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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청색 '울트라마린 블루'라고? 150년전 ‘책가도 병풍’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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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중앙일보] 기사입력 2020/08/07 14:02



서울시는 서울공예박물관이 소장한 조선시대 궁중화원 이택균의 '책가도 병풍(冊架圖 屛風)'을 서울시 유형문화재로 지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울시 자료 화면 캡처]





'유행'의 시작은 정조(正祖·1776~1800)였다. 벼루나 붓, 책이 빼곡하게 그려진 '책가도 병풍(冊架圖 屛風)'을 좋아해 궁중 화원을 뽑을 때도 이를 시험 과제로 낼 정도였다. 책가도란 조선시대 유행했던 정물화 중 하나로 책이나 책꽂이, 붓꽂이, 꽃병 등을 표현한 그림이다.

왕실에서 시작된 책가도 병풍의 유행은 이후 사대부가를 거쳐 조선 후기엔 재력을 쌓은 상인과 중인계층까지 번져나갔다. 이런 책가도 병풍 '대가' 중 한 사람으로 꼽히는 조선시대 궁중화원 이택균의 작품이 서울시 유형문화재로 지정된다.

울트라마린 블루와 병풍의 비밀
이택균은 1808년에 태어났다. 할아버지인 이종현에 이어 부친인 이윤민 역시 궁중화원을 지냈다. 3대 화원 모두 책거리를 잘 그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시는 서울공예박물관 건립 과정에서 이택균의 책거리 병풍 재조사에 들어갔다. 문화재 지정 가치가 있는지를 다시 한번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정확한 작품 제작연대를 알기 위해 안료성분 분석을 했다. 휴대용 X선 형광분석기를 사용해 작품에 칠해져 있는 안료를 들여다봤다. 흰색은 백토로 사용했고, 흑색은 먹을 이용한 것으로 나왔다. 붉은빛은 주사와 연단, 석간주였다. 황색은 석황과 금분을 써 표현한 것으로 조사됐다. 녹색은 양록과 염화동이었다.

놀라운 것은 청색이었다. 안료를 분석한 결과 다른 것들은 고대부터 사용한 전통안료였던 데 반해 청색만 '울트라마린 블루(Ultramarine Blue)'로 나온 것이었다. 울트라마린 블루는 인공 군청색으로, 1850년경 서양에서 우리나라로 들어오기 시작한 신(新) 문물이었다. 전통 물감으로 청색을 표현하기 위해선 천연 청금석이나 석청을 써야 했는데 '대체재'인 인공청색을 쓴 것이었다.




조선시대 궁중화원 이택균의 '책가도 병풍(冊架圖 屛風)'. 열폭 병풍 중 두번째 폭으로 여기에 그의 이름이 숨겨져있다.  [서울시 자료 화면 캡처]





병풍 속에 숨겨놓은 이름
1850년대 이후로 제작연대가 좁혀진 데 이어 은인(隱印)마저 나오면서 제작 시기를 가늠할 수 있게 됐다. 이택균이 병풍 속에 자신의 이름을 숨겨놓은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 미국 클리블랜드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10폭 병풍 등 국내외에 10여점만이 남아있는 정도다.

조사 과정에서 발견한 은인은 병풍의 두 번째 폭에 숨겨져 있었다. 숨은그림찾기를 하듯 들여다봐야 알 수 있는 '이택균인(李宅均印)'은 작은 상자에 담긴 다른 조각품들과 함께 그려져 있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택균의 본명은 이형록으로 57세에 이응록으로 개명했고 다시 64세인 1871년에 이택균으로 바꾼 것"이라며 "이름이 이택균으로 되어 있는 것을 감안하면 제작연대는 1871년 이후 19세기 작품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병풍의 두번째 폭에 화원 이택균의 이름이 숨겨져있다. [서울시 자료 화면 캡처]






서울시는 "이택균의 이 작품은 조선 후기에 상품경제가 발달하고 소비문화가 퍼지던 풍조를 시각적으로 잘 대변해주고 있다"며 "작가 작품 가운데서 화격이 가장 뛰어나고 보존상태가 좋아 서울시 유형문화재로 지정해 체계적으로 보존·관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현예 기자 hykim@joongang.co.kr


책가도 병풍은
이택균의 '책가도 병풍'은 서울공예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다. 모두 10폭 병풍이 연속으로 이어지는 구도로 돼 있다. 매 폭마다 세로 3단이나 4단의 서가를 배치했다. 그 안엔 각종 서책과 골동품을 그려넣었다. 두루마리와 필통, 벼루나 붓 같은 문방구류와 다양한 자기나 청동기, 수선화나 불수, 복숭아 등도 함께 표현했다. 백옥 잉어와 공작 깃털, 시계 등을 화려한 색감으로 세밀하게 그린 완성도 높은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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