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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육 못 시키겠다”…조기유학ㆍ국제학교에 관심 급증

[한국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8/08/08 12:02

교육부의 연이은 교육정책 실패 영향
학부모들 "우리 애 실험쥐 만들기 싫다"
전문가 "예측 가능한 교육정책 추진해야"


교육제도가 자주 바뀌면서 조기유학과 국제학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중앙포토]

초등학교 4학년 아들을 둔 전업맘 정모(45?서울 강남구 대치동)씨는 최근 ‘조기유학’을 전문으로 하는 업체 3곳에서 상담을 받았다. 아들을 미국?캐나다?호주 등 해외로 유학을 보내고 싶어서다. 지난해까지는 정씨도 유학에 큰 관심이 없었다. 남편 직장 때문에 초등학교 1학년 때 2년간 미국에서 살았던 경험이 있어 굳이 유학 보낼 필요성을 못 느꼈다. 하지만 최근 1년 사이 교육정책이 손바닥 뒤집듯 자주 바뀌는 모습을 보면서 “이건 아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씨는 “우리 애가 현재 중3처럼 교육 모르모트(실험용 쥐)가 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어디 있느냐. 주변에 고교 자녀 둔 엄마 중에 진작 유학 보내지 않은 걸 후회하는 경우가 많더라. 더 늦기 전에 한국 교육에서 벗어나게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1학년과 7살 아들을 둔 워킹맘 이모(39)씨는 아이를 둘 다 제주도에 있는 국제학교에 보낼 계획을 갖고 있다. 해외거주경험이 있어야 하는 외국인학교와 달리 내국인도 입학이 가능한 곳이라서다. 이씨가 이런 결심을 한 건 맞벌이를 하면서 아이들을 교육할 자신이 없어서다. 이씨는 “교육정책이 현 상태로 유지돼도 엄마가 챙겨야 할 게 많은데 제도가 시시때때로 바뀌니 신사임당이 환생한들 제대로 된 교육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사교육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그 비용이면 차라리 국제학교에 보내는 게 더 나을 것 같다”고 털어놨다.
자료: 한국교육개발원(6개월 이후 단기 출국, 해외이주 등 제외)
정부의 오락가락 교육정책에 강남 지역 학부모들을 중심으로 조기유학과 국제학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한 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교육정책에 한계를 느껴 한국 교육제도에서 벗어나려는 ‘탈 한국교육’ 움직임이 늘고 있는 것이다.

교육컨설턴트 오기연 대오교육컨설팅 대표는 “최근 들어 국제학교에 대한 학부모들의 상담이 크게 증가했다”며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 2명 중에 한 명은 국제학교 진학 방법이나 대학 진학률에 대해 물어본다”고 전했다. 2010년 송도 채드윅이 문을 연 이후 내국인 입학이 가능한 국내 국제학교는 현재 전국에 6곳이 있다.

조기 유학은 2007년 이후 10년째 감소하는 분위기였지만 최근 들어 문의와 상담 늘고 있는 모양새다. A유학원 대표 “올해 들어 조기유학에 대한 문의가 급증했다”며 “교육정책이 자주 바뀌면서 피로감을 느낀 학부모들이 차선책으로 유학에 관심을 갖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유학원의 상담실장은 “최근에 조기유학 상담 뿐 아니라 이민에 대한 관심도 높다. 교육정책 때문에 아예 한국을 떠나고 싶어 하는 학부모들도 종종 있다”고 전했다.

김진경 국가교육회의 대입제도개편 특별위원회 위원장이 7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2022학년도 대입제도 최종 권고안을 발표했다. 강정현 기자

학부모들이 정규교육과정이 아닌 다른 길을 찾는 것은 정부의 대입개편 공론화 실패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교육부는 지난해 수능개편을 꾀하다가 여론의 반대에 부딪혀 1년 유예했고, 올해 ‘대입개편 공론화’를 진행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 없이 마무리가 됐다. 국가교육회의는 대입에서 수능 중심 전형을 확대하고, 수능을 상대평가로 유지하는 대입개편안을 7일 권고했다. 현재 대입제도에서 크게 벗어나는 않는 내용이다. 초5 자녀를 둔 이미정(40?가락동)씨는 “1년 동안 도대체 뭐 한 건지 모르겠다. 이런 식이면 엄마들끼리 모여서 교육정책 만드는 게 더 낫겠다”며 “현 정부가 제대로 된 교육철학을 갖고 있지 않다는 사실만 확실히 알게 됐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오락가락 정책이 계속되는 한 ‘탈 한국교육’ 현상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익명을 요청한 한 서울 사립대 교육학과 교수는 “정부가 교육정책의 중심을 잡지 않는 한 교육에 대한 불신은 커질 수밖에 없다. 하루 빨리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고 안정적이고 예측가능한 교육정책을 펼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동원 휘문고 전 교장은 “치열한 경쟁에 지쳐있던 학생?학부모의 분노가 이번 대입개편실패로 폭발한 것 같다”며 “자신의 자녀가 언제든 이런 혼란의 중심에 놓일 수 있다는 불안감이 학부모들을 다른 길로 내몰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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