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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마당] 물이 쓰는 편지

손정아 / 시인·퀸즈
손정아 / 시인·퀸즈

[뉴욕 중앙일보] 발행 2020/01/11 미주판 18면 기사입력 2020/01/10 17:47

살다가 쉼 없이 날아가는

물방울들

누구의 무엇으로

들어가서 구겨지고 나오면서 지워지고

마주 보며 얼어붙고 손을 잡다 부서지고

녹아서 바다로

말라서 하늘로



펄펄 끓다가 보태지고

하루에 열두 번도 무엇이 되었다가

차마 그 이름 지우지도 못하고

물은 물로 물의 편지를 써간다

어둠의 술래가 먹이를 물어가도

섞인 것들만 가라앉히다가

어디로 쓸려가던 물이라 말하지 않고

낮엔 헐거워진 색을 조이고

보이지 않은 것이 눈과 빛의 거리라

꽃이 떨어진다고 쓴다



머물지 않는 것은 잡을 수가 없고

보이는 곳에서

보이지 않은 것을 잃어버린 시야는

가장 긴 편지를 쓴다

날개가 있다는 것을 기억하는 것들만

허망하게 사라져간다는 것도

가장 슬픈 인연이라 빠트리지 않고 쓴다



벗어놓은 나의 옷이 물의 편지라

거스르지 말고 돌아가는 물처럼

춥고 더운 사계를 만나

피우고 맺는 편지를 쓰며 웃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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