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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서울 일반고 열명 중 넷 학생부 빈칸…세특 격차 현실로

[한국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9/11/25 12:02



학교생활기록부 이미지 [중앙포토]





전국에서 서울 일반고가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 관리에 가장 소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특구인 강남·목동 지역 일반고마저도 10명 중 4명은 학생부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세특)'이 빈칸이었다.

세특은 학교 교과별 내신 성적과 별도로 교사가 교과별로 학생을 관찰한 내용, 학생의 발표와 과제 등을 기록하는 공간이다. 대입 학생부종합전형(학종)에서 상당수 대학들이 학생의 잠재력과 발전가능성을 평가하기 위해 활용하는 항목이다.



대입 학생부종합전형에 주요 요소인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 기재란. 과목별 내신과 별도로 수업 시간 교사가 관찰한 내용, 학생의 발표나 과제, 학업태도 등을 적을 수 있다. [교육부]





26일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실이 시·도교육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전국 지역별·고교유형별 세특 미기재율 현황'에 따르면, 국어(32.9%)와 수학(44.8%)의 경우 서울 일반고의 세특 미기재율이 전국 17개 시·도 일반고 중 가장 높았다. 영어(38.5%)는 울산(45.68%)에 이어 두번째로 높았다.


서울 일반고 학생 10명 중 4명은 국·영·수 학생부 세특은 아무 것도 적혀있지 않다는 얘기다. 반면 충북 일반고의 경우 세특이 빈칸인 학생은 16.4%에 그쳤다.

서울 일반고 세특 기재율, 충북의 절반에 그쳐
서울의 경우 고교 유형에 따라 세특 미기재율이 천차만별이었다. 국제고는 국어와 영어의 학생부 세특이 기록되지 않은 학생이 0명이었다. 수학은 29.6%가 비어있었다. 과학고는 영어의 미기재율이 0%, 수학은 2.8%에 그쳤다.


자사고도 미기재율이 국·영·수 평균 20%에 그쳤다. 다른 시·도도 과학고·국제고·외고·자사고 세특 미기재율도 서울 일반고보다 낮았다.

이런 상황은 '교육특구'로 불리는 강남·양천구에 위치한 일반고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중랑구 소재 일반고의 세특 미기재율(46.9%)이 가장 높았다. 양천구(41.2%)와 강남구(40.5%)는 각각 9위, 10위로 나타났다. 미기재율이 가장 낮은 자치구는 서초구(25.16%)였다.



서울 일반고의 학생부 세특 미기재율은 국어·수학은 전국에서 가장 높고, 영어는 울산에 이어 2위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학부모 "'내신 낮은 학생 방치' 소문이 사실로"
이에 대해 학부모들은 서울 일반고가 상위권 학생에게 교내상을 몰아주고, 성적 낮은 학생은 방치한다는 소문이 사실이었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고1 학부모 정영임(40·서울 송파구)씨는 "대학에선 학종으로 70% 넘게 신입생을 선발하는데, 고등학교에서 학생부를 비워둔다는 게 말이 되냐"면서 "교사·학교에 따라 세특 기재 여부가 달라지는 데 학종을 어떻게 신뢰할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중3 학부모 임정선(38·서울 영등포구)씨는 "일반고가 이렇게 학생부 관리에 소홀한데, 대안도 없이 자사고·외고를 폐지하면 중위권 학생들은 어떻게 대학에 가란 소린지 모르겠다"며 정부의 '자사고·외고·국제고 폐지' 정책에 반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서울 일반고의 진학교사들은 세특 미기재율이 높은 이유에 대해 "지방에 비해 서울 학생들은 정시로 진학하는 비율이 높아 현실적으로 학종 지원자가 아닌 경우 굳이 세특을 쓰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강북의 한 일반고 진학부장은 "서울 일반고에서 학종으로 광운대 가려면 내신 2.5등급, 3등급부터는 가천대·경기대를 쓴다"면서 "현실이 이러하니 내신 4등급 이하 학생이 세특을 써달라고 찾아와도 반영해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또다른 진학교사는 "교사의 성의 부족이라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객관적 평가에 따라 정시, 학종으로 일찌감치 방향을 잡아 진학 지도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교육 특구로 알려진 강남·양천구의 일반고도 10명 중 4명은 학생부 세특이 빈칸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세특 격차' 학종 불공정 시비로 이어져
일반고의 수업 방식이 주로 강의식이라 세특에 반영할 내용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만기 유웨이 평가연구소장은 "세특을 풍부하게 작성하려면 토론식, 프로젝트식 수업이 이뤄져야 하는데, 대다수 일반고는 아직 강의식 수업 위주라 현실적으로 학생부에 쓸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교장·교사가 뜻을 모아 수업 방식을 개선하지 않는 한 일반고의 학생부 세특은 빈칸이거나 기재하더라도 큰 의미없는 내용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병욱 의원은 "학종에서 세특이 매우 중요한 평가 요소인데, 학교·교사에 따라 세특 기재의 양과 질에 이처럼 격차가 발생하면 불공정 시비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며 "교육부는 세특 기재에 대한 면밀한 실태조사와 불공정 요소를 방지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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