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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자를 바리스타로'…한인 청년들 선행

[LA중앙일보] 발행 2018/09/26 미주판 1면 기사입력 2018/09/25 22:23

스트리트 컴퍼니의 이원섭(맨 왼쪽)씨와 이용석(맨 오른쪽)씨가 커피 바리스타 교육을 받고 있는 노숙자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스트리트 컴퍼니의 이원섭(맨 왼쪽)씨와 이용석(맨 오른쪽)씨가 커피 바리스타 교육을 받고 있는 노숙자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교회 친구 이용석·이원섭씨
'노숙자는 꽃' 노래 부르고
그들 이해하려 함께 노숙도

자비 털어 커피교육으로 재활
지난 8월 커피페스트에 참가
"그들도 본래 나와 같은 사람"


"모든 것이 변한다 해도 당신은 절대로 시들지 않을 거예요."

이용석(30)씨는 길거리의 사람들을 '꽃'에 빗댔다. 노숙자를 위해 이씨가 부른 노래 '플라워(Flower)'의 한 소절이다.

한인들로 구성된 밴드 EEPS는 그동안 노숙자들을 위한 노래를 불러왔다. 그렇게 음악을 만들어 그들을 위로한 지 벌써 9년째. 이제는 기타를 내려놓고 노숙자를 직접 돕기 위해 거리로 나섰다.

EEPS에서 보컬로 활동해온 용석씨는 같은 교회서 만난 이원섭(26·움직이는교회)씨와 '스트리트 컴퍼니(Street company)'라는 단체를 세웠다. 랭캐스터 지역 노숙자들에게 커피 바리스타 교육을 시켜 재활을 돕고 있다.

노숙자들로 구성된 '파운딩 4'라는 팀도 만들었다. 이들이 사실상 바리스타 교육을 받는 첫 후보생들이라 할 수 있다. 커피 교육과 모임을 위해 작은 사무실도 얻었다. 물론 전액 자비로 운영된다.

용석씨는 "노숙자를 돕는 모임이라기보다 '노숙자만의 모임'을 만들어보자는 게 취지"라며 "지난 7월부터 매주 토요일 오후 5시에 모이는데 현재 15명 정도의 노숙자가 참석해 간단한 음식과 대화를 나눈다"고 말했다.

스트리트 컴퍼니는 단순히 의욕만으로 만든 단체가 아니다. 지난 2009년부터 랭캐스터 지역의 한 한인 교회가 매주 노숙자를 위해 아침 식사를 제공해주는 현장에서 이씨는 재능 기부 형식으로 노래를 부르며 노숙자들과 가까워졌다. 그들의 사연을 듣고 노랫말로 옮겨 곡도 쓰기 시작했다.

용석씨는 그렇게 '봉사자'에서 '친구'가 됐다. 노숙자들과 함께 밥도 먹고, 영화도 봤다. 심지어 노숙자들과 거리에서 종종 노숙도 했다.

용석씨는 "노숙을 하는 '마르코'라는 친구를 따라 길거리 텐트에서 며칠간 생활한 적이 있다"며 "한번은 겨울이었는데 불편함을 넘어 '이러다 얼어 죽겠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괴로웠다. 그러면서 그들의 삶을 조금씩 이해하게 됐다"고 전했다.

어느 날 용석씨는 노숙자들이 랭캐스터시가 노숙자 텐트를 철거한다는 신문 기사를 읽으며 울고 있는 것을 보게 됐다. 너무 화가 나 시청 앞에서 시위도 계획했지만 보다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했다.

이 때문에 사회학을 공부해보기로 마음먹고 UCLA에 진학(2017년 졸업)했다. 그런 고민의 시간이 차곡차곡 쌓여 '스트리트 컴퍼니'가 탄생했다.

현재 IT 전문가로 일하는 원섭씨는 용석씨와 호형호제하는 사이다. 평소 용석씨를 따라 종종 노숙자를 도와왔는데 스트리트 컴퍼니를 세운다는 말에 힘을 보태기로 했다.

원섭씨는 "노숙자들의 직업을 창출하는 역할도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그들이 커뮤니티를 다시 섬길 수 있도록 만드는 매개체가 됐으면 좋겠다"며 "보잘것 없는 모임일지 모르지만 이러한 시도가 시민들이 노숙자를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고 삶에서 보다 중요한 가치를 고민해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원섭씨와 용석씨가 도운 '노숙자 바리스타'들은 지난 8월 LA에서 열린 커피 전시회인 '커피 페스트(Coffee Fest)'에도 참가했다. 유명 바리스타들과 직접 교류하면서 경험도 쌓았다. 이들은 아직 길거리가 '집'이지만 매번 정기적으로 모여 커피를 배우고 연구할 만큼 열정이 뜨겁다.

요즘 LA곳곳에서 논란이 되는 노숙자 문제에 대해 이들은 특히 안타까움이 크다.

용석씨는 "노숙자가 가장 어려워 하는 게 무엇인지 아는가. 우리가 아무렇지도 않게 다니는 공공장소를 거니는 일"이라며 "재활이든 치료든 노숙자들이 길거리에 있으면 돕기 어렵기 때문에 셸터 같은 주거 문제부터 해결해주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노숙자를 '나와 다른 존재'가 아닌 '나와 같은 사람'으로 바라보는 인식도 중요하다고 했다.

원섭씨는 "사실 우리가 노숙자를 바라보는 시선 자체는 수직적이다. 내가 당신보다 나은 삶을 사니까 옷도 주고 돈도 준다는 인식"이라며 "하지만 그들이 본래 '나와 같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해본다면 이전과 다른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도움 주실 분들:(213) 703-2934/홈페이지(streetcompany.org)

장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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