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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 달라진 한국 축구, FIFA랭킹 12위 칠레도 괴롭혔다

[한국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8/09/11 06:01

남미 강호 칠레와 평가전 0-0
벤투 감독, 2연전 1승1무
소녀팬들, 축구대표팀에 열광
칠레, 인종차별 행동으로 물의


11일 오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한민국 대 칠레 경기. 손흥민이 드리블 돌파를 시도한 황희찬에게 격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른 걸 떠나서 우리나라 축구가 재미있어졌다.”

남미의 강호 칠레를 상대로 치른 축구대표팀의 A매치 평가전을 지켜본 한 축구팬이 포털사이트 관련 기사에 남긴 댓글이다. 11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이 경기에서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57위 한국은 12위 칠레를 상대로 짜임새 있는 패스 축구와 과감한 공간 침투를 앞세워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

득점 없이 0-0 무승부로 경기를 마쳤지만, 경기장을 가득 메운 축구팬들은 확 달라진 한국 축구에 뜨거운 응원을 보냈다. 앞서 소개한 댓글에는 200여 명의 네티즌이 ‘좋아요’를 누르며 공감을 표시했다.

파울로 벤투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11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초청 축구국가대표팀 친선경기 대한민국-칠레의 경기에서 기성용에게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뉴스1]


아직 A매치 두 경기를 치렀을 뿐이지만, 파울루 벤투(49ㆍ포르투갈) 감독 선임 효과는 기대 이상이다. 선수들부터 “확 달라졌다”고 입을 모은다. 손흥민(26ㆍ토트넘홋스퍼), 이승우(20ㆍ헬라스 베로나) 등 해외파 선수들이 앞장서서 “유럽에서 경험한 여러 훌륭한 지도자들 못지 않다”며 후한 평가를 내리고 있다.

11일 오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한민국과 칠레의 친선경기. 비달이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연합뉴스]


벤투 감독 전술의 핵심은 ‘효율성’이다. 패스와 볼 점유율을 강조하는 건 이전 감독들과 엇비슷하지만, 대각선 패스에 이은 양쪽 측면 지역의 활용 비율을 대폭 높였다. 손흥민, 황희찬(22ㆍ함부르크), 남태희(27ㆍ알 두하일), 이승우 등 빠르고 발재간이 좋은 측면 자원이 많은 한국 축구의 강점을 활용하기 위해서다. 과거 포르투갈 대표팀 사령탑 시절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3ㆍ유벤투스) 위주의 전술을 활용한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이승우는 “벤투 감독님 훈련에는 군더더기가 없다”면서 “미니게임 위주로 이뤄지는 훈련 도중에는 각 포지션별 전문 코치가 수시로 선수들에게 세부적인 과제를 제시해 긴장감을 높인다”고 말했다.

벤투 감독은 데뷔전이던 지난 7일 코스타리카전 승리(2-0승)를 포함해 부임 후 첫 A매치 두 경기를 1승1무로 마감하며 ‘합격점’을 받았다. 전문가들은 “측면을 적극 활용하는 벤투 감독의 특성상 좌우 풀백(측면수비수)의 역할이 중요하다. 한국 축구의 오랜 약점으로 손꼽힌 ‘수준급 풀백 발굴’을 벤투 감독이 해낼 수 있을지 여부가 롱런의 관건”이라 입을 모은다.

11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초청 축구국가대표팀 친선경기 대한민국-칠레의 경기에서 관중들이 응원을 하고 있다. [뉴스1]


벤투호 출항과 함께 한국 축구에도 봄이 찾아왔다. 지난 7일 코스타리카전에 이어 칠레전이 열린 수원월드컵경기장은 4만 127명의 팬들이 방문해 뜨거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지난 7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코스타리카전(3만5922명)에 이어 두 경기 연속 매진이다. 국내에서 열린 A매치가 2연속 매진을 기록한 건 독일월드컵 본선을 앞둔 지난 2006년 5월(세네갈전,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전) 이후 12년 4개월만이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칠레전 당일 현장 판매분(400여 장)을 구입하기 위해 축구팬 수백 명이 오전부터 경기장 주변에 몰려들었다. 오후 2시 티켓 판매 창구가 문을 열자마자 순식간에 표가 다 팔렸다”면서 “암표상들이 몇 배 비싼 가격으로 티켓을 파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경기 분위기는 인기 케이팝 그룹의 콘서트장 같았다. 손흥민, 이승우 등 간판 스타들의 유니폼을 챙겨 입은 소녀팬들의 뜨거운 환호에 그라운드 주변이 떠나갈 듯했다. ‘손흥민의 날 SONday’, ‘승우야 숲을 바라보지 말고 나만 바라봐’, ‘(황)의조가 차면 골의조’ 등등 선수들을 응원하는 기발한 피켓들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11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 한국과 칠레의 경기. 팬들이 경기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연합뉴스]


러시아 월드컵 본선 직전까지만 해도 축구대표팀은 ‘국민 욕받이’ 신세였다. 2002 한ㆍ일월드컵 4강 신화를 추억하는 30~40대 팬들은 갈수록 떨어지는 대표팀의 국제 경쟁력에 불만을 쏟아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를 즐겨 시청하는 10~20대들은 “유럽 축구와 비교하면 한국 축구는 느리고 답답하다”고 비판했다.

독일과 치른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3차전(2-0승)이 분위기 변화의 신호탄이 됐다. 당시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를 상대로 투혼의 승부를 펼쳐 승리를 거머쥐자 “그동안 이런 축구를 기다렸다”는 팬들의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자카르타ㆍ팔렘방 아시안게임은 축구 열기에 불을 붙이는 기폭제 역할을 했다. 이틀에 한 번 꼴로 경기를 치르는 강행군 속에서도 감동의 승전보를 전한 우리 선수들의 투지에 팬들은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한 고등학교 교실에 아이돌그룹 BTS 뷔와 함께 손흥민, 이승우 사진이 나란히 걸린 모습. [온라인커뮤니티]

최근 한 고등학교 교실에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 뷔와 함께 손흥민과 이승우의 사진이 나란히 걸린 모습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소개돼 눈길을 끌었다. 손흥민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160만 명에 육박한다. 축구선수들이 아이돌 스타 못지 않게 주목 받는 현상이 한국 축구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높다.


인종차별 논란을 빚은 칠레축구대표팀.

한편 방문팀 칠레는 수준 높은 경기를 선보이고도 연이은 인종차별 논란으로 야유를 받았다. 칠레 언론 ‘알아이레리브레’는 한국전에 앞서 미드필더 아랑기스(레버쿠젠)가 SNS에 올린 동영상을 소개했다. 이 영상속에는 수원의 밤거리를 걷던 수비수 이슬라(페네르바체)가 스페인어로 “눈을 떠라(Abre los ojos)”고 말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지난 10일에는 미드필더 발데스(모렐리아)가 국내 팬과 사진을 찍으며 자신의 눈을 양 옆으로 찢는 듯한 제스처를 취해 논란을 일으켰다. 두 선수 모두 상대적으로 눈이 작은 동양인을 비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수원=송지훈ㆍ박린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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