의 대책에 시장 왜곡은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이제는 대책이란 말만 들어도 경기를 일으킬 정도다. "제발 아무것도 하지 말아 달라"며 공무원에게 복지부동을 주문하는 한 번도 경험해 본 적 없는 시대가 됐다.


한은화 경제정책팀 기자 onn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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