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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 250명이 CCTV 1만1000시간 뒤져 러 남성 2명 지목…英 이중스파이 독살 시도 용의자 기소

[한국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8/09/05 23:44

첩보영화 같았던 노비촉 암살 시도 용의자 찾기
모스크바서 비행편으로 입국해 이틀 머문 40대 두명
메이 총리, 범행 장소 이동 등 날짜·시간까지 발표
거미줄 CCTV가 비결…러 정부 "이해할 수 없다" 부인


지난 3월 3일 솔즈베리역 CCTV에 포착된 러시아 남성 두명. 영국 검찰은 이들을 전직 러시아 이중 스파이 암살 시도 사건의 용의자로 기소했다. [영국 경찰청 제공]

지난 5일(현지시간) 영국 국회의사당 하원 회의장.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매주 수요일 진행하는 총리와의 문답(PMQ)에 나섰다.

메이 총리는 이 자리에서 전직 ‘러시아 이중 스파이’ 암살 시도 사건의 용의자 두 명의 신원을 공개했다. 40대 러시아 남성인 알렉산더 페트로프와 루슬란 보시로프인데, 영국 경찰은 여권에 적힌 이들의 이름이 가명일 것으로 보고 있다. 영국 검찰은 이들을 지난 3월 4일 솔즈베리의 쇼핑몰에서 신경작용제 노비촉에 중독돼 중태에 빠진 세르게이 스크리팔(66)과 그의 딸 율리야(33)에 대한 살인 공모 등의 혐의로 이날 기소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EPA=연합뉴스]


메이 총리는 러시아군 정보국 장교 출신인 두 남성의 영국 입국부터 출국까지의 행적을 날짜와 시간까지 콕 집어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두 용의자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출발한 SU2588 비행편을 이용해 런던 게트윅공항에 지난 3월 2일 오후 3시에 도착했다. 이틀 후인 3월 4일 오후 10시 30분엔 히스로공항에서 모스크바행 SU2585 비행편을 타고 영국을 빠져나갔다.

영국 정부는 셀 수 없이 많은 공항 입국자 가운데 불과 이틀 가량 영국에 머문 용의자들을 어떻게 찾아낸 것일까. 비결은 공항과 지하철역은 물론 도심 곳곳에 촘촘히 설치된 CCTV였다.



전직 러시아 이중스파이 독살 시도 용의자로 영국 검찰이 기소한 러시아 남성 두명 [영국 경찰청 제공]

메이 총리는 “우리는 경찰에 수사할 시간과 공간을 주고 법의 심판을 받을 책임이 있는 이들을 찾아내게 했다"며 “그동안 형사 250명이 1만1000시간 이상 CCTV를 살펴봤다"고 소개했다. 이어 “수사관들은 24시간 고통을 참으며 작업했고 1300명 이상으로부터 진술을 들었다"며 “그 결과 정확히 누가 범인이고 어떤 방법을 사용했는지 밝혀냈다"고 덧붙였다.

도시의 모든 CCTV를 연결해 인물의 동선을 파악하는 장면이 나오는 첩보영화처럼 영국 정부가 거미줄처럼 깔린 CCTV 영상을 이용해 용의자를 지목한 것이다.

전직 러시아 이중스파이 독살 용의자들이 런던 게트윅공항에 입국하는 모습이 CCTV에 찍혔다. [영국 경찰청 제공]


메이 총리에 따르면 게트윅공항에 내린 용의자들은 기차로 런던 빅토리아역과 워털루역을 거쳐 런던 동부 보우 거리의 시티 스테이 호텔에 투숙했다. 이들이 이틀간 머문 호텔 방에서 노비촉 성분이 검출됐다고 메이 총리는 밝혔다.

용의자들이 머문 호텔이 있는 건물. 호텔 방에서 노비촉 성분이 발견됐다고 영국 경찰이 밝혔다. [EPA=연합뉴스]


두 용의자는 3월 3일 오후 2시 25분쯤 기차 편으로 솔즈베리에 도착한 뒤 오후 4시 10분 런던으로 돌아갔다. 2시간이 채 안 된 이때 솔즈베리 지역을 답사한 것으로 영국 경찰은 판단했다.

솔즈베리 거리를 걷고 있는 용의자들 [영국 경찰청 제공]


이튿날인 3월 4일, 이들은 다시 솔즈베리를 찾는다. 호텔에서 지하철을 타고 오전 8시 5분 워털루역에 도착해 솔즈베리행 기차에 올랐다. 오전 11시 58분 이들은 스크리팔의 자택 근처에 나타났다. 스크리팔의 자택 현관문 손잡이에서 노비촉이 검출됐는데, 이들의 소행으로 영국 경찰은 보고 있다.

노비촉에 중독돼 중태에 빠졌던 스크리팔의 자택 인근에서 CCTV에 포착된 용의자들의 모습 [AP=연합뉴스]


솔즈베리를 떠난 두 용의자는 오후 4시 45분 워털루역에 도착한 뒤 오후 6시 30분 히스로공항행 지하철로 갈아탄다. 이후 유유히 영국을 빠져나갔다.

영국 검찰이 이들을 기소하자 러시아 정부는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유리 우샤코프 러시아 대통령 외교담당 보좌관은 “영국이 두 남성을 용의자로 지목하면서 무슨 메시지를 보내고 싶은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히드로공항을 통해 출국하고 있는 용의자 [AP=연합뉴스]

영국 검찰은 러시아 정부에 두 용의자를 인도하라고 요청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법 상 러시아인에 대한 인도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판이 궐석으로 진행될 수 밖에 없지만, 영국 검찰의 수 헤밍 법률서비스국장은 “유죄 선고를 받아낼 만한 충분한 증거를 확보하고 있다"고 장담했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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