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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가난을 두 발로 견딘다, 에티오피아 맨발의 아이들

[한국 중앙일보] 기사입력 2020/04/05 16:02

[더,오래] 허호의 꿈을 찍는 사진관(11)




에티오피아 어린이의 맨발. [사진 허호]






“당신이 찍으려고 하는 거리에서 한 발짝 더 다가서면 더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습니다.”

사진 잘 찍는 방법으로 회자하는 말입니다. 사람의 눈은 광각렌즈처럼 시야가 넓습니다. 넓게 본다는 의미인데, 35mm 카메라에서는 50mm 내외입니다. 사람이 자신의 눈으로 양 측면을 굉장히 넓게 보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초광각 렌즈인 셈이죠. 그러나 우리가 본다는 것은 보이는 대로 전체를 다 인식하면서 보는 것은 아닙니다. 보고자 하는 것을 중앙에 두고 파악하는 것이지요. 이를 더 가까이 담아 보여주고자 하는 의도로 찍는 방법이 있습니다. 클로즈업, 근접촬영입니다.

흙투성이 맨발 사진은 에티오피아에서 찍었습니다. 수도 아디스아바바에서 3~4시간을 달려간 시골이었죠. 아이들이 외국인을 본 게 생전 처음이었는지 신기해하며 우리를 쫓아 달려왔습니다. 포장도로 자체가 없이 먼지가 풀풀 날리는 곳인데, 아이들 태반이 신발이 없었습니다. 얼마나 오랫동안 신발 없이 살았는지, 두껍게 굳은살이 박이고 발톱은 완전히 갈라져 있었고 생채기조차 자기 피부처럼 되어 있었죠. 제 눈에는 그게 가난의 표상 같았습니다.

맨발로 다닐 때는 모든 땅에 있는 위험요소를 그대로 아이 발로 이겨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우리나라 가시와는 차원이 다른 커다란 가시라든지 날카로운 돌멩이라든지 풍토병 같은 위험을 최소화한 것으로 방어할 수 있는 신발. 제게는 신발이 최소의 인간다움을 지키는 최전선의 방어 도구 같았습니다.




에티오피아 시골 마을에 가면 책과 책가방을 들고 맨발로 돌아다니는 컴패션 어린이들을 종종 마주칠 때가 있다. 신발을 아끼느라 들고 다니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우리는 사람을 볼 때 전신을 통해 그 사람을 파악합니다. 하지만 그 특징을 잡아내기 위해서는, 부분 클로즈업이 더 효과적이고 의미전달에 강력한 메시지가 될 수 있습니다.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사진 중에 집무실에 앉아 다리를 책상에 올려놓은 사진이 있는데, 굉장히 자유로운 분위기에 구두 바닥이 클로즈업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한 구두를 오래 신어서 구멍이 날 정도였죠. 리더십을 부각하는 강력한 메시지 같은 게 전달돼 화제가 되었던 사진입니다. 저에게 아이의 맨발은 그런 강력한 메시지였습니다.




태국의 한 가정집 문 앞 댓돌 위에 놓인 아이 신발.






우리 어릴 때만 해도 신발이 있고 없고가 가난의 기준 같은 것이었습니다. 신발조차도 없는 형편, 그래도 신발은 신고 다닐 수 있다는 형편…. 저에게 신발이 있고 없고는 가난의 경계점이었죠. 그래서 아프리카를 가든, 어디를 가든 발을 봅니다. 필리핀에서 많이 만나는 도시 빈민은 신발은 그래도 신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프리카 시골을 가면 신발 없는 아이가 정말 많이 있습니다.

비전트립에 동행했던 배우 신애라 씨가 운동화에 커다란 가시가 박혀 아파한 적이 있었습니다. 우리 뒤를 졸졸 따라다니던 두 아이가 달려와 자기가 아픈 것처럼 안타까워하며 가시를 빼 주었습니다. 그 광경에 우리가 할 말을 잃었습니다. 왜냐하면 그 아이의 발은 낡은 운동화조차 없는 맨발이었으니까요. 신애라 씨는 나중에 이 두 아이를 후원했죠.

이 지역은 처음에는 굉장히 목가적으로 다가왔습니다. 볏짚 단을 크게 쌓아 놓고 경작하는 모습이 겉보기에는 평온해 보였습니다. 그런데 어느 지점에선가 아이들은 가난 속에서 버티고 있었습니다. 가까이에서 본 아이의 가족은 정말 가난했습니다. 남루하다는 말조차도 부끄러울 정도로 해진 옷을 입고 신발도 신지 못한 모습이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를 향해 배시시 웃는 미소를 보면서 이 아이의 존엄성을 어떻게 하면 지켜줄 수 있을까 생각이 들더군요. 사진을 잘 찍는 방법인지는 모르겠는데, 한 발자국 더 가까이 들어가 보면 안 보이던 것을 발견할 수 있는 건 맞나 봅니다.




탄자니아 마사이 부락을 방문했을 때, 마침 성년식이 벌어지고 있었다. 각자 타이어를 잘라 직접 만든 샌들을 신고 있었는데 잘 닳지도 않을 거고, 발이 자랄 때마다 고리만 조절하면 되니, 오래 신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자세히 보면 나름 멋도 부려 놓았다.






제가 종종 재미있어하며 떠올리는 게 있습니다. 한때 우리나라에서 바닥을 약간 동그랗게 만든 마사이 신발이라고 유행한 적이 있었습니다. 마사이 보법이라고, 발뒤꿈치까지 발바닥 전체를 사용해서 걷는 방법인데 마사이 신발을 신으면 마사이 보법으로 걷게 되어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였죠. 마사이 부락 안에 있는 컴패션 어린이들을 방문한 적이 있어서 물어봤죠. 그때 그들이 보여준 금시초문이라는 표정이 종종 생각납니다. 마사이 족에 마사이 신발은 없더라는 것이죠.

후원자들과 비전트립에 갈 때 후원자가 내는 비용 일부로 어린이에게 필요한 것을 사주기도 합니다. 그때 제일 좋아하는 물품이 신발입니다. 옷이나 생필품보다 더 좋아했던 것 같습니다. 저와 마찬가지로 인간다운 모습을 갖추는 데 있어서 가장 최소한의 시작점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요즘 코로나19 사태로 모든 현지 방문이 취소되었습니다. 컴패션에서 보내주는 아이들 소식으로 궁금증을 달래야 하는 상황입니다. 아이들이 신발뿐 아니라 좀 더 많은 부분에서 보호받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사진작가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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