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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서명 못 하게 게리 콘이 훔친 사본엔 "한미 FTA 종료를 희망"

[한국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8/09/06 21:50

지난해 9월 5일자 문서 "미국 경제에 이익 안 돼 협정 종료"
문 대통령과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 앞으로 보내는 편지

"지난해 9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폐기하기 위해 준비한 '편지(letter) 초안'을 당시 게리 콘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대통령 책상에서 훔쳐 없애버렸다. 서명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워싱턴포스트(WP)의 밥 우드워드 부편집인이 최신 저서 '공포'에서 밝힌 비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과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 앞으로 한미FTA의 폐기를 선언하는 내용으로 작성한 편지. 날짜는 9월 5일자로 돼 있다. 최근 밥 우드워드 워싱턴포스트 부편집인은 저서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하는 걸 막기 위해 당시 게리 콘 국가경제위원장이 대통령 책상에서 이 편지를 몰래 빼돌렸다"고 폭로했다. 당시 편지 사본을 본지가 입수했다.

본지는 당시 트럼프의 책상 위에 있다 게리 콘에 의해 빼돌려진 문제의 편지 사본을 입수했다. (사진)

실제 이 사본에는 트럼프의 서명란이 아직 비워져 있음을 알 수 있다.

9월 5일자로 돼 있는 이 편지는 수신처가 문재인 대통령과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으로 돼 있다. 편지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자유무역협정(이하 협정)은 현재 형태로는 미국 경제에 총체적으로 최대 이익이 되지 못합니다. 따라서 협정 제 24.5 조에 따라 미국은 본 협정의 종료를 희망함을 알립니다. 제 24.5 조의 규정에 따라 이 협정은 통고일로부터 180일 후에 종료됩니다. 이 기간 동안 미국은 양국이 우려하는 경제적 문제에 대해 대한민국과 협상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고 적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게리 콘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왼쪽)과 스티브 므누신 재무장관(가운데)을 배석시킨 가운데 뭔가를 설명하고 있다.


협정문 제24.5조는 한·미 FTA의 발효 및 종료에 관한 내용을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어느 한 쪽 당사국이 다른 쪽 당사국에게 이 협정의 종료를 희망함을 서면으로 통보한 날부터 180일 후에 종료된다"고 명시돼 있다. 즉 상대국의 의사와 관계없이 서면 통보만 하면 일방 파기가 가능한 것이다.
트럼프는 2016년 선거전 때 부터 "한·미 FTA는 끔찍한 협정"이라며 자신이 당선되면 파기할 뜻을 재차 강조하곤 했다.

실제 지난해 9월 상황을 거슬러 올라가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FTA 폐기를 직접 준비했던 것이 확인된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해 9월 1일 "트럼프 대통령이 참모들의 반대에도 한미 FTA 폐기 준비를 지시했다"고 보도한다. 그리고 다음날인 2일 트럼프는 조만간 한·미 FTA 폐기를 논의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 상당히 염두에 두고 있다. 다음주 5일에 참모들과 논의하겠다"고 답한다. 편지의 날짜가 9월 5일로 돼 있는 것도 이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주말 동안 한·미 FTA로 혜택을 입고 있는 주의 상·하원 의원들을 중심으로 트럼프에 '폐기 유보'를 촉구하는 압력이 집중적으로 가해졌다. 의회 내 무역협정의 소관 위원회인 상원 재무위와 하원 세입위 소속 여야 의원들은 5일 '폐기 반대' 성명까지 발표했다. 따라서 게리 콘 위원장이 우드워드의 주장대로 트럼프 책상에서 편지 초안을 훔쳐 빼돌린 게 맞다면 참모 회의가 예정됐던 5일이거나 전날인 4일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콘 위원장의 '모험' 덕분인지 백악관은 마음을 바꿔 9월 6일 "한·미 FTA 폐기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돌아섰다.

한국 정부도 트럼프의 입장이 강경한 것을 간파해 이 즈음부터 개정안 협상에 적극 나서게 됐다. 이후 올 1월 1차 협상을 시작으로 지난 3월 원칙적 합의를 도출했고, 이달 말 유엔총회 기간 중 개정안에 서명할 예정이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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