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북도청 앞마당에 1년간 서 있던 몸길이 10.5m, 높이 3.5m짜리 '티라노 사우루스' 공룡 뼈 조형물이 최근 슬며시 사라졌다. 주말을 앞둔 지난 27일부터 모습을 감췄다.
무슨 일이 있는 걸까.
30일 경북도청에 따르면 공룡 조형물은 도청 앞마당에서 뜯어내 도청 내 복지관 옆 어린이집 인근 정원으로 옮겨졌다. 공룡 조형물이 서 있던 도청 앞마당에 새 조형물을 세우기 위해서다.
익명을 원한 경북도청 간부는 "활주로가 있고, 그 활주로 위를 날아오르는 형태의 비행기 조형물을 공룡 조형물이 있던 자리에 내년 초 설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조형물에 대해 "대구경북통합신공항에 대한 도청의 새 각오와 의지를 보여주는 조형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높이 20m 정도인 비행기 조형물 설치 예산은 지역 금융업체의 기부금을 받아 약 5억5000만원으로 정해둔 상태다.
이에 대해 조광현 대구경실련 사무처장은 "지자체의 공적인 공간에 단체장의 개인적 취향이 반영되는 듯한 느낌의 조형물이 세워져선 안 된다"며 "그동안 지적을 받아온 공룡 조형물을 옮기고, 다른 조형물을 또 세운다는 것은 말 그대로 전시성, 보여주기 행정 그 자체인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공룡 조형물은 이철우 경북도지사의 의지로 지난해 12월 1980만원을 들여 설치한 것이다. 그는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구글 본사를 찾았을 때 공룡 조형물을 보고, 감명을 받아 도청에 설치하면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경북도청 어린이집 인근 정원으로 옮겨진 공룡 뼈 조형물. 원래는 도청 앞마당에 서 있었다. [사진 경북도청 직원]](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011/30/c5e622ff-8eb5-4fd8-9e13-ce4c7ece8339.jpg)
이 지사는 공룡 조형물 설치를 하면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공룡이) 덩치가 크고 힘이 강해서 그 시대를 주름잡았지만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 못 하면 사라지듯-. 직원들에게 변해야 산다를 강조합니다. 경각심을 위해 도청 전정에 설치했는데요."라고 했다.
경북도 한 직원은 "국내 업체에 구글 본사에 있는 공룡 조형물과 같은 모양의 조형물 제작을 의뢰했고, 이 업체가 다시 중국 업체에 공룡 뼈 제작을 요청, 국내에 지난해 9월쯤 뼈만 들여와 전체를 조립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도청 앞마당의 공룡 뼈 조형물을 두고, 이색 조형물이라는 의견도 있었지만, 황당 조형물이라는 지적도 많았다.
주민들과 일부 공무원은 "디지털 시대에 맞게 돌이나 청동으로 만든 동상 같을 것을 설치하는 것보다 보기 좋은 조형물이다"는 반응과 "한옥으로 된 도청 앞마당에 왜 저런 걸 설치한 건지, 이해할 수가 없다. 도청 앞마당은 말 그대로 경북도의 얼굴과 같은 곳 아닌가. 공공조형물 세금 낭비 비판도 많은데"라는 지적도 나왔다.

경북도 외에도 지자체들이 세운 공공 조형물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은 경우가 많다. 전국 곳곳에 있는 공공 조형물 상당수가 많은 돈을 들여 세우고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기준 전국의 공공조형물은 6287점. 하지만 파악이 안 된 조형물도 많다고 권익위 측은 설명했다. 대부분 자치단체가 공공조형물을 도시의 이미지를 개선하고 지역 상징성을 나타내자는 취지로 만든다.
이중 경북 군위군의 대추 조형물로 만든 화장실과 강원도 인제군 소양강변에 있는 마릴린 먼로상 등은 적정성 논란을 빚어온 대표적인 사례다.
안동=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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