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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아침] 밤의 고양이 -유병록(198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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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중앙일보]    발행 2017/11/11 미주판 8면    기사입력 2017/11/10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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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걷자

밤의 일원이 된 걸 자축하는 의미로

까만 구두를 신고



정오의 세계를 경멸하는 표정으로

지붕 위를 걷자

불빛을 걷어차면서



빛이란 얼마나 오래된 생선인가



친절한 어둠은 질문이 없고

발자국은 남지 않을 테니



활보하자

밤의 일원이 된 걸 자책하는 의미로

까만 구두를 신고

이 세계를 조문하는 기분으로





오징어는 집어등 불빛을 향해 달려들었다가 죽음과 맞닥뜨린다. 가로등 불빛으로 모여든 불나방 중에는 두꺼비의 먹잇감이 되는 놈도 있다. 이 시에서 빛이란 상투성의 다른 이름이다. 빛 아래에서는 누구나 쓸데없이 질문하고 흔적을 남기려고 애쓴다. 시인은 밤의 고양이처럼 어둠의 편이 되자고 한다. 밤의 일원이 되자고 한다. 이 세계에 대한 조문은 빛을 숭상하는 이 세계에 대한 조롱이다.

안도현·시인·우석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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