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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과 대화 강조한 美 비건, 주말께 판문점에서 북·미 접촉?

[한국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8/09/11 01:23

방한 중인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입에선 11일 “압박” 대신 “엄청난 기회” “지금이 시작”이라며 대화에 무게를 싣는 발언이 나왔다. 중국와 일본을 방문한 뒤 이번 주 안에 한국을 다시 찾아 북한과 판문점에서 실무접촉을 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지난달 임명장을 받은 비건 대표는 이번 첫 방한에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조명균 통일부 장관, 카운터파트인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등을 잇달아 만났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를 접견해 대화를 하고 있다 . 2018.9.11/뉴스1


12일부터 중국ㆍ일본을 방문하는 비건 대표는 주말께 한국을 다시 찾을 예정이다. 정부 당국자는 “비건 대표가 협의 내용을 우리 측과 공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을 해서 재 방한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중국ㆍ일본 순방 내용을 한국 정부와 공유한다는 게 표면적 이유이지만 비건 대표가 판문점을 찾아 북ㆍ미 접촉을 벌일 공산이 크다.

전날인 10인(현지시간)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2차 북ㆍ미 정상회담의 개최를 요청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수용해 일정 조율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비건 대표의 주말 방한은 예정에 없던 것으로, 샌더스 대변인의 발표 직후인 11일 파악됐다.

비건 대표와 함께 방한 중인 일행도 판문점 실무접촉에 최적화돼있다. 6ㆍ12 북ㆍ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 최선희 외무성 부상 일행과 함께 판문점에서 실무접촉에 참여했던 앨리슨 후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한반도 보좌관 등이 포함돼있다.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회담을 마친 후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회담에서 이들은 대북특사단 방북 결과를 비롯한 최근 한반도 상황에 대한 평가를 공유하고 향후 비핵화 및 평화체제 구축·추진 방안과 한미 공조 방안 등에 관해 협의했다. 2018.9.11/뉴스1


비건 대표는 이날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회담하기 전 “시작이 반이다”라는 한국 속담을 꺼냈다. 그는 “한국 속담에 ‘시작이 반이다’라는 말이 있다고 들었다”며 “이제 시작이고, 우리가 해야 할 것은 일을 마무리짓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의 국면을 두고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 김정은 위원장이 만든 엄청난(tremendous) 기회”라고 말하며 “이 기회를 활용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경화 장관은 비건 대표를 접견한 자리에서 “9월 남북 정상회담, 유엔 총회 등 중요한 외교 일정들이 예정된 만큼 한ㆍ미가 긴밀한 공조 하에 실질적 진전을 이뤄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9월에 예정된 주요 이벤트의 모멘텀을 잃지 말고 동력으로 삼아 북ㆍ미 교착 상태를 해소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비건 대표는 이에 대해 “한ㆍ미가 그를 위한 외교적 노력을 집중하자”고 말했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11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장관실에서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면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2018.9.11/뉴스1


비건 대표는 오후엔 조명균 통일부 장관을 만나 “앞으로 우리에겐 할 일이 많다”며 “미래로 향하는 길을 함께 찾아서 관계를 심화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보자”고 말했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소를 두고 경유 등 대북 제재 물품 반입에 난색을 표했던 미국의 기존 입장과는 사뭇 달라진 톤이다.

통일부는 이날 연락사무소 개소 일자를 14일이라고 발표했다. 외교부 노규덕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미국과의 협의가 완료된 것이냐는 질문에 “(비건 대표 방한 계기가) 우리측 입장에 대한 미측의 이해를 심화하는 좋은 계기가 된 것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미국이 한국의 입장을 받아들여 연락사무소 개소에 ‘오케이’ 사인을 보냈다는 의미다.

한편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도 이날 대화에 무게를 싣는 발언을 했다. 해리스 대사는 서울 마포구 극동방송에거 열린 제48회 극동포럼에서 연사로 나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이 (6·12 북·미 정상회담 때) 싱가포르에서 한 약속을 지킬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비핵화 공약을 신뢰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해리스 대사는 이어 "6·25 전쟁이 끝난지 약 750개월이 지났는데, 북·미 정상회담이 끝난지는 이제 막 3개월"이라며 "시간을 두고 지켜보자"고 말했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1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수동 극동방송 아트홀에서 열린 제48회 극동포럼에서 '한미 간 지속적 동맹과 파트너십의 미래'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해리스 대사는 이런 대화 분위기의 전제 조건은 북한의 비핵화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북한이 구체적이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 조치를 할 때까지 제재는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수진ㆍ권유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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